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돼볼게-
올림픽이 있던 해에 태어났다. 그해 여름, 대한민국은 열기로 들끓었고, 희망의 노래가 곳곳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컬러 TV에서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빛에 눈을 밝혔고, 처음 맛보는 해외여행의 자유로 가슴에 설렘이 가득했다. 나는 그 열기와 설렘을 흠뻑 머금은 채 태어났다. 여름 과실의 달콤한 즙처럼, 과꽃의 화사한 빛깔처럼 내 삶은 풍요로웠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것이 내 삶의 온도를 결정짓는 첫 순간이었다.
삶의 온도를 오르내리게 하는 것이 돈과 사람임을 깨닫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공모전 상금과 사랑의 열기에 온도가 치솟았고, 대출이자와 이별의 슬픔에 온도가 차갑게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나는 온도를 지키기 위해 몸을 둥글게 말고 버텼다. 겁은 나를 열기를 머금고 뱉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며, 내 마음과 몸의 온도를 지켜냈다.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아는 것, 그것은 어른이 된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