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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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있어서 참 좋은 사람? 없으면 안 되는 사람? 혹은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설마 없어졌으면 하는 사람은 아니죠?
제가 이 질문을 드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이 질문이 저의 생존 경쟁력을 높여주는 핵심 질문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2년 전 인간과 삶, 그리고 특히 제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를 깨달았는데요. ‘나는 누구인가?’에 답하려면 ‘나’ 만큼이나 ‘너’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이에요. 실제로 제 삶에 ‘나’를 넘어 ‘너’가 들어온 순간부터 저의 인생이 급격히 바뀌는 걸 경험했어요. 그리고 이런 가르침을 준 것은 뜻밖에도 과학 관련 책들이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볼까 해요.
오늘 제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는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나와 더불어 너에게로, 고독이 아닌 사랑으로 흐르기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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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다.’라고 답할 수 있어요. 이를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면 ‘인간은 유전자의 하수인’이라고 표현해 볼 수도 있는데요. 다시 말해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인간이라는 생존기계를 만들어 이용한다는 거예요.
도킨스가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이 명제는 아주아주 충격적인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 인간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유전자가 설계한 대로 움직이는 타율적 기계라는 결론이에요. 심지어 인간의 자아의식과 자유의지까지도 유전자가 설계한 프로그램의 일부일 뿐이라는 거지요.
이 결론에 빠지면 빠질수록 인생이란 유전자가 설계한 대로, 즉 이미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는 운명론에 빠지게 돼요. 그리고 운명론에 너무 빠지면 ‘될 대로 돼라’는 식의 허무주의에 이르기 마련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생각을 조금만 틀어볼게요. 생각을 조금만 틀어보면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다.’라는 명제에서 우울이 아닌 희망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만약 우리가 유전자의 설계도를 알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유전자가 인간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이해하게 된다면요? 우리는 비로소 ‘인간 사용 설명서’를 얻게 될 거예요. 인간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종인지, 어떨 때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지, 또 인간에게 적합한 생존 환경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하면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어떤 생물 종도 없던 과거 지구, 최초의 자기복제자가 탄생했어요. 자기복제자란 스스로 자기 사본을 만들어내는 분자를 뜻해요. 다만 최초의 자기복제자는 복사 능력이 형편없어서 자신의 사본을 온전히 복제하지는 못했어요. 따라서 다양한 변이가 탄생했겠죠? 하지만 모든 자기복제자가 살아남은 건 아니었는데요. 예를 들어 수명이 길고, 다산하고, 복사의 정확도가 높은, 즉 생존 경쟁력이 보다 높은 자기복제자들만 살아남게 되었어요.
생존력이 강한 자기복제자들은 부족한 양분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어요. 공격하는 기관을 만들어 양분을 갈취하는 자기복제자가 탄생했고, 이에 대응하여 단백질 방어벽을 두텁게 만드는 자기복제자도 생겼어요. 다양한 변이를 지닌 자기복제자가 생겨났지만 마찬가지로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지닌 분자들만 살아남기를 반복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기복제자들의 생존 경쟁력은 점차 높아졌고요.
그런데 이때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바로 자기복제자들이 서로 협력하기 시작한 거예요. 상상의 예를 들어볼게요. 공격 기관을 만드는 자기복제자와 이동 기관을 만드는 자기복제자가 협력하여 하나의 생존 기계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이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공격하는 생존 기계를 만들거예요. 자연스레 사냥감을 만나는 빈도가 높아질 거고, 따라서 양분을 갈취할 기회가 높아져 생존 경쟁력이 높아질 거예요. 만약 여기에 사냥감 탐지 기관을 만드는 자기복제자까지 합류하면 어떻게 될까요? 쓸데없는 움직임을 줄여 보다 효율적으로 사냥하는 생존 기계가 탄생할 거예요.
이처럼 자기복제자들은 서로 시너지를 내는 다른 분자와 협력하여 하나의 생존 기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그게 자기복제자의 생존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조합의 탄생과 경쟁, 번식 그리고 멸종. 그 끊임없는 순환 속에 수많은 생물종이 탄생하고 또 사라졌어요. 이처럼 생존 기계를 만들어내는 자기복제자를 다른 말로 유전자라고 불러요.
우리는 흔히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고들 말해요. 이기적이란 말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걸 뜻하는데요. 사실 모든 생물이 그렇기에 모든 생물은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유전자 수준에서 보면 어떨까요? 유전자 수준에서 바라보면 모든 생물 개체는 고도로 발달된 협력적 공생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수많은 유전자가 한 개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정리하자면 모든 유전자는 이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유전자와 협력함으로써 다양한 생물종을 만들어 내는데요. 그러니까 모든 생물 종의 생존 경쟁력의 원천은 ‘이기적 본능’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고도의 협력’이라는 거예요.
여러분은 생존 경쟁력이 있는 사람인가요? 생존 경쟁력을 높이는 여러분만의 탁월한 방법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그 답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찾았는데요. 관련 구절을 소개해 볼게요.
유전자는 혼자 있을 때 ‘좋은 것’이 아니라, 유전자 풀 내 다른 유전자들을 배경으로 할 때 좋은 것이어야 선택된다. 좋은 유전자는 수 세대에 걸쳐 몸을 공유해야 할 다른 유전자들과 잘 어울리고 또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홍영남·이상임 옮김, 을유 문화사, 전면개정판 2010, p.159
도킨스는 생존 경쟁력을 높여주는 좋은 유전자란 기존 유전자들과 잘 어울리고 또 상호보완적인 유전자라고 말해요. 예를 들어 고기를 자르는 데 용이한 송곳니 유전자는 육식 동물에게는 좋은 유전자예요. 하지만 초식 동물에게는 어떨까요? 풀을 잘근잘근 씹는데 날카로운 송곳니가 방해가 될 텐데요. 따라서 초식 동물에게 송곳니 유전자는 나쁜 유전자예요.
정리하자면 좋은 유전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해요.
하나, 기존 유전자들과 잘 어울리는가?
둘, 기존 유전자들과 상호보완적인가?
그럼 좋은 유전자의 조건으로 우리 인간의 삶을 돌아보면 어떨까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바꿔보는 거예요.
하나, 주변 사람들과 나는 잘 어울리는가?
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가?
만약 제가 이 두 질문에 당당하게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저의 생존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생존 경쟁력을 높이려면 첫째, 저와 어울리는 사람들을 찾아야 해요. 예를 들어, 만약 제가 날카로운 송곳니 같은 사람이라고 해볼게요.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초식 동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너는 왜 매번 날이 서있냐?”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해.’ 등의 조언을 듣게 될 거예요. 반면 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육식 동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참 시원시원하다.” “결단력이 있다.”는 칭찬을 듣지 않을까요?
생존 경쟁력을 높이려면 둘째, 저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제가 날카로운 송곳니 같은 사람이라면 고기를 자르고 뜯어내는 일을 잘할 거예요. 이는 엄청난 장점이지요. 하지만 송곳니 만으로는 고기를 잘게 씹을 수 없고, 나아가 소화시킬 수도 없어요. 이는 단점이라 할 수 있어요.
생존 경쟁력을 높이려면 셋째, 저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상호보완적이어야 해요. 그러니까 일방적이어서는 안 돼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주기만 하거나 또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요. 저의 장점이 살아나면서 동시에 저의 단점이 보완되는 관계여야만 해요. 예를 들어 제가 날카로운 송곳니 같은 사람이라면 고기를 소화시켜 에너지로 바꿔줄 사람들과 함께하면 참 좋겠죠?
영상 제일 처음에 던졌던 질문 기억나시나요?
‘여러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이 질문이야말로 저의 생존 경쟁력을 높여주는 핵심 질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이기적 유전자⟫ 속 관련 구절을 하나만 더 소개해볼게요.
자기 복제자(유전자)는 자기 고유의 성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에 초래하는 결과 덕분에 살아남는다. 그 결과는 매우 간접적일 수도 있다.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건은 그 결과가 얼마나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것이든 간에 피드백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기 복제자의 복제 성공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홍영남·이상임 옮김, 을유 문화사, 전면개정판, p.425
도킨스는 유전자가 자기 고유의 성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에 초래하는 결과 덕분에 살아남는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송곳니가 날카롭기 때문만이 아니라 송곳니가 고기를 자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살아남는다는 거예요.
우와! 저는 이 문장에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사실 저는 오래도록 제 고유한 성질이 곧 생존 경쟁력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에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데요. 제가 살아온 세상이 온통 시험으로만 가득했기 때문이에요. 시험은 각자가 가진 암기력, 이해력, 사고력, 인내력 등을 평가하고 기준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자격을 부여해요. 즉 그 사람이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초래한 결과와 상관없이 단지 시험 보는 능력만 좋으면 좋은 자격을 준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 세상 속 생존 경쟁력이란 무엇인가요? ⟪이기적 유전자⟫의 생각을 빌리면 생존 경쟁력이란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능력’이라 정리할 수 있어요. 따라서 내가 아무리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더라도 고기를 자르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반면 조금 무딘 송곳니를 가졌더라도 고기를 자르는 역할을 한다면 생존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이에요.
이와 관련하여 제가 무척 아끼는 아사다 스구르의 책 ⟪한 줄 정리의 힘⟫ 속 한 구절을 소개해볼게요.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한 뒤에도 여전히 자기실현에 도취되어 있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돈을 벌지 못한다. 자기만족과 자기실현에 치중한 업무관에는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근본적인 동기가 없다. 진정한 비즈니스를 하려면 자기실현이나 자기만족이 아니라 타자에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일의 본질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 매일 주변 사람들이 편해질 수 있는 일을 반복하라. 그 빈도와 양, 질이 향상된 결과, 경제적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서서히 늘어난다.
아사다 스구루, ⟪한 줄 정리의 힘⟫, 황혜숙 옮김, 센시오, 2019, p.154-155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저는 생존 경쟁력이란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능력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생존 경쟁력을 높이려면 먼저 내게 어울리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고, 다음으로 내 장점을 살려 공식적인 또는 비공식적인 역할을 맡아야만 해요.
저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가 누구인가?’ 또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집착했는데요. 지금은 바뀌었어요. 요즘 제가 집중하는 질문은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인데요. 아내에게, 아들에게, 부모님에게, 친구에게, 직장 동료에게, 모임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아쉽게 헤어진다’는 아주 가벼운 것부터 시간과 노력이 꽤 들어가는 무거운 것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제 장점은 살아나고 단점은 보완되게 하는 사람들과는 더 가까이 살아볼 거예요. 반면 제 장점은 죽고 단점은 부각되게 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멀리 살아볼 생각인데요. 이때 제 장점이 살아난다는 건 저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뜻하고요. 반대로 제 단점이 보완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제게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뜻해요.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인데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중심으로 ‘생존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그럼 내 생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깝고도 소중한 내 옆사람에게 ‘사랑해. 고마워. 알겠어.’라는 말부터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따스한 말 한마디로 내 생존 경쟁력이 차오르는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지금까지 책뚫기의 북라디오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제 마음을 뚫어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