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엄마
구름방정식 _ 엄마
딸의 글을 읽으며 자신의 호롱불을 자주 들여다본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아려온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도 딸처럼 계약직 직원들이 꽤 있다. 딸을 생각하며 그들과 가끔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계약직 직원들이 재계약을 했어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얼굴을 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 아프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라는 책장을 세심히 넘기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등을 다독여 준다. 10년간 잘 하는 일에 집중해 온 딸을 대견해하며, 응원해 왔다. 이제 좋아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짬을 내어 글을 쓰면서 몸과 마음이 환해지는 딸의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쁘다. 나도 그 곁에서 환해진다.
나는 37년간 교직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지냈다. 교직 이외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시를 쓰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일이다. 내 일과 관련된 책은 출간한 적은 없지만 시집은 네 권 출간해 세상에 내보냈다.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성장해 세상에 나가 건실하게 살아가며 가끔 연락을 해오면 가르친 보람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나와 함께 한 시간을 이야기 하며 빙그레 웃음 짓는 순간 나도 그 시절로 돌아가 환하게 웃게 된다. 누군가 내 시집에 실린 시를 읽고 위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시 쓴 기쁨을 느끼며 더 나은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이 비중이 더 크냐고 물어보면 반반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먼 훗날 딸과 나란히 앉아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 할 날이 있을 것이다. 무수한 노력의 시간들과 딸만의 방정식에 대해 두 손을 꼭 잡고 웃으며 정담을 나눌 날을 기대해 본다.
<구름 방정식>
마침내 어딘가에서 만나는 것이 구름의 일이라며 다독이는 저녁
구름 방정식 풀면 날씨가 보인다고
구름 물리학자 쿠리치 씨 말하지만
쉽지 않은 날이 이어지고
새털구름, 뭉개구름, 소나기구름, 안개구름, 두루마리구름, 면사포구름, 비늘구름
이런 마음에서 배어나오는 한나절
만나지도 못한 채
어느 산정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해도
흘러 흘러 다시 가랑비로
그 마주침을 고대하는 사이
구름 씨앗 하염없이 기다리다
잔주름 늘어가는 사이
다시금구름, 제아무리구름, 어쩌다구름, 그러니까구름, 하여튼구름, 시나브로구름, 가뭇없이구름에 스며드는 날
당신이 내게로 오는 사이
높은 산을 만나 좀 더디게 오는 사이
글썽이는 마음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사이
널어 말리지 못한 마음을
그렇게 한 백 년 군불 때며
울먹이는 마음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하나 서성거리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