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이야기
약 세 달의 출장기간 동안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건 한번 뿐이다. 열두 번의 주말 중 딱 한번이라니, 조금 야속하다. 인사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는 회사측의 나름의 배려이니 그러려니 한다.
행선지는 라스베가스. 이전 출장자들이 대부분 라스베가스에 갔단다. 다른 곳으로 갈까 했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나, 결국 라스베가스로 날아갔다. 저가 항공사의 지연, 시내 택시의 관광객 등쳐먹기, 늦은 체크인, 쪽잠, 새벽같이 출발한 그랜드캐년 투어까지, 첫날 밤은 꽤나 바빴다.
내 생애 처음 타는 헬기였다. 처음 뜰 때는 꽤나 무서웠는데 어느정도 날아가니 그럭저럭 탈 만하다. 가끔 난기류에 흔들리는 거 뺴고는 괜찮았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창가쪽에 앉았다. 이 비루한 몸뚱이가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왼편을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라 희뿌연했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드넓은 평야에 곳곳이 솓은 바위 덩어리들은 장관이었다.
헬기가 착륙한다. 웬 천막이 있고 우리 전에 출발한 헬기들이 보인다. 듣자하니 여기서 아침을 먹는단다. 그동안 멀리 가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고 한다. 식사는, 투어 요금에 비하면 사실 형편없다고 할 정도였지만 역시 시장이 반찬. 그걸 또 끝까지 다 먹었다.
아침 일찍 그랜드캐년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10시가 채 되지 않았다. 부족한 잠을 잠시 때우기로 하고 꿀같은 낮잠. 일어나서는 힘들게 걸어 인앤아웃버거를 먹었고, 돌아오는 길은 첫 우버 탑승. 벨라지오 호텔 구경과 첫 카지노. 영 재미가 없어 몇번 하지 않고 바로 오쇼를 보러갔다. 오쇼에 대한 감상은, 사실 몇 글자로 끝날 게 아니지만 내 감성의 한계로 겨우 이렇게 표현해 매우 아쉽다. 기본의 기본으로 들어가자면 서커스에 불과하지만, 단원들의 뛰어난 실력과 연기력, 화려한 무대, 스릴과 압도적인 스케일이 어우러지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루만 더 머물 수 있다면, 다른 쇼를 두어 개 더 보고 싶을 정도였다.
오쇼를 보고 나오자 해가 완전히 져 밤이었다. 해가 떠 있을 때도 사람이 많았지만, 라스베가스의 진정한 시작은 밤이 되서부터인 것 같았다. 걱정없이 그저 돈을 쓰러 오는 곳다웠다. 카지노 안에는 딜러와 재밌게 게임하는 이들과, 무료한 얼굴로 슬롯머신 앞에 앉은 이들이 함께 있었다. 우리는 후자에 가까웠고, 다행히(?) 도박에 흥미를 잃어 방으로 올라왔다.
비행기나 숙소, 투어, 쇼가 비싼 것 사실이나 그만큼의 값어치는 한 느낌이다. 특히 오쇼는 더더욱. 만약 다음에 라스베가스에 갈 일이 있다면 돈을 더 들여서라도 쇼를 여러 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