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게 없어도 유튜버 될 수 있다 - 무엇을 찍을까

두 사람의 크리에이티브

by 최서영

누군가가 본다면 형편없는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0에서 시작한, 모든 과정을 겪은 나에겐 세상 뿌듯한 결과물이다.


처음 시작은 2018년도. 직장 생활에 한껏 지쳐있던 때였다. 억대 연봉의 유튜버가 대두되던 시기라, 다들 '유튜버 하겠다'라고 허언을 남발하곤 했다. 나 역시 영상 몇 개만 올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유튜브나 해볼까 싶었지만, 잘하는 게 없었기에 생각을 접어두던 차였다.


'유튜브나 해볼까' 이전에 '블로그나 해볼까'하는 시대가 있었다. 나는 소셜마케팅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예로부터 글 하나로 최소 10만 원, 50만 원 돈을 버는 블로거들이 부러웠고 나도 해볼까 싶어 묵은 블로그를 다시 살펴봤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작하지 않았었다. 하루 종일 회사 블로그 콘텐츠를 기획하고, 블로거 콘텐츠 관리를 하다 보니 집에선 블로그를 켜기도 싫었던 이유도 있겠다.


말과 글로 먹고사는 마케터였지만, 불특정 다수 앞에서 말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었기에 내가 유튜브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당시 박막례 할머니가 큰 인기몰이를 하셨던 때라, 방송 출연 경험도 많고 신문물에 관심이 많으신 외할아버지와 유튜브를 해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지방에 사시고, 1년에 한두 번 보는 사이라 솔직히 할아버지에 대해서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그려지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유튜브를 시작할 수 없었던 이유


-자주 만나기 어렵다. 만나더라도 주말에만 가능할 텐데 현실적으로 매주 만나기도 어려운 거리

-할아버지와 그만큼의 친분이 없다. 나는 평생 친할머니와 살아서 할머니와는 격의 없는 관계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다지 자주 만나지 못했다.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취미를 가지고 계시다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결국 유튜브 콘텐츠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많은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소재'로 잡아야 한다. 한 달에 1-2개만 올려도 대박 나는 콘텐츠도 있지만, 하나의 콘텐츠에 굉장한 공을 들이는 경우이며 매우 드문 케이스다. 처음 시작하는 초보 유튜버라면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주제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잘하는 게 없고, 수고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싫고, 내가 직접 나오는 것도 싫다면 유튜버가 될 수 없는 걸까? 토요일 아침에 잠에서 깼지만 침대에 그대로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는 통신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기에 보통 it리뷰어들과 업무를 하곤 했는데, 그들은 it기기에 관심이 많으면서 전문성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통신사 직원인 나보다도 훨씬 많은 관련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품도 지원하고 원고료도 지불하면서까지 의뢰를 했던 것이다. it 분야는 내 본업이지만 그들만큼 알지도 못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그럼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은 뭘까.


난 어릴 적부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했고, 돈을 벌기 시작한 201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인형을 수집해 왔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귀여우면 사고 인형을 사러 해외여행도 다니는, 참으로 대중없고 전문성 없는 인형 콜렉터.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귀여운 것들 하나씩 찍어서 올리면 누군가는 보지 않을까? 나랑 같은 취향인 사람이 어딘가에는 존재할 텐데. 이 제품을 살까 말까 고민 중일 수 있으니 제품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알려주고, 지금은 판매하지 않거나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의 사람들을 위해 여기저기 꼼꼼하게 보여주어 대리만족을 시켜주면 좋을 것 같은데. 내 얼굴이 나올 필요도 없고. 대단한 정보나 전문성이 없어도, 나랑 비슷한 수준, 취향, 관점의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을 조금씩 보여주면 어떨까?


“인형 리뷰 유튜버”



기본 정보라 함은 구매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는 정도의, 제품 기본 스펙(크기, 무게, 기본 기능 등)과 구매처, 가격 정도가 되겠다. 기능이 많은 it기기의 경우에는 각 기능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선택한 인형, 피규어 류는 내가 구매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만 잘 풀어도 콘텐츠가 되겠다 싶었다.


대단한 전문성이 없어도, 내 느낌만 전달해도 좋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단순한 이유로 구매를 결정하곤 하니까 대단한 전문성을 가진 영상보다, 구매자 입장인 내 영상이 구매 결정을 도와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에 도달하자, 나는 즉시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차고 내 인형들 앞으로 갔다. 내가 가장 아끼는 피규어 세트를 꺼내 한 마리씩 스마트폰으로 찍어봤다. 배경도 지저분하고 카메라도 흔들흔들 엉망이지만 열심히 찍었다. 내가 이 제품을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궁금했을 부분은 더 열심히 담았다. 찍다 보니 어떤 제목, 어떤 자막을 넣을지, 다음 영상은 뭘 찍으면 좋을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해볼까?

싶으면 바로 찍어보기


그래, 요즘은 키즈 시장이 대세니까. 전 세계의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영어자막까지 달아보자. 아, 그런데 편집은 어떻게 하지? 바로 검색해서 무료 편집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다. 내가 받은 프로그램은 '곰믹스'. 유료 상품인 '곰믹스 프로'도 있지만, 초보 유튜버는 왠지 장비나 프로그램에 돈을 지불하기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튜토리얼을 보며 떠듬떠듬 편집을 해본다. 그렇게 완성된 6분짜리 영상. 지금 봐도 참 형편없는 퀄리티지만, 반나절만에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 그저 뿌듯했다.


* 무료 영상편집 프로그램

PC - 곰믹스, 뱁믹스, 모바비, 다빈치리졸브, 샷컷, 파워디렉터 등(어도비 프리미어프로 체험판 사용 후, 유료 이용하는 것도 방법)
모바일 - 블로, 비타, 키네마스터, 비바비디오 등


당시에는 목소리 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들이 글로벌하게 소비되어, 몇 억 뷰씩 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나 또한 글로벌하게, 키즈부터 키덜트까지 폭넓게 타겟팅 해보자며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봤다. 하지만 첫 영상을 올리고 며칠이 지나도 조회수는 한 자리 수에 멈추어 있었다.



저자 최서현

대기업에서 13년 차 마케터로 활동 중이며, 8년 차 키덜트 크리에이터로도 알려져 있다. 더 나은 일을 하고 싶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유튜버로서의 길을 시작했다. 육아휴직 동안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티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에 손을 뻗쳐, 자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글을 쓰고 영상을 찍는다.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궁금했던 것들, 보고 싶었던 것들을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아리의 인형방’을 운영하며,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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