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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Mar 08. 2021

육아 유튜브를 그만 두는 이유

제목만 보고 놀라 들어오는 구독자가 있을 것이다. 잘 오셨다. 이 글은 바로 당신을 위한 글이다. 임산부 시절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으니, 우리의 유튜브는 우리 딸 나이와 같다. 그래도 꽤 오래 버텼다고 나는 자찬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으니 지금 육아 유튜브를 그만두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자책도 하고 싶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분명 내 얼굴만 나왔다. 가끔 철 없이 구는 남편이 찬조 출연하였으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유튜브 채널에 이름은 미니부부이지만 이 채널은 사실  부부채널이 아니었다. 온전히 최서영이라는 한 사람이, 배불뚝이 임산부가 일궜던 성과였다. 촬영도 내가 하고, 출연도 내가 하고, 편집도 내가 하고, 발행도 내가 했다. 광고료가 보상으로 따라왔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 유튜브 채널의 지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내 얼굴보다 아이의 얼굴을 더 궁금해했다. 나보다 훨씬 귀엽고 훨씬 예쁘니까. 그런데 그게 아마도 문제의 시작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모든 일이 아이의 사전 동의 없이 시작된 일이라는 걸 외면하려고 해도 내가 이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늘 다시 원점에서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내 머릿 속 계산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이 모든게 단기계획만 짜고 중장기 계획을 짜지 않고 시작한 결과다.


사실 처음에는 일주일에 세번 올라가던 영상을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이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여겼다. 그래서 회차를 줄였다. 그런데 웬걸. 내 마음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 역시 그만두어야 하나? 그런 거였어. 그만두어야 하나보다. 이게 뭐라고. 엄청나게 미련이 많이 남았다. 회사 밖에 모르던 바보가 처음으로 회사 밖 일을 온전히 내 힘으로 일궈본 경험이었기 때문에. 


유튜브를 시작한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고 있는거다. 글 다음엔 또 뭐가 있을까.


눈치 빠른 구독자분이시라면, 최서영이라는 사람의 성격을 이미 알고 계실 것 같다. 지독하고 집요함을. 유튜브는 그런 면에서 최서영이라는 사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몸이 아프고 피곤해도 밤을 새서라도 유튜브를 발행하는 지독함.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라운건 영상의 퀄리티가 말도 안 되게 형편 없었다는 것. 형편 없는 영상을 꾸준하게 발행하는 당당함. 영상 속 메시지는 너무나 지극히 개인적이고 불친절해서 영상을 시청하는 분들에게는 보편적 정서를 불러일으키지 못 했다는 점. 영상을 발행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점. 실제로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그 자각이 고민의 시작이 되었다. 적당한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어 시작한 유튜브가 공감을 잃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볼 땐 지금 꽂혀버린 글이라는 것도 그런 위기 속에 놓여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쩌겠나 꽂혀버린 걸. 최서영이라는 사람은 꽂히면 일단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래도 가끔 영상에 달린 댓글이나 디엠으로 나를 울린 사람들이 꽤 있다. 그 글의 정성이 전율을 주던 순간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그 구독자도 나처럼 자신의 글이 사족이라 여겼는지 썼다가 지우는 것도 봤다. 나는 봤다. 다 봤다. 햇수로 3년이나 유튜브를 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뻘짓거리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 조력자들. 그래도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은 열심히 근황이 업로드 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조금의 여지는 주고 이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최근 구매한 고프로가 어제 택배로 도착했다. 미니부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영상을 그래도 계속 만들어보려는 계획이다. 유튜브 그만둔단 소리 아니었어요? 네, 아닙니다. 육아 유튜브를 그만두겠습니다. 휴방 하다가 돌아오도록 할게요. 당장 앞에 놓인 것들을 해결하는 삶보다, 가끔 누락되더라도 가는 방향은 내 마음에 드는 삶을 살고 싶다.  


이번엔 정말로 그래도 카메라값은 버는 보편적 공감을 받고 싶다. 보편적 공감. 그게 정말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분야에서 시급하다. 그러나 급급하지 말 것. 조금 더 친절해질 것. 그게 언제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하여간 최서영은 일벌리기 선수라니깐. 


와! 벌써 구독자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미니버거님들, 안녕히 가세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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