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실크, 마릴린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by 최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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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위에 기다랗게 주황색 천이 걸려져 있었다. 드디어 폴실크를 타는 날이 오다니. 폴실크는 초급반에서만 강의가 열리는데 오늘은 특별히 입문반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오늘은 나 포함 두 명의 수강생이 신청을 해서 수업이 열렸는데 오기로 한 수강생이 수강을 취소하는 바람에 나 혼자 폴을 타게 되었다. 다른 운동에서는 이런 일대일 수업이 더 비싸고 인기이지만, 폴댄스 수업에서는 정말이지 일대일 수업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이다. 그나마 두 명이면 그나마 혼자보다는 괜찮다. 일대일 수업은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하필 또 처음 해보는 폴실크 수업에서라니 덜컥 겁부터 났다. 다 처음이다. 폴체험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하늘하늘한 실크 치마와 발레복으로 보이는 윗옷까지 입혀주셨다. 옷을 예쁘려고 입혀주시는 건 분명히 아닐텐데, 선생님이 속삭이듯 말했다.


“옷 안 입으면 아파요.”


사실 폴스트랩을 하다가 떨어진 전적이 있던 터라 폴이 아닌 다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두 번 째라서 더 걱정을 했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런 걱정들이 무색하게 폴실크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고 안전했다. 동작들도 기존에 배웠던 동작들로 구성이 되어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해낼 수 있었다. 폴실크를 초급반에서 하는 이유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얼마나 어려운 동작을 폴실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걸까, 호기심이 생겼다.


수업 만족도는 높았는데 문제는 일대일 수업이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여타 다른 운동이라면 1:1 개인 레슨이라고 하면 더 비싼 돈을 주고 집중 훈련을 받는 고급수업으로 따져지지만, 개인적으로 폴댄스 수업을 1:1로 받는 것은 폴댄스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과연 정말로 더 돈을 주고 수업을 듣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수업형태인 것이다. 어지러워서 자꾸 구역질이 났다.


본의 아니게 개인레슨을 받다보니 폴이 빨라지고 어지러워서 쉬엄쉬엄 하다 보니 선생님과 폴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내가 착각하고 있던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유연성이 부족해서 동작을 수행하지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이, 유연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무게중심’이다. 무게중심을 조절할 때 생각보다 시선이 중요한 것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 내 동작에 대해 지적을 해주실 때 시선처리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는데, 선생님이 지적할 때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시선처리는 멋 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폴댄스에는 군더더기란 것이 없다. 멋 내려고 한 손을 뻗는 게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머리도 장식이 아니다. 머리는 균형을 잡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며, 무게중심을 좌지우지하는 폴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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