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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이 Aug 15. 2016

인챈티드락

미국 출장 이야기

  이번주도 주말 이틀을 모두 쉰다. 저번주 휴스턴에 이어, 이번주에는 오스틴에서 서쪽으로 120킬로 정도 떨어진 인챈티드락(Enchanted Rock)에 가기로 했다. 말 그대로 바위다. 큰 바위 하나가 떡하니 있다고 한다. 그늘이 많이 없어 한낮에 가면 무더위 때문에 깨가 고생한다고 한다. 한 시간 넘게 차를 몰아야 해서 계획에 없던 곳이었다. 같은 방에 살지만 다른 부서인 형이 함께 셋이 가자고 했다. 조금 부담이 됐지만 한 번쯤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좋다고 했다.


  원래 아침 일찍 출발해 더위를 피해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모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열두 시가 다 돼 집을 나섰다. 인챈티드락까지 한 시간 반 남짓. 도착하면 가장 더울 시간인 두 시. 하늘에 낀 구름이 햇빛을 막아줘 그나마 괜찮았다. 숙소 주변 왓어버거에서 햄버거를 먹고 차를 몰았다.


  그렇게 차를 몰고 몰아 인챈티드락에 도착했다. 정말, 그냥 바위가 초원에 엎어져 있다. 아래쪽에는 나무가 좀 있지만 위는 허허벌판이다. 매끈매끈한 돌 표면뿐. 입구에서 입장료 7달러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다. 다행이라며 물통을 하나씩 가지고 바위산 꼭대기까지 가장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로 걸어갔다.



출장자 : 뜻밖의 여정
경사가 꽤나 있는 편이었다. 오래된 신발 밑창이 많이 닳아 신경을 쓰지 않다가 간혹 미끄러지기도 했다.


꼭대기까지 곧장 올라가지 않고 그 아래턱에서 한 바퀴 빙 둘러 걸었다. 꼭대기에서 아래를 보아도 좋았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올 거란 예보 때문일까, 오늘따라 하늘에 유독 구름이 많았다. 구름 사이로 독수리가 날아다녔다. 미국의 상징(!)이라는 흰머리 독수리도 아니고 크기도 작았다. 눈앞까지 다가와 날개로 바람을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룸메 형은 며칠 전에 산 쌍안경으로 독수리들을 봤다.


유독 푸른끼가 많이 보인다. 푸른끼를 최대한 줄였는데도 이모양이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


꼭대기에 올라가니 바람이 솔솔 분다. 아니, 사실 꽤나 세게 불었다. 시원하지만 뭔가 불안한 기운을 솔솔 풍기는... 그런 바람이었다. 사람을 잘 찍지 않았는데 오늘 동행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맘에 들어 담아 보았다. 뒷모습이니 초상권은 없는 걸로...

아니나 다를까, 먹구름이 몰아치더니 산에서 내려올 때쯤에는 비가 한두방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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