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브 잇』
어서 오세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인생을 바꾸는 ‘우물 밖 청개구리’ 우구리입니다.
오늘은 자기 집 거실에서 ‘잇 코스메틱’을 창업하여 성공한 끝에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명단에 오른 제이미 컨 리마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녀의 책 ⟪빌리브 잇⟫에는 그녀의 힘들었던 가족사, 그녀의 꿈과 꿈을 포기한 이유, ‘잇 코스메틱’을 창업하고 눈물로 지새웠던 거절당하는 삶,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 ‘잇 코스메틱’을 미국 대표 메이크업 브랜드로 성장시킨 과정과 더불어 그녀 내면의 성장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가장 빛나는 점은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의 삶을 깨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사회에 당당하게 내놓은 제이미 컨 리마의 용기입니다. 그녀는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상식, 관습, 미덕이라는 기존 규칙을 깨고 직감이 이끄는 대로 자기 목소리를 냈습니다. 때문에 비난과 욕설이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고, 그녀는 괴로움에 발버둥 치면서도 끝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가 잘 나오고 인정받는 여성은 뛰어난 몸매와 외모를 갖추었거나 완벽한 엄마라고 제이미는 말합니다. 즉 미국 사회는 몸매와 외모가 뛰어난 여성 또는 완벽한 엄마인 여성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 사회는 여성에게 ‘몸매와 외모를 가꾸어라’, ‘엄마로서 완벽한 모습을 갖추어라’라고 요구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미국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합니다. 뷰티 업계의 광고와 인스타그램 속 여성의 모습은 한결같이 뛰어난 몸매와 피부를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사회의 여성들은 자신의 성취나 업적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칭찬을 듣더라도 자기를 깎아내리는 식으로 겸손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가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성이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거나 칭찬을 받고도 겸손하지 않으면 ‘어디 여자가 건방지게!’ 또는 ‘네가 얼마나 잘났다고?!’라는 시선을 받는다고 합니다.
미국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겸손해야 하고 몸매와 외모를 가꾸어야 하며 엄마로서 완벽한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심지어 여성들끼리도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길러진다고 합니다.
제이미는 ‘아이비리그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생’ 시절 다양한 매력을 지닌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일에 매료되었습니다. 그곳에 자신의 꿈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 제이미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길 대신 방속국을 선택했습니다. 제이미는 오프라 윈프리 같은 토크쇼 진행자가 되기를 꿈꾸며 방송국 일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이미는 주사 병변을 앓고 있었습니다. 주사 병변이란 붉은 반점이 올라오는 만성 피부질환입니다. 제이미는 컨디션이 떨어질 때마다 얼굴에 거친 빨간 반점이 피어올랐고, 깨끗하지 못한 피부 때문에 결국 방송국 일을 하지 못할 거란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주사 병변을 가릴 마땅한 화장품을 찾지 못하던 제이미는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만큼 이 세상에는 나처럼 자신에게 맞는 메이크업 제품을 찾지 못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중략)
수많은 뷰티 기업이 있었지만 그중에 나처럼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을 고객층으로 삼거나, 나를 닮은 여성의 사진을 제품 홍보에 사용하는 곳이 전무했다. 전부 과도하게 포토샵 하고 필터를 덧씌우고 변형해서, 사실상 비현실적인 여성의 이미지만 사용하고 있었다. 광고 속 ‘선망되는’ 여성들은 공감이 가지 않을뿐더러 진짜가 아니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아름답지 않거나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제이미 컨 리마, 빌리브 잇, 한원희 옮김, 유노북스, 2021, p.19-20
그날 이후 제이미는 자신의 운명이 방송이 아닌 뷰티 기업에 있다고 느꼈고, ‘잇 코스메틱’을 창업합니다.
제이미는 모든 여성이 자신을 아름답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매력적인 몸매와 외모, 완벽한 엄마라는 기준을 떠나 모든 여성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모든 여성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제 여정의 다음 목적지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과 연결돼 지금보다 더 위대한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을 창조하고 여성들이 본연의 모습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고 그들이 최고의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저 자신이 그릇으로 쓰일 수 있다고 믿으며, 그들을 위해 저 자신을 낮춰 질문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두려움과 대면하는 일에 쓰여서 여성들이 가장 당당한 자신과 연결돼 주어진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모든 여정이 저를 이곳으로 인도했다고 믿습니다.
제이미 컨 리마, 빌리브 잇, 한원희 옮김, 유노북스, 2021, p.303
제이미는 꿈이 아닌 운명이 이끄는 삶을 살았습니다. 토크쇼 진행자라는 꿈을 포기하고 여성 삶의 개선을 위한 그릇으로 쓰이라는 신의 의도를 따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전영애 옮김, 2000(2판), p.123
헤르만 헤세는 ‘알(기존 세계)을 깨뜨려야만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온전한 나, 주체적인 나,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나를 발견하는데 기존 세계의 틀이 방해되기 때문입니다.
제이미는 미국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이 여성을 괴롭힌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사회라는 알과 상관없이 모든 여성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제이미는 미국 사회에 투쟁하기 위해 ‘피부에 좋으면서 나이, 피부 유형, 피부 톤과 관계없이 잘 받고,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커버력이 좋으면서도 가면을 쓴 것 같지 않은 색조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잇 코스메틱’을 창업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많은 여성들이 ‘잇 코스메틱’을 선택했고, 끝내 미국 주류 뷰티 업계 또한 ‘잇 코스메틱’을 인정하게 됩니다. 제이미는 거대 기업 ‘로레알’에 ‘잇 코스메틱’을 12억 달러에 팔 수 있었고, 2017년 미국 뷰티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CEW 공로상’을 받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제이미는 자신의 뜻대로 미국 사회란 알을 깨부수었던 걸까요? 미국 사회의 여성들은 ‘잇 코스메틱’ 제품을 바르며 미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걸까요? 저는 사실 그렇지 못한 거 같아서 아쉽습니다. 오히려 제이미가 미국 여성들의 ‘나도 예뻐지고 싶다’는 욕구를 잘 자극하여 미국 주류 사회에 인정받게 된 건 아닐까요?
미국 여성들은 기존 뷰티 업계의 제품이 아쉬웠을 겁니다. 어느 정도 피부가 좋은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잇 코스메틱’의 제품은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적합했고, 덕분에 많은 여성들이 ‘나도 예뻐질 수 있는 제품을 찾았어!’라며 기뻐했을 겁니다.
또한 제이미는 대기업 로레알에 선택받았을 때, 그리고 CEW 공로상을 받고 이사로 초빙되었을 때 비로소 신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즉 제이미는 돈과 권력의 인정을 받았을 때야 비로소 운명의 완성을 느낍니다.
결국 제이미는 미국 사회란 알을 깨부수었다기보다는 미국 사회란 알 속 기득권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들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습니다!’보다는 ‘여성들도 기득권이 될 수 있습니다!’가 제이미에게 어울리는 문장이 아닐까요?
제이미가 미국 사회란 알을 깨부수지는 못했더라도 제이미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잇 코스메틱’ 덕분에 피부 스트레스를 덜은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하고, 여성 또한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제 수준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영향을 미친 대단한 사람입니다.
지난 ⟪데미안⟫ 독서감상문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온전한 나’를 찾고 있습니다. 제 안에서 올라오는 충동과 유혹들을 도덕이란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오히려 존중하며 사랑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한국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대로만 살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제 안에 솟아오르는 충동과 유혹들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삶을 살 겁니다.
그런데 자기 계발서들의 조언대로 꿈과 목표를 생각하다 보면 다시금 알에 갇히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 출간 작가가 되겠다’, ‘아이와 보호자들에게 인정받는 초등 교사가 되겠다’, ‘재미있는 강연으로 인기 강사가 되겠다’와 같은 것들입니다. 알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꿈과 목표’에 이르면 다시 알의 인정에 갇힙니다.
그만큼 저는 외부의 인정에 목마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참 허탈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을 깨고 자유롭고 싶다면서 결국 알의 인정에 목말라 있다니.
제이미 컨 리마는 ⟪빌리브 잇⟫에서 직감과 직관을 강조합니다.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마음속에서 전문가들을 숭배하는 것을 멈추고 직관을 따라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 주는 우리 안의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정의한다.
제이미 컨 리마, 빌리브 잇, 한원희 옮김, 유노북스, 2021, p.55
그리고 직감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강조합니다.
‘당신이 바로 힘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우리가 매일 아침 일어나 눈을 떴을 때 우리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질문이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와 힘을 사랑받는 데 쓸 것인가, 아니면 용감해지는 데 쓸 것인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함을 택할 것인가? 현상 유지에서 탈피할 것인가, 아니면 안락함에 기대 무뎌질 것인가?
제이미 컨 리마, 빌리브 잇, 한원희 옮김, 유노북스, 2021, p.209
저는 제이미가 언젠가는 진정 알을 깨고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자기 내면의 충동과 유혹의 목소리, 즉 직감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직감을 따를 수 있는 용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그녀가 알을 온전히 깨지는 못했습니다만 분명 그녀의 직감은 미국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에 반하는 것이었고, 용감하게 그 틀에 맞서왔습니다. 지금까지 그녀의 실천이 미국 사회란 알에 갇혀있는 듯 보이지만, 분명 그녀는 계속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들을 것입니다.
제이미 덕에 여전히 알의 선택을 간절히 바라는 제 모습을 마주했습니다. 그러나 저 또한 제이미처럼 끊임없이 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겁니다. 그리고 끝내 한국 사회란 틀이 없어도 분명한 저의 존재를 세울 겁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나는 분명 그럴 거야’라는 확신이 피어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