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냄새 나는 사람과 똥냄새 나는 사람 사이에 누워

워킹맘 다이어리

by 최서영

새벽 열두 시에 들어온 남편이 오전 열한 시가 되어서야 내 옆에 누웠다. 이를 닦았다고는 하지만, 몸속에서 올라오는 술 마신 사람의 냄새는 숨길 수가 없다. 나는 겨울이불로 코를 잠근다.


어젯밤에 만난 친구들 이야기를 늘어놓는 남편. 사실 나는 그 친구들 이야기가 재미있다. 남편이 은근슬쩍 발가락을 내 발 위에 비빈다. 매일 비닐장갑을 끼고 무좀약을 바르는 사람이, 유독 내게만은 맨살을 비벼댄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 엄지발가락 위가 가렵다. 연애 때는 설레기만 하던 백허그를 하는데, 술냄새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멀어진다. 결국 이 말이 튀어나온다.


“아유, 술냄새.”


그러자 남편도 지지 않겠다는 듯 말한다.


“여보는 입냄새 나거든.”


맨날 양치하고, 치석도 제거하고, 혀도 닦는데 왜 나는 입냄새가 날까. 괜히 억울하다. 서로의 냄새 공격에 어질하던 찰나, 첫째 조아가 암막커튼을 친 방 안으로 들어온다. 말없이 아빠와 엄마 사이, 없는 틈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다. 너무 귀여워서 안아준다. 안아주다 보니 뽀뽀도 하고 싶어 뽀뽀를 한다. 3초 뒤, 코를 막으며 아이가 말한다.


“똥 냄새.”


이 똥냄새의 범인은 남편일까, 나일까.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패딩을 입혀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미세먼지는 여전해도 공기에는 봄이 묻어난다. 마음을 간질일 듯 말 듯한 날씨. 목련도 봉우리를 맺었다.


우리는 조금 늦었다. 첫째가 분명 맨앞자리에 앉으라고 했는데, 도착해 보니 자리가 없어 맨 뒤에 앉았다.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학사모를 쓴 첫째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혹시 늦게 와서, 맨 뒷자리에 앉아서 서운했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엄마 아빠를 찾았다. 몇 번이고 웃으며 손을 흔든다.


보고 있어도, 자꾸 더 보고 싶다.


사람들은 생화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나는 이틀 전 쿠팡에서 급히 주문한 꽃인형 꽃다발을 들고 있다. 생화로 할걸 그랬나. 조금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나는 눈으로만 담을게. 사진은 여보가 찍어. 그 말도 후회가 된다. 사진도 많이 찍을 걸. 30 분만 더 일찍 올 걸. 다음은 없는데.


졸업식, 입학식 있는 2월과 3월 사이. 봄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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