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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의 열매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오랫동안 신앙을 ‘하나님을 믿으면 충분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님을 믿는 것, 예수를 믿는 것, 복음을 믿는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여겼다. 교회에서도 믿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믿음으로 시작해서 믿음으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학종 목사님의 말이 깊이 마음을 울렸다. "예수만 믿는 걸로 끝나지 말고, 예수쟁이로 살아봐야지. 살아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킬 사람."


성경에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기 위해 성실히 살아낸 인물들이 많다. 요셉은 성공보다 성실을 선택했다. 그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보디발의 집에서도, 감옥에서도, 왕 앞에서도 언제나 묵묵히 하나님 앞에서 성실했다. 그가 꿈을 해석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삶 속에 깊이 하나님이 스며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엘은 어린 시절부터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했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를 기울였고, 그 음성을 따라 평생을 성실히 살았다.


다니엘은 낯선 이방 땅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 세 번 하나님께 기도했다.


바울은 예수로 살았다. 두들겨 맞고, 매이고, 배고프고 외로워도 그는 "내가 달려갈 길과 주께 받은 사명을 마치기까지 생명조차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수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곧 삶이었고, 그 삶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은 속도와 크기, 그리고 남들과의 비교 속에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시는 성공은 매일의 작은 성실함, 믿음의 발걸음, 하나님 앞에 서는 진실한 자세 속에 있다. 그래서 매일 기도한다. 살아 숨 쉬는 오늘 이 하루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나님 나라 안에서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예수만 믿는 걸로 끝나지 않고, 예수로 살아내는 사람이고 싶다고.


히브리서 12장 15절에는 "쓴뿌리"라는 표현이 나온다.


"너희는 하나님의 은혜에 이르지 못하는 자가 없도록 하고, 또 쓴뿌리가 나서 괴롭게 하여 많은 사람이 이로 말미암아 더럽게 되지 않도록 하라."


성경에서 쓴뿌리는 주로 영적, 도덕적 부패나 불신앙을 상징한다. 오늘날에도 쓴뿌리는 개인이나 공동체 내에서 자라난 내면의 상처, 분노,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나 태도는 결국 행동으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회개와 눈물, 하나님의 손 안에서 진실하게 다뤄진 상처와 결국 소명으로 성장한 고난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쓴뿌리와 반대되는 표현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주에 묵상한 무화과나무의 저주 사건에서 열매 맺을 때가 아닌데도 열매를 찾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이런 쓴뿌리의 반대 개념을 뿌리가 아닌 열매로, "소명의 열매"라고 부르고 싶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모든 뿌리가 결국 소명의 뿌리다. 내 죄와 고난으로부터 빚어진 새로운 소명이다. 사역의 씨앗이 된 흔적들이다. 그 상처의 흔적들은 내가 나의 죄를 오랫동안 기억하도록 하지만, 동시에 그 죄를 용서하신 하나님의 은혜 또한 함께 기억하게 한다.


하나님께 붙들린 상처는 마치 처음부터 상처가 아니었던 듯 소명의 열매로 자란다. 죄를 회개하며 흘린 눈물은 회개의 뿌리가 되고, 다른 사람들을 섬기도록 이끄는 사명의 뿌리가 된다. 나의 고난은 소명을 향해 깊이 뿌리내린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리고 이 뿌리는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오늘 묵상한 말씀에서 나오는 포도나무에서 난 것이 오늘 묵상한 소명의 열매와도 연결된다.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새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그 날까지”라는 마태복음 26장 29절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만찬에서, 그분의 사역이 우리 삶 속에서 이루어질 때의 깊은 소망과 연합을 의미한다. 이 구절을 묵상하며, 나는 소명의 열매를 떠올렸다.


소명은 단순히 한 번의 결단이나 순간적인 성취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하나님의 나라의 기쁨과 소망을 맛보는 과정이다. 내게 주어진 소명은 아직 완전하지 않고, 때로는 그 열매가 작고 미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모든 수고와 고통이 하나님 나라에서 완성될 때, 예수님과 함께 마시는 새 포도주와 같은 기쁨으로 변할 것임을 믿는다. 이 믿음이 나를 하루하루 계속해서 일으키고, 더욱 깊은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한다. 그 날까지라는 기다림 속에서, 나는 여전히 소명의 열매를 기다리며, 주님의 뜻 안에서 자라가고 있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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