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통찰』
어서 오세요.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인생을 바꾸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 우구리입니다.
요즘 한반도는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요? 봄이었나 싶었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아주 추운 한겨울인 듯합니다.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고, 일본은 다시 동아시아 패권국을 꿈꾸는 듯하고, 우리나라는 엄청난 경제적 불황과 더불어 한일 군사 동맹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중심 공급망을 주장하며 동맹국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제 정치 속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국제 정치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그래서 남북관계 전문가 정세현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올해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 『정세현의 통찰』은 과거 통일신라 시대부터 오늘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를 바라보는 정세현 선생님의 안목이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아~ 국제 정치란 이런 거구나!’하는 깨달음과 ‘앞으로 세계 질서가 이런 흐름으로 흘러가겠구나!’하는 안목이 생기는 듯합니다.
우선 '국제'를 떼고 정치란 무엇일까요? 정세현 선생님은 정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정치란 국가가 대외 방어와 대내 통치를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폭력 장치(군대와 세금)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국가가 휘두르는 폭력 장치의 핵심은 군대와 세금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경찰, 검찰, 정보기관 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자가 폭력 장치를 멋대로 휘두르면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에 지도자는 적절한 명분을 내세워야 합니다. 그 명분이 정치 이념(민주주의, 공산주의)과 법률입니다.
정리하자면 군대, 세금, 경찰, 검찰, 정보기관은 폭력 장치의 하드웨어이고, 정치 이념, 법률은 폭력 장치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국제 정치란 무엇일까요? 정세현 선생님의 설명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국제 정치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조폭 세계다.
국제 정치의 본질은 폭력 장치를 활용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치의 폭력 장치는 군대와 세금인데, 이를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국제 정치에는 다른 형태의 폭력 장치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제 정치의 폭력 장치에는 대표적으로 무기 팔이, 주둔군 비용, 관세가 있습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들에게 무기를 팔아먹고, 나라를 지켜주는 대신 주둔군 비용을 받고, 불공정한 관세를 매기기도 합니다. 큰 나라는 갖가지 핑계로 돈을 거둬들이는데 그 핑계가 국제 정치 속 폭력 장치의 소프트웨어인 셈입니다. 그리고 미국에는 그 핑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있다고 합니다.
2023년 현재 기준, 패권국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입니다. 미국은 수많은 폭력 장치를 이용하여 패권국이 되었고, 여전히 폭력 장치를 이용하여 패권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패권국이 되었고, 그 자리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을까요?
미국은 한때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G1이 되었습니다. 이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메리칸드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회의 땅 미국을 찾아갔고, 그중에는 우수한 인재들도 많았습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폭발적인 기술 혁명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미국은 경쟁력 있는 물건들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나아가 군사강국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비공산권 국가 중 대장이 되었고, 이후 소련의 몰락으로 미국은 유일무이 패권국이 되었습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 → 폭발적인 기술 발달 → 막강한 군사력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기, 미국은 군사력을 넘어 경제력으로 자신의 힘을 키워갔습니다. 살 거 있으면 미국 물건 사라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 탄생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기계를 주고 그것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자재, 원료, 소모품을 미국에서 사게 했습니다. 점점 동맹국을 경제적 종속관계로 만들어 갔습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 → '기계 줄 테니 유지품은 우리에게 계속 사' → 경제적 종속관계 만들기
미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정보질서를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의 경제와 군사, 안보 관련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공해 동맹국들에게 흘립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미사일 및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대한민국에 흘립니다. 미국은 우리가 미사일 개발을 못하도록 막아둔 채, 안보를 지키려면 미국의 무기를 사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우리는 그 정보의 사실 여부나 세부 사항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의 무기를 삽니다.
정보력 우위 → 정보를 흘려 위기 조장 → 무기 판매
정세현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니 미국에 꽤나 튼튼한 군산복합체 카르텔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정세현 선생님이 말하길 미국의 웬만한 관리들은 정부에서 일하며 정책을 수립하다가 퇴직 후 군산복합체와 연결된 단체로 가거나 싱크탱크에 들어가서 군산복합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맡아 돈을 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정부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중국은 두 개의 꿈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인 2021년까지 1인당 소득 1만 달러를 만든다’입니다. 모두가 그럭저럭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 수 있는 사회, 격차가 있어도 굶어 죽거나 치료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입니다. 이는 2020년 말 통계로 달성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에는 GDP 총액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G1이 되겠다’입니다. 하지만 2028년만 되어도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의 경제규모를 앞지를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속성장 원동력 또한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인구수’에 있습니다. 미국의 인구수가 2021년 기준 3억 3천 명인 반면, 중국의 인구수는 같은 해 기준 14억 명입니다.
국제 정치는 힘 있는 자가 힘을 휘두르는 세계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패권국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테고, 중국은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려 할 겁니다. 즉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중국을 주저앉히려고 할 테고, 중국은 미국의 견제와 방해를 뚫어내려고 할 겁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2020년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묶는 4자 안보기구인 쿼드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한다면서 2021년 호주, 영국, 미국이 오커스라는 삼각동맹을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 문제를 무시하고 한미일을 군사 동맹으로 묶으려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동맹을 강조하면 할수록 ‘미국 혼자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꼴입니다. 절대적이고 영원할 줄 알았던 미국의 패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의 패권이 흔들린다는 증거는 더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중동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무조건 미국 달러를 사용해서 원유를 거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나라가 석유를 사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달러로 채워두어야 했고, 이로써 미국은 석유 패권, 달러 패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미국이 셰일 가스 개발에 성공하면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가 없어도 셰일 가스로 충분하다는 계산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그 빈자리를 중국이 치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를 달러가 아닌 위안(중국 통화)으로 거래하자는 제안을 한 일입니다. 달러의 패권을 위협하는 일이 시작된 것입니다.
또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 오래된 갈등을 화해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고, 우크라니아 - 러시아 전쟁도 중재해 보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은 12년 연속 아프리카 최대 무역 파트너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러시아와 손잡고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국가들의 통화금융 시스템 통합에도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찰을 맡았던 미국'을 조금씩 조금씩 지워가고 있습니다.
손님께서는 법과 주먹 중 무엇이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법? 주먹? 그런데 법이든 주먹이든 모두 힘 있는 사람들 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드러나며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자리에서 자진 사퇴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가해자 아들의 언어폭력 내용에 머리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평소 아들이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니던 내용이었습니다.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도 비슷했습니다. 동학년 학우 중 학교 행정실장 아들이 있었습니다. 검사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행정실장 아들이었습니다. 사립학교였으니 아마 이사장과도 연줄이 있었을 겁니다. 행정실장 아들은 키도 크고 피지컬이 좋았습니다.
하루는 행정실장 아들이 평소 뚱뚱하다고 놀림받는 가난한 집안의 친구를 재미 삼아 때렸습니다. 권투의 기본 동작 ‘잽’이었습니다. 놀림받는 친구의 볼에 주먹이 닿자 찹!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재밌었는지 또다시 주먹이 날아갔습니다. 놀림받는 친구는 하지 말라며 달려들었지만 행정실장 아들은 도망 다니며 연신 얼굴에 잽을 날렸습니다.
잽을 맞으면 얼굴이 푸르뎅뎅 붓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시합이 끝난 권투 선수들의 얼굴이 왜 그렇게 붓는지 그때 이해했습니다. 하여튼 그 당시는 학교 폭력 문제가 세상에 불거지기 전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저는 교사 개구리입니다. 제가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한 문장은 ‘사람은 장난감이 아니다’입니다. 사실 그 문장에는 ‘나는 학창 시절 내내 사람이고 싶었다’가 숨어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포기하지 않아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희망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힘없는 사람에게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적어도 제 교실에서만큼은,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각자의 색깔이 빛깔이 되기를…….
아이고, 마지막에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흘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분명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나아질 테니 저는 희망을 품겠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다음에는 『정세현의 통찰』에 담긴 남은 이야기, 북한과 대한민국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제 우물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추신> 기왕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 글을 읽고 떠오르는 단어 세 개만 댓글로 남겨주시길 용기 내어 부탁드려 봅니다. '지루함', '이해 안 됨' 이런 거도 좋습니다.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남겨주신다면 제게 큰 에너지가 됩니다. 부디 우물 안 개구리에게 복 지으시고 지으신 만큼 복 받아 가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