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엄마
첫째 딸을 키우면서 외모와 성격이 나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단다. 물론 ‘마음의 여유 있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라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내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무슨 일이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거의 모든 일을 일찌감치 해놓으며 살아왔다. 나는 방학 중에도 도서관 등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러 다녔고,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늘 피곤해 하면서도 여행을 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차게 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여행 체질이라고 동행들이 놀리곤 했다. 여행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신장이식 후에는 좀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임의 수를 줄이고, 영화보기, 산책하기 등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고 있다.
조아의 잠든 뒤통수를 향해 ‘엄마, 다녀올 게’라고 인사하며 출근하는 딸의 모습을 생각하니 딸 아이를 키울 때의 나로 돌아가게 된다. 출근할 때마다 딸의 울음소리가 골목까지 따라오던 그 때로. 둘째를 임신했던 그 해 여름방학에 춘천에서 40일간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왔다가면서 연수를 받았다. 한 번은 친정에 다녀오느라 2주일 만에 집에 왔는데 ‘서영아, 엄마 왔어’하며 인사하니 열었던 방문을 ‘쿵’ 하고 닫아버렸다 내 가슴에서도 ‘쿵’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엄마와 아기 사이엔 마음의 길이 있다. 탯줄은 이미 잘랐지만 사랑으로 이어진 길이 있다. 가끔 배꼽을 보며 엄마와 이어졌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팔순의 친정어머니가 나와의 통화 끝에 꼭 건네는 말이 있다. ‘우리 딸, 늘 조심하렴.’ 아주 평범한 말이지만 어머니가 이 세상 떠나고 나면 가장 마음에 남을 말이다.
오늘은 이틀간 비가 내리고 난 후 활짝 개였다. 이런 날엔 ‘나비의 길’이 소리내어 읽는 것이좋을 것 같다. 엄마와 나, 그리고 딸들이 걸어온 길도 이 세상에 남을 텐데 어떤 무늬로 남을까. 정해진 길만 날아다닌다는 호랑나비를 생각하며 천천히 시를 읽어보게 된다.
정해진 길만 따라 날아다닌다는
호랑나비
그 길이 산길일 수도,
모퉁이 길일 수도 있겠지
우회도로, 지름길도 없는 삶
지면에 남아있는 물로
소금기 빠진 몸을 축이며
묵묵히 나비길을 내고 있는
호랑나비떼
비에도 젖지 않는 그들의 날개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