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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Jun 30. 2019

내향인을 위한 에세이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오늘도 사회성 버튼을 누르는 당신에게"



책 제목: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저자: 남인숙

출판사: 21세기북스

출간일: 2019년 4월 26일

분야: 에세이

가격: 14,300원

페이지 수: 212쪽






미리 보는 장단점

장점: 내성적이고 소심한 내향인에게 전하는 솔직담백한 위로와 공감의 에세이

단점: 사실 이런 콘셉트의 책은 많이 있었다.

  





남인숙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주로 여성을 핵심독자로 삼은 책들 위주여서 남자인 나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름은 알고 있었다. 책의 첫인상은 우선 '예쁘다'였다. 일러스트를 그린 디자이너 분께서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책을 꾸며주셨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그야말로 예쁜 책이다. 하지만 마냥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글을 워낙 잘 쓰시니, 뻔한 소재여도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글을 워낙 잘 쓰시니, 뻔한 소재여도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이 한 문장에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이 다 들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소감이니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 소심함, 내향인, 내성적인 성격 등을 주제로 한 책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남인숙 작가님의 책은 달랐다. 비슷한 소재여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렇게 재밌게 잘 읽히는구나, 다시금 느꼈다.



가끔 관계가 숙제처럼 다가올 때면 그동안 스스로 배운 것들을 되뇌곤 한다. 나, 가족, 그다음이 친구라는 우선순위를 잊지 말 것. 나를 열어놓지만 상대에게는 초대받는 만큼만 다가갈 것. 상대를 내 삶 안으로 억지로 초대하지 말 것. 친밀한 한두 관계에만 의존하지 말 것. 상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말 것. 삶은 원래 외로운 것임을 잊지 말 것._82쪽



이 책은 '사회성 버튼'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내성적이지만 이 버튼  누름으로써 내향적인 본성을 감춘다는 것인데, 작가님께서 대외적으로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니 주변에서 그녀가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표현하면 믿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실제로 자신처럼 내성적이지만 필요할 때 사회성 버튼을 누른 채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외향적인 사람과 달리 그 버튼을 누르면 마음의 휴식기가 필요해지고, 버튼이 눌러 있는 동안은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사회적인 성격이 아니므로 크게 공감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소심한 성격이 결코 교정해야 할 성향이 아니라고 위로해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외향성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스스로를 사랑하자, 라는 식의 흐름인데 역시 뻔하지만 글을 잘 쓰시니 지루하지 않았다.





단순히 자신의 에피소드를 몇 가지 풀어놓으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이윽고 나는 틀리지 않았고 다른 것뿐이다, 하는 흐름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화가 부족해 나는 열등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관계'를 받아들이고 유지하는 태도의 차이였다. 사실 인간은 내향적이다 외향적이다, 소심하다 아니다로 쉽게 이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저 큰 범주에서의 이야기일 뿐이지 같은 내향적인 스타일이더라도 사람마다 세세한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 남인숙의  '내향인으로서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역시 에세이의 묘미는 누군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것.


내향인이 우울감에 사로잡히기 쉽고,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신중한 것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이러한 부분을 무작정 단점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장점으로 더 승화시켜야 하는지 소개할 따름이다. 가르치는 식으로 소심하면 이렇게 해라라는 느낌이 아니어서 좋았고, 어떻게 하면 내성적인 자신과 더 친해질 수 있는지 소개해주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 더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고민은 죽는 그 순간까지 멈출 수 없다. 그러므로 이렇게 양질의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 앞으로도  에세이로든 자기계발로든 꾸준히 나와주면 좋겠다. 어쩌면 여성의 멘토로 잔뼈가 굵은 그녀이기에 이러한 결의 책을 잘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성적인 사람은 물리적,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바깥세상의 사소한 변수조차 자극이 된다. 잠깜의 외출, 가벼운 상호작용만으로도 피곤해진다. (...) 그래서 그런 이들은 보다 많은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_6쪽



내향인은 고치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앉아 제 살을 만드는 번데기 같다. 자아 안에 완전히 침몰하는 시간 없이는 다음 생애 주기를 무사히 맞을 수 없다. 자꾸만 안으로 향하는 마음을 책망하지 말고 완전히 침잠할 때까지 내버려둬도 좋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아가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집순이에게도 나름의 원칙이 필요하다._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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