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우물 밖 청개구리를 꿈꾸는 우물 안 개구리 우구리입니다. 누추한 우물에 놀러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찾아오시는 길이 복잡하지는 않으셨나요? 아이고, 다행입니다. 제 우물에 와보시니 어떠신가요? 그래도 아담한 공간과 들어오는 한 줄기 빛 덕에 아늑하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어떤 기대를 품고 제 우물까지 와주셨나요? 아! 욱하는 성격이요? 아이고, 저런… 그 때문에 손해를 보기도 하셨군요. 삶을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일을 저지르고 마는 순간들이 꼭 있지요. 저도 어렸을 때 입만 열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와서 부모님 속을 꽤 썩였답니다. 그리고 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부모님이 제 동생만 예뻐하시는 거 같아 질투에 사로잡혀 산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앞뒤 가리기보다는 “개굴! 개굴! 개애애애애애구우우우울!”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뒤에 뭐 있겠어요? 오지게 혼나는 일만 남지요.
욱하는 성격을 내려놓는 법이요? 아이고, 저는 아마 손님 발톱만큼의 경험과 지혜를 지닌 부족한 우물 안 개구리일 뿐입니다. 그래도 혹시 궁금하시다면 제 생각을 조심스레 늘어놓아보겠습니다. 대단할 것도 없는 생각이니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겨 편하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따뜻한 차 한 잔 먼저 드리겠습니다.
네네, 자동 시스템. 혹시 들어보셨나요? 저는 리처드 탈러 · 캐스 선스타인 선생님이 쓴 『넛지』라는 책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자동 시스템이란 직감에 따른 즉각적인 반응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먹고 싶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 ‘죽을지도 몰라!’, 큰 반려견이 다가오면 ‘저 개가 날 물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들입니다.
아아~ 개구리는 정말 자동 시스템의 노예입니다. 날아다니는 벌레를 보면 참지 못하고 혀를 날립니다. 짝짓기 철이 되면 울음주머니에 한껏 힘을 주어 개굴개굴 울어 젖힙니다. 추워지면 겨울잠에 들어갑니다. 개구리의 삶은 정해진 대로, 짜인 대로 흘러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욱하는 성격이 자동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욱하는 성격이란 자동 시스템의 목소리가 걸러지지 않고 즉각적으로 말과 행동으로 튀어나가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구리가 자동 시스템의 목소리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반면 자동 시스템과 사뭇 다른 게 숙고 시스템입니다. 숙고 시스템은 의식적인 사고 과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먹고 싶다.’는 목소리에 ‘오늘은 충분히 먹었어. 또 먹으면 분명 건강하지 않은 살이 찔 거야.’와 같은 생각입니다. 예를 하나 더 들자면 ‘비행기가 흔들리네. 죽을지도 몰라!’라는 목소리에 ‘비행기 추락 사고는 정말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야. 곧 괜찮아질 거야.’와 같은 생각입니다.
숙고 시스템은 자동 시스템의 목소리를 다스리는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욱하는 성격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열쇠는 숙고 시스템이 아닐까요? 욱할 때 숙고 시스템이 일하게 하면 우리는 욱하는 성격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먼저 제 생각을 꺼내보겠습니다. 제 생각을 듣고 손님께서도 혹시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첫째는 시간 벌기입니다. 자동 시스템은 즉각적인데 비해 숙고 시스템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지키도록 하는 건 자동 시스템이었다고 하는데요, 생명의 위협 앞에 곰곰이 생각할 시간 여유는 없으니 자동 시스템은 즉각적이어야 했겠지요. 반면 숙고 시스템은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생각하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숙고 시스템을 작동시키려면 숙고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바로 시간을 버는 일입니다. ‘욱할 때 한숨을 쉬어라.’, ‘말하기 전에 3초만 생각해라.’하는 말들이 그래서 있나 봅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감정이 격할 때는 자동 시스템의 힘이 강해진다고 하니, 그럴 때는 차라리 자리를 피했다가 진정이 된 뒤에 돌아오는 게 좋을 듯합니다.
둘째는 인간 선생님들의 감정 시스템 이해하기입니다. 첫째가 숙고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면 둘째는 숙고 시스템의 힘을 기르는 방법입니다. 주로 욱하는 순간은 다른 사람과 마주할 때가 아니신가요? 도저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동시에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불쑥! 나도 모르게 일을 저질러버리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숙고 시스템에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다면 어떨까요?
아이고, 아이고,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저도 사실 확신은 없는 생각입니다만, 최근 지인 분의 고민을 들어드리다가 우연찮게 들었던 생각입니다. 그 생각으로 그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뜻하지 않게 그분의 고민이 다소 해결이 되었습니다. 우선 그 이야기부터 드려보겠습니다.
지인분은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았습니다. 결혼할 때부터 시어머니는 지인분에게 무척 살가웠다고 합니다. 서로 편한 말투로 대화를 주고받을 만큼 둘 사이는 무척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친구분들과 만나는 중에 일부러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교사인 자기 며느리를 자랑할 정도였고요.
그런데 문제는 남편의 남동생이 결혼한 뒤부터였습니다. 동서의 등장! 동서는 종갓집의 딸로 유교 문화가 몸에 밴 사람이었습니다. 어르신의 말에 굉장히 순응적인 분이었죠. 시어머니는 말을 잘 듣는 동서를 예뻐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서가 얼마나 말을 잘 들었냐면, 시어머니가 별 볼일 없는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말에 당장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시어머니가 지인분을 동서와 비교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지인분을 은근히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말을 하시기 시작했죠. 해가 갈수록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이 도를 넘는다고 생각했던 지인분은 어떻게 받아쳐버릴지 독심을 품고 있던 차였습니다.
지인분의 고민을 듣고 저는 시어머니가 원하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시어머니를 이해해보고 싶었달까요? 그때 한스-게오르크 선생님의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속 ‘빅 3 감정 시스템’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지인분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가 최근에 한 책에서 빅 3 감정 시스템에 대해 읽었는데요. 한 번 들어보세요. 인간에게는 크게 중심이 되는 세 가지 감정 시스템이 있데요. 하나는 균형 시스템이고, 하나는 자극 시스템이고, 마지막 하나는 지배 시스템이래요.
모든 위험을 피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게 균형 시스템이래요. 균형 시스템이 만족하면 안정감을 느끼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함, 공포감을 느낀데요.
새롭고 흥미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게 자극 시스템이래요. 자극 시스템이 만족하면 흥분감을 느끼고 그렇지 않으면 지루함을 느낀데요.
높은 지위, 타인보다 더 나은 사람 되기, 권력을 추구하는 게 지배 시스템이래요. 지배 시스템이 만족하면 자부심, 승리감, 우월감을 느끼고 그렇지 않으면 짜증, 분노를 느낀데요.
최근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에 불안함이 느껴지세요? 아니면 짜증과 분노가 더 느껴지세요?”
지인분은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에서 짜증과 화가 더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지배 시스템이 중요한 분인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시어머니에게 지위가 중요할 거 같은데, 말씀을 들어보니 결혼 초에는 사이가 좋다고 하셨잖아요? 억지 추측을 해보자면 ‘교사인 여자가 내 며느리다. 나는 교사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다.’라는 생각이 있으셨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교사 며느리’라는 존재 자체가 시어머니에게는 자기 지위를 높여주는 굉장한 의미였겠어요. 친구분들이 있는데서 굳이 ‘교사 며느리’와 통화하신 것도 그렇고, 동서에게 별 볼일 없는 직장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도 혹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런데 말을 잘 듣는 동서와 비교돼서 정말 가까이 두고 싶은 ‘교사 며느리’가 동서만큼 말을 안 들어줘서 화가 나시는 걸까요?”
지인분은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시어머니가 토라진 게 동서 때문만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자기 아이를 시어머니가 돌보아 주신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맡기다 보니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서 연락도 자주 드리고, 용돈도 많이 챙겨드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서 시어머니가 더는 돌보아주시지 않아도 된 뒤로, 연락도 줄고 용돈도 줄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지위를 높여주는 ‘교사 며느리’가 더는 자기를 필요치 않게 되고, 연락도 없어지니 그게 미우셨던 거 같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냐고요? 혹시 지인분이 시어머니와 다시 친하게 지내게 됐다는 감동 실화를 기대하셨나요? 하하하, 아쉽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저 지인 분에게서 시어머니를 미워했던 마음, 욱했던 마음이 흘러갔을 뿐이지요.
어떠신가요? 숙고 시스템에 ‘빅 3 감정 시스템’을 다운로드해보시는 거. 괜찮을 거 같지 않으신가요? 아이고,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빅 3 감정 시스템에 대해 메모한 내용을 첨부하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아, 메모를 첨부하기 전에 먼저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어떠셨나요? 즐거우셨나요? 저는 늘 그렇지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러 누추한 우물까지 와주신 데에 정말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참 가시기 전에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방명록에 간단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그럼 부디 조심히 가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전에 대한 욕구, 균형 시스템] - 안정감, 안전함 / 불안, 공포, 공황
모든 위험을 피하라!
모든 변화를 피하라. 습관을 만들어 가급적 오래 유지하라!
모든 방해물과 불확실성을 피하라!
내외적 안정을 추구하라!
에너지 균형을 최적화하고 쓸모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체험에 대한 욕구, 자극 시스템] - 가벼운 흥분감 / 지루함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라!
벗어나라!
주변 환경을 발견하고 탐험하라!
보상을 찾아라!
지루함을 피하라!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존재가 돼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여줌
[권력에 대한 욕구, 지배 시스템] - 자부심, 승리감, 우월감/ 짜증, 분노, 불안
끝까지 관철시켜라!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라!
타인보다 더 나은 사람이 돼라!
권력을 키워라!
경쟁자를 물리쳐라!
영역을 확장하라!
자율성을 보존하라!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