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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속성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묵상에세이《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사순절 묵상집을 통해서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에 기적들을 묵상 중이다. 시몬 베드로의 그물, 가나의 혼인잔치, 중풍병자, 백부장 하인, 바다를 잔잔케 하는 기적, 야이로의 딸, 혈루증 여인, 오병이어까지. 계속 기적이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배불리 먹었다. 여러 기적들을 통해서 기적의 속성에 대해서 묵상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 묵상 내용은 물 위를 걷는 예수님으로, 기적의 속성 중 '놀라움'과 '둔감함'을 동시에 발견 할 수 있는 묵상이다.


바람이 거세고, 노를 저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제자들은 분명 기적을 본 사람들이다. 예수님의 손에서 넘쳐흐르는 떡과 물고기를 나누어주며, 인간의 계산을 초월하는 은혜를 목격했다. 그런데도 오늘, 바람 앞에서 그 기억은 너무 빨리 휘발된다. 그분이 물 위를 걸어 다가오는데도, 반가움보다 공포가 앞선다. “유령이다!” 기적이 가까이 왔는데도 믿지 못한다. 기적은 신비롭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적 앞에 선 인간은 둔감하다. 그것이 기적의 속성이다. 기적을 경험하고서도 불안하고, 어제의 은혜를 오늘의 걱정이 덮어버린다. 우리는 기적을 원하지만, 정작 기적이 와도 두려워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바람이 거스르므로 제자들이 힘겹게 노 젓는 것을 보시고”(막 6:48)

예수님은 제자들이 바람에 맞서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셨다. 그분은 기다리셨다. 바람을 멈추게 하실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오셨다.


“배에 올라 그들에게 가시니 바람이 그치는지라”(막 6:51)

그리고 바람이 멈추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분의 뜻이었던 것처럼. 결국 예수님은 바람을 통치하는 하나님이심을 보여주셨다. 그러나 기적은 그분의 존재를 설명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기적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기적을 통해 “그분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내게로 가져온다. 나는 기적을 원하면서도, 기적 앞에서 의심하고 두려워한다. 바람이 거세질 때마다 어제의 은혜를 잊고, 또다시 두려워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를 아시고, 그럼에도 다시 찾아오신다.


“안심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분이 내 곁에 오신다. 바람을 뚫고 걸어오신다. 바람을 멈추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 나를 만나러 오신다. 그럼에도 나는 또 두려워할까? 또 잊어버릴까?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또다시 바람을 뚫고 걸어오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듣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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