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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잘 쉬어지지 않던 아침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by 최서영

겟세마네. 예수님이 가장 인간적으로 무너진 자리에서, 가장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간 순간이었다.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예수님은 피하고 싶다고, 이 잔을 옮겨달라고, 아버지께 세 번 기도하셨다. 첫 번째 기도는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두 번째 기도는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전환. 세 번째 기도는 마침내 하나님의 시간 앞에 완전히 순복하는 결단이었다.


기도는 현실을 바꾸는 마법이 아니라, 그 현실 앞에 내가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 십자가를 받아들이셨고,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셨다. “이제는 자고 쉬라, 그만 되었다.” 그 말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가 도래했음을 받아들이는 담담한 고백이었다.


그 기도의 흐름이 내 새벽과 겹쳤다. 새벽기도를 가는 길, 이상하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아픈 것도 아니고,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었다. 눈물은 나는데 이유를 몰랐다. 숨 막히는 무게가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오듯 일어났다. 그날은 이미 내 안에서 자라 있었던 기도가 밖으로 스며나오는 날 같았다.


들꽃이 피어 있었고, 그 작은 꽃들 앞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암 말기로 항암치료를 하는 그 분을 위해서 한 달간 기도했다. 매일 이름 불러가며 기도했던 그 분에게 어제 성경책과 영접기도문, 주기도문을 전해주고 온 날이었다. 자기 전에 그 말씀을 읽고 자라고 전했는데, 아침이 되어 문득 ‘어젯밤 잘 읽고 잤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스쳤는데, 갑자기 벅차올랐다. 하나님의 기쁨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너희는 깨어 기도하라.”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하셨던 말씀은 단지 그날 밤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마태복음 24장에서 예수님은 종말의 때에도 깨어 있으라고 하셨고, 베드로도 “근신하여 깨어 있으라”고 말했다. 깨어 있다는 건 단지 잠을 자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 앞에서 민감해지는 것, 기도로 하나님의 마음에 동참하는 것이다.


나는 그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던 아침에 하나님의 기쁨을 조금 느꼈다. 기도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벌써 응답하신 것처럼 나를 위로하고 계셨다. 겟세마네에서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받았던 것이라는걸 짐작해본다. 하나님 마음을 알기 위해 깨어있어야 한다. 기도해야한다. 지금 우리가 설 자리는, 무릎 꿇고 깨어 있는 자리다. 그곳에서 하나님은 지금도 기뻐하신다.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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