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어링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by 최서영

수강권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재등록하는 기간이 돌아왔다. 폴댄스를 시작한지 두 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고민도 하지 않고 재등록으로 이끌었던 건 나날이 느는 성취감과 비례하는 근육량 때문이었다.


폴댄스 배운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는데 그때마다 나는 단단해진 팔뚝을 보여준다. 언제 이렇게 우람해진 건지 팔뚝 힘이 정말 좋아졌다. 몸만 건강해진 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졌다. 몸을 사려서인지 아니면 몸도 적응하는 건지 전에 이제는 멍도 확실히 덜 든다. 폴댄스 수업은 개인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에게, 나에게만 투자하는 오롯한 시간이었다. 노출이 많은 폴댄스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다보니 “이것도 올리는데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대범함이 덤으로 따라왔다. 평상시 콘텐츠 만드는 일을 좋아해서 아이 낳기 전까지는 소소하게 유튜브 활동도 했었다. 산후우울증에 걸려 잃어버렸던 나다움을 폴댄스를 통해 되찾은 기분이다.


수강생들과도 제법 말도 섞다보니 수업 전에 수강생들과 폴에 대해 말하곤 하는데 그때 마다 주제가 ‘클라임’이다. 클라임을 어려워하는 나를 보고 나보다 먼저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도 클라임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한창 수강생들과 클라임에 대해 몇 없는 정보들을 공유하다보니 선생님께 “오늘은 클라임만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어떤 수업이든 그렇겠지만, 몇 번 안 되는 수업만에도 클라임을 뚝딱 잘 하는 수강생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열등생도 있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오늘 모인 수강생들 모두 클라임을 어려워하는 수강생들만 모였다. 그렇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클라임 수업을 받게 되었다.


클라임을 하기 위해서는 그립부터 잘 해야 한다. 늘상 선생님이 알려주셨지만 오른손은 폴 높게, 왼손은 배꼽 위 가슴 아래를 잡는다. 폴을 잡은 오른손을 맞은편에 있는 거울로 보았을 때 잡고 있는 다섯 손가락이 다 보여야 한다. 손목이 꺾이지 않게 주의하고 저릿하다 느껴질 만큼 꽉 잡아야 한다. 왼손은 마주한 거울과 반대방향인 뒤에 벽에서 보았을 때 손가락이 보여야 한다. 앞뒤로 손가락이 다 보이게, 반대로 설명하자면 오른손바닥, 왼손바닥 모두 폴 뒤로 숨긴다는 느낌으로 잡아준다. 그냥 잡는게 아니라 힘이 실려야 한다. 오른손은 위로 당기는, 왼손은 폴을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오른손과 왼손에 힘을 다르게 실어 잡는다. 양손에 힘을 꽉 쥔 후로는 등근육도 쫙 조여주어야 한다. 손으로만 매달리면 손바닥이 아프다. 등 근육에 힘을 주어 폴을 잡는 연습을 했다.


예전에 배웠던 스프레드 동작이 바로 이 등 근육을 이용해 폴을 잡는 동작이다. 왜 전에 스프레드 동작을 제대로 못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폴에 오를 때 등 근육을 쓰는 법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었다. 등 근육을 쓰는 법을 몰라 폴에 오를 때 팔 근육만 엄청 써댔다.


그 다음으로 연습한 것은 ‘플레어링’이다. ‘플레어링’과 ‘클라임’은 매 수업 때마다 늘상 하는 것이지만 매번 어렵고 동작이 예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오늘은 모처럼 정식으로 배울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플레어링은 폴에 두 발을 올리기 전에 다리를 시옷자로 만들어 폴에 오르기 전에 도는 것이다. 다리는 뒤로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활처럼 휘어준다. 할 수만 있다면 여유 있게 두 바퀴까지 하면 좋겠지만, 역시나 한 바퀴도 겨우 하고 클라임했다.


오늘 수업에서 내게 의미 있었던 건 내가 무엇 때문에 취약했던 건지 그 원인을 알게 됐다. 바로 등근육. 내가 그동안 등 근육에 소홀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스프레드 동작을 배울 때도 등 근육을 쓰지 못 해서 아예 수업 진도가 나가지 못 했었다. 클라임을 할 때 내가 주로 쓰는 근육은 팔 근육인지라, 두 달 넘게 폴댄스 수업을 들으며 자란 근육은 ‘팔 근육’ 밖에 없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팔 근육을 자랑하고 다녔지만, 물론 팔 근육이 생긴건 자랑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자면 팔근육‘만’ 생긴 건 자랑은 아니었다.


근육은 쓰는 곳에 몰리게 되어있는데, ‘부익부 빈익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근육이 없는 곳엔 근육이 더 없고, 근육이 있는 곳에 근육이 더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게 다 쓰는 방법을 몰라 생긴 일이다. 평상시 취약한 부위가 있다면 해당 부위의 힘쓰는 법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폴 동작을 할 때도 등 근육을 잘 쓰지 않는 것을 동작을 하면서 느끼는데, 이럴 때는 학교 다닐 때 학교 공부가 부족한 친구들을 모아 하는 보충수업 하는 것과 같이 수업 이외 시간에 강화하고 싶은 부위를 집에서 보강하여 운동하면 좋을 것 같다. 보충수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건 ‘등근육’이다. 저번엔 장요근, 오늘은 광배근. 보강과목이 늘었다.


새삼스럽지만 폴댄스는 손끝, 발끝까지 모두 쓰는 전신운동이다. 온몸의 감각에 집중해야한다. 오늘은 도입 동작을 하면서 준비한 체력을 다 썼다.


오늘은 클라임을 할 때 손을 바꿔 올라갔다. 도입에서 손을 바꾼 이유는 오늘 할 동작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서 손을 바꿔서 올라가야 했다. 오늘은 오른손을 구스넥하고 왼손을 폴 위를 잡아서 했다. 손 위치를 바꾸니 플레어링이 더 자연스러웠다.


플레어링 후 클라임을 할 때 두 다리를 폴에 대야 하는데 오른발은 폴 뒤 왼발은 폴 앞에 댄다. 이때 두 무릎의 말랑한 안쪽이 폴에 닿으며 조여줘야 하고, 무릎의 위치는 같은 선상에 두도록 한다. 평상시 클라임 할 때 무릎을 같은 위치에 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영상을 찍을 때마다 어긋나 있어 신경쓰였는데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무릎을 같은 선상에 두려면 무릎을 ‘인지’해야 하고, 무릎과 마찬가지로 클라임 발을 만들 때도 왼발 오른발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왜냐면 따로 움직이게 되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되고 나중에 그 습관을 고치려면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예전에 배웠던 헐리우드 스핀을 하고, 턴테이블 그립도 했다. 오늘도 뒤로 손을 뻗어보지만 폴이 손에 닿지 않았다. 오늘은 클라임 연습을 많이 하고 동작을 했더니 막상 영상을 찍을 때 동작을 끝까지 성공하지 못 했다. 연습할 때만 해도 할 만하다고 자신감이 넘쳤는데 과신이었다. 손도 닦고 땀도 닦고 물도 마시며 잠깐 쉬고 세 번째 영상을 찍을 때 겨우 준비한 콤보를 다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갈 때 역시나 팔과 손바닥이 욱신거렸다. ‘아, 등이 아파야 되는데.’ 머지않은 미래에 팔 근육이 아닌 등 근육을 자랑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괜히 말캉한 등살만 주물럭 거렸다.


폴댄스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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