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불안한 미래에 살고
대중은 안정된 과거에 산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

by 책뚫기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우구리입니다. 저의 누추한 우물에 놀러 와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는 정말 아늑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꼭 벗어나고 싶은 누추한 우물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손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오늘은 제 우물이 참 고맙네요. 네네, 여기 앉으시죠. 따뜻한 차와 과자를 준비했습니다.


저는 제 눈으로 세상을 직접 보고, 제 목소리를 내는 게 꿈인 개구리이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사 개구리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아이들과 제게 주어진 1년이란 시간이 끝났습니다. 저는 비교적 감정이 무덤덤한 편이라 별생각 없이 마지막 날을 맞이했는데, 아침부터 왈칵 눈물이 맺혀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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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사랑스러운 제자 슬이가 비누꽃으로 장식된 모형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케이크 가운데에는 ‘Thank you’라는 글귀가 써진 카드가 꽂혀있더군요. 저는 얼떨떨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케이크를 받았습니다. 케이크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제게 슬이가 카드를 빼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곧장 한 손으로 카드를 잡아 들었습니다. 쭈우우욱! 어라? 줄줄이 이어진 쪽지가 딸려 나왔습니다. 그래도 끝나지 않아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잡아당겼습니다. 쭈우우우우욱! 제 팔이 다할 때까지 잡아당겨도 쪽지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세 번을 더 잡아당겼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쓴 쪽지가 줄줄이 이어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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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이고… 그만 눈물이 맺혀버렸습니다. 저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이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이렇게 진심이고, 이렇게 컸구나. 생전 처음 받아보는 모형 케이크와 줄줄이 쪽지가 제 마음을 따뜻한 온천물에 퐁당 빠뜨렸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따스함이 교사로서 부족한 능력과 자존감을 감싸주었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습니다.


손님께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새해 들어 승진 소식, 아이 소식, 입시 소식 들이 들려와서 반갑기도 하지만 해고 소식, 이별 소식, 재수 소식 들이 들려와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반가운 소식이든 무거운 소식이든 부디 손님의 삶에 자양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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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오늘은 『사장으로 산다는 것』 책을 읽고 난 제 생각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에 멋져 보이는 사장(리더)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괴로움 속에 사는지 소개하는 책입니다. 왜 그들은 밤마다 술에 취하는지, 왜 그들은 우울증과 불안증, 불면증에 시달리는지, 왜 그들은 바람을 피우는지를 사장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책입니다. 또한 왜 대중은 사장의 고민과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나아가 사장과 조직원이 왜 갈등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합니다.


저는 교사 개구리입니다. 학급 경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교사 또한 매년 새로운 학급을 맡아 경영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경영이라는 말이 학급에 붙는 게 적절하냐 아니냐는 논의도 있지만, 하여튼 교사는 한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10년 가까이 리더의 삶을 살아왔기에 이 책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으리라 기대했습니다만, 이 책에 1도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밤마다 술에 취하지도 않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않으며, 바람피울 생각도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 책을 읽는 내내 저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리더와 나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책에서 말하는 리더와 저는 너무 달랐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근본적으로 무언가 하나가 다른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더와 저의 차이는 딱 그 하나에서 비롯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 바로 그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리더는 불안한(불확실한) 미래에 살고, 대중은 안정된(확실한) 과거에 산다.


리더는 살아남기 위해서 미래를 봅니다. 리더는 깊은 고민 끝에 방향을 정하고 비전을 세웁니다. 그리고 조직원들을 통솔하여 ‘블루오션’을 향합니다. 하지만 그 길은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길입니다. 리더는 그 위험을 감수합니다. 운이 나쁘게 그 길이 낭떠러지 실패로 가는 길이더라도 리더는 변명이나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리더는 실패의 책임을 모두 짊어져야 합니다. 반대로 운이 좋아 그 길이 천상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면 리더는 그 성과를 모두와 나누어야만 합니다.


조직원들은 안정된 과거의 유산 속에 삽니다. 조직원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내다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만 봅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고 리더가 제시하는 길을 따라가며 안정된 수입을 원합니다. 리더가 제시하는 길이 낭떠러지라 실패라도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며, 리더가 제시하는 길이 천상 성공이면 인센티브를 요구합니다. 때때로 리더가 이 길은 잘못되었으며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고 말해도 조직원들은 지금이 좋다며 거부하기도 합니다.


책의 맥락에서 보면 교사는 리더가 아닙니다. 조직원입니다. 교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고, 실제로도 교육 시스템은 교사에게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고 합니다. 교사는 이미 짜인 교육과정 대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게 가장 안전하고, 그게 가장 잘하는 길입니다. 교사는 불안한(불확실한) 미래에 살지 않고, 안정된(확실한) 과거(교육과정)에 삽니다. 불안한 미래를 보고 미래를 대비하여 교육과정을 짜는 사람은 교육학자이지 교사가 아닙니다.




리더의 역할


모든 경영 관련 책들은 방향을 정하고 비전을 세우고 부하들을 통솔해 ‘블루오션’으로 가는 것이 리더의 일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서광원, 사장으로 산다는 것, (흐름출판, 2012), 106


책을 읽고 찾은 리더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전을 세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부하들을 통솔하는 일입니다.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역시나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읽고 현재 자신의 사업 미래 가치를 평가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에 따라 비전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비전이 옳다고 하더라도 사업은 혼자서 해낼 수 없습니다. 거대한 전쟁을 장수 혼자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따라서 훌륭한 부하들을 영입하고 그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부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는 어떤 전략이 있을까요? 저자 선생님은 자금을 댄 후 믿고 기다려주는 일과 그들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일,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참! 저자 선생님은 리더와 관리자는 다르다고 소개합니다. 리더는 어떻게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는지 분명한 비전을 제시합니다. 반면 관리자는 관리가 수준 높은 임무라고 여기며 자신이 남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인상을 주려 한다고 합니다. 즉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부하들이 성장하도록 돕는다면, 관리자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부하들의 성장보다 본인이 돋보이는 데 관심을 둔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교장, 교감 선생님을 관리자라고 하는데 관리자라는 명칭이 아주 찰떡입니다. 귓속말입니다. 쉿!)




리더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법


결국 최종 결정은 리더의 몫입니다. 비전을 세우는 것도, 목표를 수정하는 것도, 자금을 대는 것도 모두 리더의 몫입니다. 리더의 선택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됩니다. 그 무거운 짊을 져야만 하는 리더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까요?


놀랍게도 저자 선생님이 인터뷰한 수많은 리더들은 직관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최고 경영자의 직관적인 본능은 대중의 직관과 다르다고 하는데, 최고 경영자는 대중이 간과하거나 불규칙적인 잡음으로 치부하는 여러 가지 패턴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해내는 초인간적인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직관은 사업 영역과 관련 없는 다른 영역에서 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를 크로스 인덱싱이라 한다는데,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대입 가능한 어떤 패턴을 발견해내는 거라 합니다. 예를 들어, 보브 루츠 사장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 시절에 숙지했던 공기역학의 원리를 경영에도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이건희 회장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구본무 회장은 새, 조양호 회장은 사진, 박문덕 회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들 모두 자신의 취미 영역에서 깨달은 패턴을 자신의 사업 경영에 활용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책 속에 소개된 많은 리더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합니다. 최종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을 따라줄 훌륭한 조직원이 필요한데, 없다는 겁니다. 리더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고민이 깊고 괴로운데, 조직원들은 야유회 생각뿐입니다. 리더는 자금을 대기가 힘든 상황인데 조직원들은 비싼 회식을 기대합니다. 리더가 자신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털어놓으면 그건 리더가 할 일이라며 고개를 홱 돌려버립니다. 리더는 외롭고 고독합니다.


리더는 자기와 같은 직원을 기대합니다. 자기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자기처럼 미래를 대비하고, 자기처럼 자나 깨나 회사 생각을 해줄 직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월급날만 기다리는 직원들 뿐입니다.




1인분만 할게요.


한창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MZ세대들은 워라벨(워크 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직장에서 1인분만 하고 싶어 합니다. 1인분만 한다는 거는 한 사람의 몫만 하겠다는 뜻입니다. 월급을 받으니 월급만큼만 일하겠다는 말이며, 무리한 초과 근무나 업무 분장 이상의 일을 시키는 등 1인분 이상의 일을 시키지 말라는 말입니다.


어제는 이 현상에 대한 유현준 건축가님의 생각을 묻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았습니다. 평소 유현준 건축가님을 흠모하고 있던 터라 유현준 건축가님의 답변이 무척 기대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유현준 건축가님의 정말 멋진 답에 한번 더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만약 제 건축사무소에 1인분만 하겠다는 사람이 온다면 그건 제가 후졌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건축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유현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고 싶을 겁니다. 유현준 건축가님의 내공과 관점을 곁에서 보고 배우며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유현준 건축사무소는 돈을 버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겁니다. 아마도 ‘자아실현의 장’이겠지요. 반면 1인분만 하겠다는 사람은 직장을 자아실현의 장이 아닌 ‘밥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그들은 직장이 아닌 삶 속에 자아실현의 장이 있겠지요.


유현준 건축가님의 말을 다시금 곱씹어보면 1인분만 하겠다는 사람이 몰리는 회사는 직원들의 자아실현에 관심이 없는 회사일 수 있습니다. 반면 최근에 읽었던 『장사의 신』 책의 저자 우노 다카시 선생님은 다릅니다. 우노 다카시 선생님은 자신의 이자카야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언젠가 사장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은 5년 정도가 지나면 독립하여 자신의 가게를 차렸습니다. 우노 다카시는 수많은 아들 사장을 길러냈고, 수많은 아들 사장들은 우노 다카시 선생님을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우노 다카시의 가게에는 늘 사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직원으로 들어왔고, 그랬기에 그들은 주인 된 마음으로 우노 다카시의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리더의 삶을 원하는 걸까요?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 보면 가끔 망상을 하게 됩니다. 저 넓은 세상에 나아가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심지어 박수를 칩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물론 사인을 받아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가장 기대되는 일은 제 목소리를 듣고 꿈을 품은 사람들이 생겨나고, 시간이 흘러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이 제게 감사 이메일을 보내는 겁니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런 개구리가 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거를요. 저는 불안한 미래에 제 인생을 걸어볼 용기도 없고,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도 없습니다. 저는 불안한 미래에 살아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안정된 과거에 살겠지요. 안정된 이 누추한 우물에서요. 어찌할 줄 모르는 저는 책이라도 읽고, 글이라도 써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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