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도 환한 꽃그늘

_ 엄마

by 최서영

저리도 환한 꽃그늘 _ 엄마

여자는 뒷동산이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집 마루에서 멀리 버덩마을까지 바라보며 언젠가는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 밤늦도록 시를 쓰다 잠든 날은 꿈속에서도 퇴고를 하느라 애쓰다 깨어나곤 했다.

여자는 등단한지 5년 만에 첫 시집을 출간한 후 지금까지 세 권의 시집을 세상에 더 내보내 게 되었다. 세 번째 시집 『바람의 독서』에 실린 ‘사람도서관’이라는 작품으로 강원문인협회에서 주는 강원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설악문화포럼에서 수상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주어서 지인들과 즐거운 저녁 한 때를 보냈다. 특히 네 번째 시집 『복사꽃 소금』은 아픈 손가락이다. 이 시집은 신장이식을 앞두고 출간 했고, 투병의 기록들이라 시집을 읽고 마음 아파하거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출간한지 1년 만에 문학동인 물소리시낭송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줘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친한 친구들이 축가와 축하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딸과 지인들이 시를 낭송해줘서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얻게 되었다. 여자는 자신 삶의 족적인 네 권의 시집을 가슴에 안고 빙긋이 웃을 때가 있다.


<저리도 환한 꽃그늘>

자꾸만 불러내고 있다

꽃망울 툭, 툭 터뜨리며

제 마음 보여주고 있다

꽃그늘 아래서 속엣말 터 놓아보라고

나를 떠났던 내게

자신만의 지문을 가져보라고

저리도 환한 차일을 쳐주고 있는 마음

생의 하루하루는

나를 읽는 날의 연속이 아니겠냐고

제발 꽃피워보라고

꽃그늘 드리우는 사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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