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이야기
이번주도 주말 이틀을 모두 쉰다. 저번주 휴스턴에 이어, 이번주에는 오스틴에서 서쪽으로 120킬로 정도 떨어진 인챈티드락(Enchanted Rock)에 가기로 했다. 말 그대로 바위다. 큰 바위 하나가 떡하니 있다고 한다. 그늘이 많이 없어 한낮에 가면 무더위 때문에 깨가 고생한다고 한다. 한 시간 넘게 차를 몰아야 해서 계획에 없던 곳이었다. 같은 방에 살지만 다른 부서인 형이 함께 셋이 가자고 했다. 조금 부담이 됐지만 한 번쯤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좋다고 했다.
원래 아침 일찍 출발해 더위를 피해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모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열두 시가 다 돼 집을 나섰다. 인챈티드락까지 한 시간 반 남짓. 도착하면 가장 더울 시간인 두 시. 하늘에 낀 구름이 햇빛을 막아줘 그나마 괜찮았다. 숙소 주변 왓어버거에서 햄버거를 먹고 차를 몰았다.
그렇게 차를 몰고 몰아 인챈티드락에 도착했다. 정말, 그냥 바위가 초원에 엎어져 있다. 아래쪽에는 나무가 좀 있지만 위는 허허벌판이다. 매끈매끈한 돌 표면뿐. 입구에서 입장료 7달러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다. 다행이라며 물통을 하나씩 가지고 바위산 꼭대기까지 가장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로 걸어갔다.
꼭대기까지 곧장 올라가지 않고 그 아래턱에서 한 바퀴 빙 둘러 걸었다. 꼭대기에서 아래를 보아도 좋았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올 거란 예보 때문일까, 오늘따라 하늘에 유독 구름이 많았다. 구름 사이로 독수리가 날아다녔다. 미국의 상징(!)이라는 흰머리 독수리도 아니고 크기도 작았다. 눈앞까지 다가와 날개로 바람을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룸메 형은 며칠 전에 산 쌍안경으로 독수리들을 봤다.
꼭대기에 올라가니 바람이 솔솔 분다. 아니, 사실 꽤나 세게 불었다. 시원하지만 뭔가 불안한 기운을 솔솔 풍기는... 그런 바람이었다. 사람을 잘 찍지 않았는데 오늘 동행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맘에 들어 담아 보았다. 뒷모습이니 초상권은 없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