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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뚫기 Oct 04. 2023

자립 + 고유성 = 핵개인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송길영 지음 (2/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집단주의와 권위주의가 무너지고 사리진 빈자리를 무엇이 채우게 될까요? 송길영 작가님은 ‘핵개인의 시대’가 올 거라고 예보합니다. ‘핵개인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핵개인의 시대’에서 개인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그리고 ‘핵개인의 시대’에서 개인이 쓰게 될 서사는 어떠할까요?


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교보문고, 2023


4. 우리 이제 자립합니다. 핵개인의 시대


로봇의 핵심은 물리적, 정서적 행위의 자동화입니다. AI의 핵심은 지능적, 창조적 활동의 자동화입니다. 결국 인간은 창조적 활동, 지능적 활동, 육체적 활동, 정서적 활동 그 모든 영역에서 로봇, AI와 함께하게 될 운명입니다.

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교보문고, 2023, p.104


로봇은 물리적 행위, 단순 반복 노동을 잘합니다. 그런데 정서적 행위의 반복도 잘한다고 합니다. 로봇은 비인격적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일관되게 응대합니다. 치매 환자가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여 물어도 로봇은 짜증 내지 않습니다. 또한 관계 맺는 걸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들은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 로봇 종업원을 편하게 느낍니다.


로봇은 사람의 ‘물리적 자립’을 도와줍니다.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아파도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보살핌이 없어도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으니 홀로 되는 공포에서 다소나마 자유로워집니다.


반면 생성형 AI는 지능적, 창조적 활동을 잘합니다. 인터넷상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정보를 종합하여 효율적인 답을 척척 내놓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글, 그림, 음악 등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품을 척척 내놓습니다.


AI는 사람의 ‘정신적 자립’을 도와줍니다. 사람들은 AI를 정신적 길잡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면 AI는 순식간에 자료를 조사·종합·분석·해석해 줍니다. 사람들은 AI의 안내를 참고하여 자신이 나아갈 길을 탐색하고 결정합니다. 때때로 AI의 창작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할 겁니다.


물리적·정신적으로 자립한 개인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핵개인이라고 말합니다. 즉 핵개인들은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진 존재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5.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프로바이더


기업과 직원의 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기업은 두뇌, 직원은 수족(손발)이었습니다. 기업이 일을 시키면 직원은 시킨 일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직원들이 두뇌, 기업은 인재들이 모일 수 있도록 돕는 중개소입니다.


송길영 작가님은 이를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프로바이더라고 부릅니다. 즉 개인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역할을 하고, 기업은 개인들이 협업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플랫폼 프로바이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기업과 직원의 관계가 이렇게 변화한 것은 지능화 그리고 가속화된 시대 변화 때문입니다.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일관성보다는 창조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상하관계가 뚜렷할수록, 기업은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지게 됩니다. 그럼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을 쪼개야 할까요?


기업은 다양성과 창조성을 얻기 위해 서로 다른 고유성을 지닌 핵개인들을 영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협업할 수 있는 환경, 즉 플랫폼을 제공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해결해야 할 문제 수에 따라 프로젝트 팀을 만들고, 팀에 필요한 핵개인을 찾아 영입하고, 그들이 최고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합니다.



6. 핵개인이 되려면?


핵개인은 삶의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자기 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핵개인이 되려면 두 가지가 꼭 필요합니다. 첫째는 자립, 둘째는 고유성입니다.


첫째, 자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능화 시대에 자립하려면 ‘AI와 소통하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AI를 잘 활용할수록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과 AI의 소통은 ‘논리적인 말’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AI가 알아먹을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둘째, 고유한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잠깐 김연수 작가님의 이야기 공식을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캐릭터 + 욕망) / 방해물 = 이야기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 + 그에게 없는 것) / 세상의 갖은 방해 = 생고생(하는 이야기)

김연수,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2014


고유한 존재는 고유한 서사를 지닌 존재를 말합니다. 서사란 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세상의 온갖 방해물을 만나 생고생하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고유한 존재가 되려면 자신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도전하여 생고생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얼마나 치열하게 생고생을 했는지에 따라 서사의 힘이 달라집니다.


정리하자면 핵개인이 되려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고유한 서사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고유한 서사를 혼자 간직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여 영입하는 시대가 될 겁니다. 따라서 나의 고유한 서사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들은 깃허브라는 플랫폼에 자신의 결과물을 올리고 서로 평가합니다. 개발자가 필요한 기업들은 깃허브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개발자들을 주시하고 영입합니다. 한편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립니다. 기업들은 프로젝트에 적합한 서사를 가진 유튜버들과 협업하거나 유튜버에게 광고를 맡깁니다.


요즘은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깃허브 등 개인의 서사를 공유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플랫폼에는 개인 서사의 결과가 누적되고 누적된 결과는 곧 서사의 과정이 됩니다. 즉 개인 서사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7. 나도 핵개인?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가의 일⟫과 연결 지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핵개인은 고유한 서사를 지닌 존재’라는 메시지가 어떠셨나요? 저는 무척이나 핵개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습니다.


요즘 저의 욕망 중 하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입니다. 그런데 막연한 질문은 막연한 답만 주더라고요. 제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지, 잘 쓴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제가 저의 욕망을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알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글쓰기 관련 책을 이것저것 읽어보고 있습니다. 어떤 글쓰기 책에 유독 관심이 가는지 살피면서 제가 원하는 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답은 간단하더라고요. 지금 제가 쓰는 글,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다음 질문은 ‘잘 쓴다는 기준이 무엇일까?’인데,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을 눌러주는 걸 바라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자연스레 ‘잘 전달되는 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은 무엇일까?’란 질문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볍게 정리하자면 저는 ‘도서 인플루언서, 유명 블로거’가 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 욕망을 실현하자니 방해물은 부족한 저의 능력입니다. 그럼 능력을 키우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꾸준히 독서를 해야겠죠?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 그 결과물의 누적, 그 결과 제 욕망이 실현되는 순간 저 또한 고유한 서사를 지닌 핵개인이 되지 않을까요?


기다려라, 나도 핵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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