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설날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 만에 폴댄스에 갔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운동도 일주일동안 멈추었더니 조금의 스트레칭에도 몸이 뻐근하고 무거웠다. 언제 운동을 했었냐는듯 ‘연휴’를 보냈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운동’을 했다. 쉬다가 다시 돌아갈 운동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폴댄스는 나에게 기댈 구석이 되어주었다. 운동을 쉬었던 수강생들이 연휴가 끝나자마자 우르르 수업에 참여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인 것 같다. 체험권 이후에 스프레드를 배우는 수강생 한 명, 나머지들은 나보다 훨씬 잘 하는 수강생들이었다. 오늘은 양쪽 오금과 오른쪽 엘보에 그립제를 발랐다.
오늘은 두 번 클라임 한 후 폴싯을 했다. 연휴 내내 많이 먹어서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말랑해진 허벅지 안쪽에 폴이 끼워지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역시 이것이 바로 무시무시한 폴댄스의 세계라고, 우리 폴느님께서는 허벅지를 통해 심판하고 계셨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프다고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는다. 아프지만 즐거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벌이었다.
폴싯 한 후에는 폴을 잡고 있던 왼손을 놓아주고 그 손을 뻗어 허리 뒤로 턴테이블 그립으로 폴을 잡는다. 두 번 째 형벌이다. 턴테이블 그립, 역시나 오늘도 잘 하지 못 했다. 항상 어려운 턴테이블 그립. 폴이 잡히지 않아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그래도 연휴 전에는 폴이 간신히 잡히기라도 했는데 오늘은 잡혀주질 않았다. 겨우 폴을 잡은 왼손이 위태롭고 연약한데 동아줄 같은 오른손 그립을 풀어 쭉 뻗어 머리 위 귀 옆으로 붙인다. 그러면 폴 아래에서 보기에 수직으로 폴이 있고 몸이 가로로 뻗은 것 처럼 보인다. 다른 수강생들은 힘들지만 다 오른손을 놓고 돌았는데 나는 그러지 못 했다.
턴테이블 그립부터 잘못되었는데 왼손을 뻗어 떨어트릴 때 고개도 같이 가 주어야 폴을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폴댄스는 의외로 시선이 중요하다. 시선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무게중심의 위치도 달라지고 몸의 구도도 달라진다. 시선이라고 해서 눈알만 굴리는게 아니라 고개도 돌리고 방향도 틀어야 한다. 시선처리는 멋내려고 하는게 아니다.
결국 나는 오른손을 떼지 못 했고 바로 다음 동작을 이어서 했는데 오른 엘보를 폴에 걸고 왼손이 오른손을 잡은 채로 다리는 머메이드를 한다. 나중에 찍힌 영상을 보니 머메이드가 두 무릎이 바짝 붙어 있어야 되는데 무릎과 무릎 사이가 벌어져 전혀 예쁘지 않았다. 분명히 폴 위에서 무릎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명확하게 벌리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건 명백히 몸이랑 뇌랑 따로 노는 모습이다.
폴댄스를 하다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인지오류다. 신기한 건 수강생들의 동작들을 볼 때 나와 비슷한 오류에 걸린 사람들이 많고, 또 수강생 마다 각각의 취약지점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뇌 따로 동작 따로 일 때가 분명히 있고, 그만큼 몸의 감각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 인식하는 연습을 계속 하고 동작을 연습할수록 몸이 기억한다. 폴댄스에서 ‘습관’이라는 것은 득이 되기도 하고 또 실이 되기도 한다. 선생님의 코칭을 잘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또 매순간 동작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정말로 필요하다.
그 다음 동작은 다시 두 손으로 폴을 잡은 뒤 머메이드 된 다리를 오른 다리만 풀어서 뒤로 뻗어주고 왼손으로 오른발끝을 잡아 준다. 언제나 그렇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고 육안으로 보여 지는 것 보다 훨씬 뒤로 더 뻗어줘야 한다. 그 다음에는 뒤로 뻗었던 오른 다리를 완전히 앞으로 뻗었다가 접어준다. 그리고 왼 다리도 아래로 곧게 펴준다. 상체를 폴더처럼 접어준다. 마지막 동작의 이름은 플라밍고라는 동작이다. 동작의 이름이 귀엽다. 다리를 하나씩 접고 있는 플라밍고의 모습에서 착안한 동작의 이름인 것 같다. 이름은 귀여운데 동작 자체는 하나도 귀엽지가 않다. 무섭다.
오늘은 수강생들 중 영상 찍기 전에 콤보 마킹을 못 한 유일한 수강생이었지만, 처음 영상 찍을 때 보다 두 번 째 영상을 찍을 때 한 가지 동작을 더 하고 내려올 수 있어서 뿌듯했다. 역시나 나의 취약점은 무게중심이다. 나름대로는 잘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변화시키는 힘은 이전 보다 더 나아진 내 모습이다. 마킹을 다 못 해서 주눅들고 눈치보였지만 더 나아진 모습에서 나는 만족을 느낀다. 1시간 수업을 마치니 몸이 덥고 손에 힘이 없어 쥐고 있던 무선이어폰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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