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오랜만에 보는 수강생들이 많았다. 서로 근황을 주고 받다보니 나 말고도 아파서 한 주 건너 뛴 수강생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폴댄스는 워낙 전신근육을 쓰는 전신운동이거니와 자칫하면 몸에 힘이 빠져 쉽게 다칠 수 있는 운동이라서 아플 때는 쉬어주는 편이 사실 더 나은 것 같다. 지난 수업에서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문제였는데, 오늘 수업에서는 금방 다시 몸이 회복 된 것 같다.
선생님은 수업에 앞서 새로운 그립 방법을 알려주셨다. 바로 ‘브라켓 그립’이다. 오른손은 높게 정그립으로 잡고, 왼손은 폴 아래 방향으로 잡는데 손가락으로 총모양을 만든 것 같다고 해서 건그립이라고 불리는 그립 방식으로 잡았다. 유튜브 속성으로 브라켓 그립을 배우기는 했지만, 얼렁뚱땅 배운 것을 이번 수업에서 또 정식으로 배우게 알게 됐다.
폴댄스에 있어서 손으로 폴을 잡는 방법, 그립은 생각보다 정말 중요하다. 폴은 그냥 손으로 잡으면 되는거 아닌가 싶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그립이 있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린다는 말이 있듯이, 다 된 콤보에 그립 하나 잘못 해서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른손과 왼손의 그립은 대부분 다르게 작동한다. 손으로 폴을 어떻게 잡느냐는 폴을 밀어줄 것이냐, 당겨줄 것이냐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은 완전히 상반되는 힘의 작동이니까, 어떤 그립을 할 것이냐는 그만큼 힘의 작동을 달리 만든다. 밀어야 할 때 당겨주거나, 당겨야 할 때 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콤보가 끝나지 말아야 할 때 끝나 버린다.
그립 외우는데도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이번에는 왼손을 위로 당기는 힘, 오른손은 팔을 펴지 않고 배꼽방향으로 안쪽으로 구부려 밀어주는 힘으로 잡았다. 한 손을 당기고, 한 손은 민다.
오늘도 새로운 그립의 이름을 듣고 작명한 사람이 누굴까 정말 기발하다 생각했다. 오늘 동작에서 그립의 중요성을 정말 많이 느꼈다. 오늘 콤보에서 건그립과 브라켓 그립으로 인해 폴에서 내 몸을 딱 고정해주는 것처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었다. 건그립을 한 손은 절대 피지 않고 배꼽방향으로 구부려줬는데 건그립을 하기 위해 몸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폴 아래서 연습했다. 선생님은 오히려 폴 위에 올라가 연습하는 것 보다 폴 아래서 연습하는게 훨씬 어려울 거라 했다.
그래서 올라가서 연습했다. 폴 위에 올라가 양 엘보를 걸리게 폴을 끌어안고 무릎과 무릎 사이에 폴을 끼우는 동작인 프리티를 했다.
그 다음 ‘이지 주주바’라는 동작을 했는데, 접고 있던 오른 다리를 펴서 발바닥을 폴에 댄 채로 오른 겨드랑이에 폴을 끼워주고 나머지 왼 다리는 접어 오른 허벅지 위에 발바닥을 대어준다. 나는 오른 발바닥을 폴에 대는 것이 헷갈려서 계속 버벅거렸다. 폴 뒤에서 발바닥을 대어야 하는지, 아니면 폴 앞에서 발바닥을 대야하는지 헷갈렸던 것인데, 폴 앞에서 대어야 한다. 맨날 헷갈려서 선생님에게 혼난다.
이때 오른손은 왼 무릎을 잡아 주고 왼손은 폴에서 떼어준다. 이때 왼손을 등 뒤로 폴을 잡아주는데 턴테이블 그립이 아닌, 아까 배웠던 건그립으로 잡아준다. 건그립으로 잡고 다리를 풀어 몸을 완전히 폴에서 떨어트려준다. 신기한 동작이다. 이런 비유가 또 신기한데 인간 병따개가 된 기분이다. 선생님이 “조금만 더 버텨요!”라고 외치는데, 그 조금을 버티고 나면 금방이라도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버티고 난 후 새드라는 동작을 했다.
역시 나는 턴테이블이건, 건그립이건 뒤로 폴을 잡는 게 아직까지는 어렵다. 그래도 지난 수업 보다는 낫다. 뒤로 가 있던 왼손을 폴 위를 높게 잡고 오른손은 건그립으로 아래로 잡아 두 다리를 허공에 띄운다. 그러면 아까 폴 아래에서 배웠던 브라켓그립을 하는 거다. 이때 다리가 폴 안쪽으로 말리지 않도록 뒤로 뻗어준다.
그 다음 새드라는 동작을 했는데, 말 그대로 슬퍼보이게 연기해주는 것이 포인트다. 브라켓 그립을 했던 그 상태는 폴에 두 다리에 띄워진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폴에 두 다리를 클라임 다리를 해서 포갠다. 선생님께서는 “클라임 발을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클라임발은 거꾸로 세워놓은 꽃잎처럼 플렉스가 안 되고 예쁘게 앞뒤로 발끝 포인이 되도록 해두는 것이 좋다. 오른 무릎과 왼 무릎도 의식적으로 나란히 있도록 걸어야 한다.
플레어링을 한 후 폴에 처음 클라임 할 때의 발 모양을 해주면 된다. 그 상태에서 폴을 오금 걸어 끌어안아 주면 새드라는 동작이 완성 된다. 이때 클라임발을 좀 더 깊에 폴 위에서 쭈구려 앉는 모양처럼 앉아주어야 폴에 더 안정감 있게 새드 동작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나는 새드라는 동작을 어정쩡한 자세처럼 앉아버려서 ‘sad’가 아니라 ‘bad’였다. 어쨌든 지난 수업에서 동작을 완성 하지 못 했던 것에 비하면 꽤 아픈 몸을 빠르게 회복한 편이었다. 지난 수업에서는 오랜만에 폴을 타서 의기소침한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생각보다 잘 되어 의기양양했던 편이다. 딱히 의기양양 할 만큼 폴을 잘 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영상을 찍을 때 매번 선생님께서 영상존을 새롭게 꾸미곤 했는데, 오늘은 예쁜 원형조형물들이 영상존에 예쁘게 비치되어 있었다. 특히 그림자가 예쁘게 나와서 수강생들끼리 그림자가 예쁘다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한 수강생이 “그림자만 찍어볼까요?”라고 제안했다.
인스타그램에는 그림자 버전 영상만 먼저 올렸다. “세일러문 같아!” 그런 댓글도 달렸다. 세일러문 변신하는 모습처럼 예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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