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보고 오는 길, 무지개

by 최서영

“우와, 꽃밭이다.”

둘째가 묘지를 보며 말했다.

첫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여기 묘지 아니야?”


둘째를 친구에게 데려온 건 처음이었다. 원래 기일은 11월이다. 하지만 11월의 나는 도저히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그래서 3월에 왔다. 새학기가 시작된 날들 사이에서.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고 하늘이 맑았다.


“친구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해줬다. 1년 간 떠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친구에게 말을 잘 못 걸었다. 내가 기억하는 친구의 마지막 모습과 그때의 나는 좋은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 이름이 적힌 작은 비석을 가만히 만졌다.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1년이 지났는데도 내 마음은 아직도 그날에 있다. 아이들은 말했다. 친구를 만난다더니 친구는 어디 있냐고. 천국에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진짜 엄마 친구를 만날 줄 알았다고 했다. 멀리 차를 타고 왔으니까 조금 아쉬운 얼굴들이었다. 친구를 보러 갈 때는 울지 않는데 돌아오는 길에 계속 울었다. 아마 남편이 틀어준 플레이리스트 때문이었을 것이다.


넌 나를 사랑해 줘야 해

슬프게도 반짝이는

소멸 직전의 별처럼

넌 나를 사랑해 줘야 해
평범하길 빌어왔던
내일이 없을 것처럼


한로로 - 생존법


며칠 전에도 이 노래를 듣다가 밤을 새며 울었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가수의 노랫말은 자꾸 내 마음을 후벼팠다.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저 너머의 우리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한로로 - 0+0


“여보, 미안한데 노래 좀 바꿔줄래?”

그제야 다른 노래가 흘러나왔다.

겨우 마음을 달래고 눈물을 멈췄을 때 첫째가 말했다.

“엄마, 저거 무지개 아니야?”

엄청나게 큰 무지개였다. 살면서 그렇게 큰 무지개는 처음이었다.


잘 있구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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