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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티셰 Oct 14. 2016

800만 명이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https://youtu.be/_giLV1n6Otk



은행 텔러, 청소부, 마트 계산원, 택배 기사 ... 혹 이런 분들 중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나요? 물론 돈을 적게 내준 텔러, 비질을 잘못해서 바지를 더럽힌 청소부, 계산을 잘못한 마트 계산원, 3일이 지나서 나타난 택배 기사... 이러면 확실히 기억에 남지요.


나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들은 언제든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중 아무도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조금 더 슬픈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잊혀지는 사람 중에 우리도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도 누구에게 손해를 끼치면 그 사람 머리속에 남겠지요. 


같은 사람인데도 특정 사람만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일상도 드라마일지도 모릅니다. 주인공만 남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당연히 마트의 본부장이 주인공이 됩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만 중요하고 마트의 계산원은 누구든 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에서 마트에 계산대에서 일하는 여성있다고 생각해볼까요. 이 분에게 카메라를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촬영을 해서 보여준다면? 


"고객님. 상품은 이쪽에 올려주세요."

삑!삑!삑! 

"회원이세요. 적립해드릴까요? 할부 하시겠어요? 봉투는 필요하세요?"

"그냥 주세요."

(...) 

"고객님. 상품은 이쪽에 올려주세요."

삑!삑!삑! 

"회원이세요. 적립해드릴까요? 할부 하시겠어요? 봉투는 필요하세요?"

"그냥 주세요."


우리는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드라마는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우리는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들을 기억하기보다는 삭제하는 기능을 먼저 사용합니다. 그리고 삭제된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됩니다. 


저임금 노동, 장시간 노동, 반복 노동, 서비스 노동, 감정 노동 등의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은 특히 많이 잊혀집니다. 보이지 않는 본부장은 중요한데 보이는 노동자는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 이때문입니다. 보이는 사람들이 투명인간처럼 대우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 하나 하나의 노동이 모여서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이들은 항상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서비스업 노동자는 1100만 명 중 800만 명인 77%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800만 명의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분들은 실력도 능력도 재산도 없어서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커서 마트 노동자가 된다고하면? 아마 마트 계산대에 서있는 노동자들도 싫어할 것 같습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한국의 사회 이동성은 닫혀버렸습니다. 즉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공한 인물이 나올 수 있는 사회는 없어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 대부분이 잊혀진 800만 명 중에 하나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은 800만에 끼지 않기 위해 죽도록 공부하면 될까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그 위를 보면 다른 주인공이 있어 결국 자신도 투명인간이 되는 세상이니까요. 어른들이 말하지요. "위에 보지 말고 아래보고 살아" 이 이야기는 욕심을 버리고 만족하라는 이야기지요. 사실 위와 아래가 있다는 게 문제인데 그건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니 우리 아이들을 자꾸 위로 보내고 싶어합니다. 


그 위엔 다시 또 다른 위가 있는데도 말이죠. 결국 대부분 위로 가지도 못하고 올라가더라도 심한 열패감에 시달립니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은행 텔러, 청소부, 마트 계산원, 택배 기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식당 서빙, 편의점 계산원, 콜센터 직원 등등 이 모든 일들을 하는 '투명인간'들을 다시 사람처럼 봐주어야 하고 이런 분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적정 노동시간과 생활이 가능한 임금,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해서 적은 노동 강도 그리고 손님과 종업원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존중. 


본부장에 사장에 열광하지 않고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갖는 존경심이 중요합니다. 이럴 때만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 엔론 머스크, 래리 페이지, 저커버그 말고... 이런 이야기에 취해 혹은 성공 신화에 취해 오직 위만 바라보는 아이들이 행복할까요? 그냥 우리 같은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북티셰는 정말 우리 이야기를 하는 뮤지컬 한 편을 소개합니다. 드라마 <송곳>보다 더 우리와 가까운 아니 바로 우리 이야기입니다. 


부산 공연에서 3000명을 울린 뮤지컬 <투명인간>입니다. 


시간이 되면 위만 보는 아이들말고 서로 돌보는 아이들을 위해, 가족 관람이 어떨까요? 우리 엄마와 아빠, 아이들과 청년들은 지금도 어느 곳에서 투명인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투명인간>

연극도시 성북페스티발 3th 연출가초대전

2016년 10월 20일-23일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관람정보 

공연시간-70분

관람연령-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공연일시-20~21일 저녁8시, 22일 오후4시, 23일 오후3시

공연장소-미아리고개 예술극장

티켓가격-전석1만원 / 학생8천원 / 성북구민 50% 할인 

예매예약- 극단 경험과상상 010-4146-2016 

주최주관-성북연극협회(010-2274-1003)


■View point1 

마트노동자들이 겪었던 실화를 인터뷰하고 취재하여 창작한 작품. 마트산업노동조합(준)이 제작주체로 참여한 점도 특기할 만한다. 원래 제목은 “빨간 우산”이었지만, 마트 노동자들은 “투명인간”으로 하고 싶어했다. 


■View point 2 

'을'이 되어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는, 사람향기가 가득한 작품. 생생한 캐릭터와 맛깔난 대사들, 리드미컬한 라이브 연주가 객석을 웃음바다로, 눈물바다로 만든다.


■View point 3 

서울 구로아트밸리와 부산 민주공원 중극장 등, 기존에는 중극장 규모의 무대에서만 공연해왔다. 이번에는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은 소극장 공연으로 관객과 더욱 생생하고 가깝게 호흡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작연출의 변-류성

마트 노동자들을 취재하면서 정말 깜짝 놀란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대단히 높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노동조합을 '스스로를 극복하는 방법이자 세상을 바꾸는 무기'로 여기고 있었다. 이에 대해 나는 '예술가로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비판적인 관점'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전적으로 그들의 편에 서고 싶었다. 


■공연보

2016.09.26-27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2016.09.29-30 부산민주공원 중극장

2016.10.20-23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극단소개-극단 경험과 상상(since 2014)

무슨 미학적 뜻으로 뭉친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가 만들어졌다. '자발성, 자립성,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지만 잘 안 된다. '거울로서의 연극, 세계적 시야의 연극, 연극적인 연극'을 생각만 한다. <어떤 사랑>, <기막힌 동거>, <리어 누아르>, <우리제발>, <뮤지컬 화순1946> 등을 창작하고 공연하면서 열심히 빚더미에 오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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