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폴댄스 에세이 「폴 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by 최서영

오늘은 한마디로 조급함 때문에 아쉬운 수업이었다. 폴을 타면서 비교하고 우위를 따져본 적은 있지만, 자격지심 때문에 수업이 휘둘려보기는 또 처음이다. 그간 내가 반에서 제일 못 하고, 나보다 훨씬 잘 하는 수강생들이 많아서 오히려 자격지심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보다 더 초보인 입문 수강생들이 들어오고 수강 회차가 늘어나면서 미미하지만 실력이 오른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게 되고, ‘이러다 지금 보다 더 나아지기는 커녕 뒤로 퇴보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을 느꼈다. 오늘 수업에서 조급함을 느꼈던 이유는, 수강생 중에 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수강생이 더 진도를 잘 나갔기 때문이었다. 오늘 실패한 동작은 ‘이지 알바트로스’다.


그 수강생이 첫 체험을 하러 왔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 수강생이 폴을 타는 순간 ‘아, 나를 금방 따라잡겠군’이라는 직감을 강하게 받았다. 그 수강생이 몇 번이나 수업을 들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예상컨대 10번도 안 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폴을 스무 번 탄 나보다 폴을 잘 탄다는 것은 내 예상을 훨씬 더 빨리 따라잡은 것이다.


그렇다. 열번이나, 스무번이나. 나중에 폴댄스 n년차가 되면, 실력이 거기서 거기다. 왜 그렇게 유난 떨며 자격지심을 느꼈을까. 돌이켜보면 후회가 된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다. 국가대표 폴댄서가 될 것도 아니고, 나중에 폴댄스 선생님이 될 것도 아닌데, 고작 아직 입문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가 누굴 평가하고, 경쟁심을 느낀다는 말인가. 몇 번 안 타본 나도 이렇듯 질투를 느끼고, 열패감을 느끼는데. 갑자기 동생한테 성을 내던 첫째 아이가 생각나 미안해졌다.


사실 나보다 먼저 배우고 나보다 잘 타는 수강생은 인원으로 따졌을 때 지금까지 무수했겠지만, 지금 내가 보는 앞에서 나를 앞지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경험이다.


모든 질투들이 먼지처럼 뭉쳐지니 실패요인을 더듬거리며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역시나 지난 수업에서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았던 ‘무게중심’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무게중심이 앞에 있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무게중심이 자꾸 뒤로 빠진다. ‘나도 모르게’가 항상 실패를 부추겼다. 바꾸고자 하면 모르면 안 된다. 알아야 하고, 직면해야 하고, 부딪혀야 한다. 내가 하는 모든 동작에 나도 모를 일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스포츠건 마찬가지겠지만 폴댄스는 메타인지가 정말 필요한 운동이다. 습관적인 동작들을 고치기 위해 인지해나가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동작은 실패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선생님의 응원과 수강생들의 박수소리를 받으며 폴에서 내려왔다. 두고 보자, 알바트로스. 다음에 만난다면 꼭 성공할거다.


폴댄스 인스타그램 계정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주바, 브라켓그립, 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