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온다

_엄마

by 최서영

※ 본 에세이는 언니와 동생, 시인 엄마, 극작가 아빠 4인의 릴레이 에세이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엄마를 마주 할 날이 많을 거라는 글을 읽으며 내게도 친정엄마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느 날 퇴근길에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중에 자동차 안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보여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내 모습 속에는 수많은 내 가족이 들어 있음을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첫째 딸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드디어 꽃을 피웠다고 우리 가족들은 말하곤 한다. 우리는 제 언니를 모델 삼아 대학생활을 하는 둘째에게 박수를 보내곤 했다. 언니가 먼저 간 길을 촘촘히 살피면서 가는 딸의 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우리 딸들은 사춘기를 무난히 넘긴 거며, 대학 진학을 수시로 간 것도 같고, 졸업 후 취업이 바로 된 것 등 닮은 점이 참 많았다. 우리 부부는 자주 자식 복이 많다며 웃곤 한다.


모범적인 학창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딸을 보면서 참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둘째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인 것 같은데 친지들이 우리집 거실에 모여 웃고, 떠들고 있는데 딸애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 둘째에게는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내 마음이 편했다. 대학 합격 발표가 있던 날 내게 방목해줘서 고압다고 말한 것을 딸아이가 기억하고 있을까? 이런 DNA는 윗대 조상 때부터 시작되었을 거다. 내 할아버지는 막내 삼촌이 할머니 뱃속에 있을 때 돌아가셨는데 서당에서 훈장을 하셨고, 한시를 쓰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를 가장 많이 이어받은 게 바로 나라고 친정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손주들은 누구의 성정을 닮아갈까 기대된다.


한 알갱이의 소금이 만들어 지는 과정 중에 바람, 햇살이 필요하듯 한 사람이 세상에 오기까지 어마어마한 일들이 있었던 거다. 지극한 시간들이 모여 한 인간이 제대로 세상에 발걸음을 뗄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은 남편과 남도에 있는 커다란 염전을 보고 온 후 쓴 <소금이 온다>를 딸들에게 보낸다. 느리고 나지막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천천히 걸음을 떼듯 이 시를 읽으라는 말과 함께.


<소금이 온다>


바람이 오네

해는 짧고 가야 할 길은 멀고


구름이 오네

이렇게 또 하루가 가네


세찬 빗줄기,

더디 가는 하루


햇살, 바람, 구름을 필사하다

물은 거기서 느릿느릿 꽃을 피웠다


절정의 순간


저리도 지극한 시간 향해 세상에서 하는 말


소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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