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란? 동조란?

서로의 탈을 쓴 공감과 동조/ 공감과 동조의 차이

by 책뚫기

공감이란?

공감이란 상대의 감정을 읽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다. 따라서 공감의 핵심은 '같은 감정 표현'이다. 그리고 공감을 바라는 상대에게 나의 가치판단은 때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희가 공감을 기대하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오늘 길동이랑 오해가 쌓여서 다퉜어. 그게 너무 속상하고 슬퍼"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때 "야 네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길동이 걔 진짜 이상하다. 너무 마음이 좁은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영희에게 별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영희를 더 괴롭게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첫째, 영희가 바라는 건 공감인데, 위와 같은 말은 영희의 감정을 전혀 살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영희가 다음과 같이 반응할 수 있다. "야! 네가 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길동이를 욕 해? 내가 오해가 쌓여서 그런 거라고 했잖아! 길동이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혹시 속마음을 털어놓은 상대에게 "야! 걔가 잘못했다. 나빴네!"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데 갑자기 상대의 표정이 굳어지거나, 서둘러 화제를 돌리거나, "나쁜 사람은 아니야"라는 말이 돌아온 적이 있는가? 그럼 질문해보자. 공감을 바랐던 상대의 말속 가치판단에만 집중한 건 아닌가 하고.



동조란?

동조란 상대의 의견을 읽고 그 의견에 동의하는 일이다. 따라서 동조의 핵심은 '같은 가치판단'이다. 그런데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 또한 유용한 동조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희가 동의를 구하고자 흥분한 목소리로 "길동이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때 내가 영희처럼 흥분하여 함께 화를 내면 영희는 나를 같은 편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굳이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아도 된다. 차분한 목소리로 길동이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영희의 정당함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영희는 나를 같은 편이라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동조의 핵심은 영희의 감정을 공감하느냐와 상관없이 영희의 같은 편에 서느냐 아니냐, 즉 같은 가치판단이다.


혹시 속마음을 털어놓은 상대에게 "네가 실수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황이 그렇게 돼서 속상했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데 갑자기 상대의 표정이 굳어지거나, 서둘러 화제를 돌리거나, "내 잘못이라고?"라는 말이 돌아온 적이 있는가? 그럼 질문해보자. 동조를 바랐던 상대의 말속 감정에만 집중한 건 아닌가 하고.


공감과 동조의 차이

공감은 가치판단이 중요하지 않다. 상대가 나와 다른 가치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감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비혼주의자도 결혼 생활 속 상처 받은 사람을 공감할 수 있다. 여당 지지자도 정치적 사건으로 상처 받은 야당 지지자를 공감할 수 있다.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수용하고 나아가 이해하는 일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즉 공감에는 적과 아군이 없고, 같은 편과 다른 편이 없다.

반면 동조는 감정보다 상대와 같은 편에 서는 게 핵심이다. 그렇기에 동조에는 적과 아군이 있고, 같은 편과 다른 편이 있다. 예를 들어 비혼주의자는 결혼예찬론자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고, 여당 지지자는 야당 지지자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 가치판단에는 기준이 있고, 그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나누기 때문이다.

동조를 바라는 사람에게 "네 실수도 있는 거 같은데?"라고 말한다면, 그는 나의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며 답답해하거나 더욱 분노할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그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건 나를 같은 편으로 설득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한 설득력이지 나의 공감 능력이 아니다. 애당초 그가 공감이 아닌 동조를 기대했고, 본인 스스로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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