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회성 버튼을 누르는 당신에게"
남인숙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주로 여성을 핵심독자로 삼은 책들 위주여서 남자인 나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름은 알고 있었다. 책의 첫인상은 우선 '예쁘다'였다. 일러스트를 그린 디자이너 분께서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책을 꾸며주셨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그야말로 예쁜 책이다. 하지만 마냥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글을 워낙 잘 쓰시니, 뻔한 소재여도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글을 워낙 잘 쓰시니, 뻔한 소재여도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이 한 문장에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이 다 들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소감이니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 소심함, 내향인, 내성적인 성격 등을 주제로 한 책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남인숙 작가님의 책은 달랐다. 비슷한 소재여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렇게 재밌게 잘 읽히는구나, 다시금 느꼈다.
가끔 관계가 숙제처럼 다가올 때면 그동안 스스로 배운 것들을 되뇌곤 한다. 나, 가족, 그다음이 친구라는 우선순위를 잊지 말 것. 나를 열어놓지만 상대에게는 초대받는 만큼만 다가갈 것. 상대를 내 삶 안으로 억지로 초대하지 말 것. 친밀한 한두 관계에만 의존하지 말 것. 상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말 것. 삶은 원래 외로운 것임을 잊지 말 것._82쪽
이 책은 '사회성 버튼'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내성적이지만 이 버튼 누름으로써 내향적인 본성을 감춘다는 것인데, 작가님께서 대외적으로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니 주변에서 그녀가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표현하면 믿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실제로 자신처럼 내성적이지만 필요할 때 사회성 버튼을 누른 채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외향적인 사람과 달리 그 버튼을 누르면 마음의 휴식기가 필요해지고, 버튼이 눌러 있는 동안은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사회적인 성격이 아니므로 크게 공감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소심한 성격이 결코 교정해야 할 성향이 아니라고 위로해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외향성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스스로를 사랑하자, 라는 식의 흐름인데 역시 뻔하지만 글을 잘 쓰시니 지루하지 않았다.
단순히 자신의 에피소드를 몇 가지 풀어놓으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이윽고 나는 틀리지 않았고 다른 것뿐이다, 하는 흐름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화가 부족해 나는 열등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관계'를 받아들이고 유지하는 태도의 차이였다. 사실 인간은 내향적이다 외향적이다, 소심하다 아니다로 쉽게 이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저 큰 범주에서의 이야기일 뿐이지 같은 내향적인 스타일이더라도 사람마다 세세한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 남인숙의 '내향인으로서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역시 에세이의 묘미는 누군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것.
내향인이 우울감에 사로잡히기 쉽고,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신중한 것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이러한 부분을 무작정 단점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장점으로 더 승화시켜야 하는지 소개할 따름이다. 가르치는 식으로 소심하면 이렇게 해라라는 느낌이 아니어서 좋았고, 어떻게 하면 내성적인 자신과 더 친해질 수 있는지 소개해주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 더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고민은 죽는 그 순간까지 멈출 수 없다. 그러므로 이렇게 양질의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 앞으로도 에세이로든 자기계발로든 꾸준히 나와주면 좋겠다. 어쩌면 여성의 멘토로 잔뼈가 굵은 그녀이기에 이러한 결의 책을 잘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성적인 사람은 물리적,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바깥세상의 사소한 변수조차 자극이 된다. 잠깜의 외출, 가벼운 상호작용만으로도 피곤해진다. (...) 그래서 그런 이들은 보다 많은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_6쪽
내향인은 고치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앉아 제 살을 만드는 번데기 같다. 자아 안에 완전히 침몰하는 시간 없이는 다음 생애 주기를 무사히 맞을 수 없다. 자꾸만 안으로 향하는 마음을 책망하지 말고 완전히 침잠할 때까지 내버려둬도 좋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아가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집순이에게도 나름의 원칙이 필요하다._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