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싯베베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by 최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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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려 폴댄스를 열흘이 넘게 쉬었다. 이번으로 두번 째 코로나다. 고약하게 걸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고, 코로 숨을 쉬기가 어려워 입으로 숨을 쉬다보니 목이 붓고 입술이 버쩍버쩍 말랐다.


그러나 코로나 보다 무서웠던 건, 일주일에 두 번 많게는 세 번까지 타던 폴을 2주가 다 되도록 쉰 것이었다. 누워서 땀을 뻘뻘 흘리는 와중에도, 근손실 걱정, 실력손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루 빨리 나아서 인바디를 재고 싶었다. 아쉬운대로 집에 있는 체중계 위에서 빠져가는 몸무게로 가늠을 해보았다.


폴을 쉰 댓가는 내가 상상한 것 보다 훨씬 더 가혹했는데, 클라임을 할 때부터 몸에 힘이 약해진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근손실도 어마어마했다. 코로나에 걸린 동안 2kg의 살이 빠졌고, 그 중 1kg가 근손실이 있었다. 근 6개월 동안 헬스와 폴댄스로 키운 근육이 일주일 사이에 물에 젖은 솜사탕처럼 녹아버린 것이다.

인바디 종이에서 정확하게 1kg가 빠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는 나보다 인생선배들은 왜 저리도 운동에 미쳐 사는가를 새삼 깨달았다. 솜사탕처럼 쉽게 녹아사라지는 근육이므로 사라지지 않게 운동을멈추면안된다. 그건 운동에 미친 게 아니라 살기 위한 발악이다.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폴댄스 학원으로 달려갔다. 오늘 수강생은 폴댄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수강생 한 분과 딱 둘이었다. 이렇게 수강생이 적은 수업이 있는 날은 특히 폴을 타기가 무섭다. 내 차례가 더 빨리 돌아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운동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다음 날 근육통도 심해진다. 오랜만에 타는 폴인데 가뜩이나 힘주는 것도 어려운데 여러모로 수업이 어려워지겠다고 생각하니, 폴을 타기가 더 어려워졌던 것 같다. 몸에 힘이 빠져나간 걸 가장 많이 체감한 순간은 처음 폴을 잡는 순간, 바로 플레어링 할 때였다. 확실히 플레어링과 클라임에서 힘이 잘 안 생기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안 된다고 생각하니 더 안 된 것 같아.’ 집에 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파도처럼 후회로 밀려왔다. 아팠었다고 선생님 앞에서 지나치게 징징댄 것 같고, 그런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선생님에게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안 될 때 선생님은 나를 아이 달래듯 내 말에 호응해주고, 내가 동작이 안 되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위로해주시는데, 항상 선생님의 그런 모습들 때문에 거울 앞에 나체로 서 있는 것처럼 내 안에 나약함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폴싯베베 영상을 찾아봤다. 턴테이블 그립처럼 뒤로 폴을 손으로 잡는 동작을 어렵다고 느꼈던 것처럼 나는 폴싯베베와 같이 상체를 폴 아래로 내리는 걸 무서워한다. 폴싯을 할 때도 항상 나에게 있어서 고질적인 문제가 허벅지 안 쪽 깊게 폴을 끼우는 것까지는 잘 하는데, 상체를 앞으로 하여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자꾸 뒤로 누웠다. 매번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폴싯베베도 폴싯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게중심이 앞으로 더 쏠리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소 이행하는 것이 어렵다. 머리로는 이미 폴댄스 국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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