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동생
돈 덜 드는 마케팅, 돈 버는 마케팅 _ 동생
디지털마케팅이 막 부상하기 시작한 2010년대 즈음. 몇몇 기업에서 SNS 채널을 개설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가 대학생이었던 시절, '디지털마케팅'을 주제로 졸업논문까지 썼드랬다. 제출 후 다시는 보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글이었지만. 그 정도로 2010년대에는 '소셜', '디지털'이 가장 핫한 키워드였다.
그렇게 다들 얼레벌레 다급히 막내들을 시켜 디지털마케팅을 시작한다. 그것은 디지털마케팅이 세일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느껴져서 일 수도 있고, '요즘 감성'을 잘 아는 것이 막내들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내가 입사해서 디지털마케팅 담당자가 되었을 때는 제법 성공적인 마케팅 성과를 일궈낸 기업들이 나타난 상황이었다.(거기엔 언니의 성공적인 사례도 포함이 되었다) 나 역시 나름 개방적인 사내 분위기에서 나름의 자유와 책임을 가지고 회사 소셜 채널을 운영했고,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다.
디지털마케팅 담당자로서 8년차가 된 지금, 주변 회사들의 현실을 보면, 10년 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고,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류가 되었어도 대부분 기업(특히 역사와 전통을 지닌 기업들)에는 디지털마케팅이 '돈 덜 드는 마케팅' 혹은 '올리기만 하면 세상에 널리널리 퍼지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일단, 디지털마케팅에는 돈이 든다.
다른 마케팅/영업 tool보다는 투입비용이 낮을 수 있어도, 무일푼으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굉장히 낮은 확률이다. 담당자가 무일푼으로 맨 땅에 헤딩을 하기도 하고, 돈을 들여 크리에이터를 섭외하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 어쩌다 터지는 게 디지털마케팅인 것이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성과측정'. 직접적인 성과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좋아요 몇 개, 댓글 몇 개 달리는지는 알 수 있어도 '그래서 우리 상품 몇 대 팔았어?'라고 물으면 증명할 길이 없는 것이다. 코틀러 할아버지가 와도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라, 그것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노벨 평화상 감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결국, 디지털마케팅 담당자들의 첫 번째 업무는 '내부 설득'이 되고 만다.
현 상황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업무이기에 나 역시 고민이 많다.
'내 업무가 회사에서 왜 가치 있는가?'는 디지털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그 누구든 계속해서 증명해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매년 보고 자료를 만든다. 온라인 고객 조사나 캠페인 집행 전후 상품 판매량의 변화, 어워드 출품 등 온갖 다양한 루트로 디지털마케팅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 어려운 부분은,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갈림길이다.
둘은 공존할 수도 있고, 대립될 수도 있는 개념이다. 저관여 제품이라면 공존이 가능할 수 있지만, 고관여 제품들은 대립까진 아니어도 병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 번 구매하면 최소 3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을 가지고 기똥찬 디지털 콘텐츠로 영상 조회수 1천만뷰를 찍어도, 즉각적인 세일즈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마음 속 1위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 잡는다면, 지금 사용 중인 제품의 족쇄가 끝나는 시점에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기다려 주지 않거나 신뢰하지 않는 임원들이 많기에 디지털마케팅 담당자들의 고충이 커지곤 하지만. 그럼에도 끊임 없이 설득하고,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소셜 담당자들의 숙명인 것이다.
어찌되었든, 디지털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10년 전보다 훨씬 올라와있고,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시대적 변화는 나 같은 ‘디지털마케팅 고인물’로서 반가운 일이지만, 잘 나가는 다른 기업 사례를 보며 '나는 왜 저런 걸 생각하지 못 했을까' 부러워하면서 씁쓸할 때가 많다.
남이 하는 것이 쉬워 보이면 그건 그 사람이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돈 덜 들고 돈 버는 디지털마케팅이라는 게 세상에 없는 존재는 아니기에 '일 잘 하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 이것저것 시도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