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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Jul 02. 2019

<마녀체력> 운동으로 인생이 바뀌다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책 제목: 마녀체력

저자: 이영미

출판사: 남해의봄날

출간일: 2018년 05월 20일

분야: 에세이

가격: 15,000원

페이지 수: 272쪽





미리 보는 장단점

장점: 운동 욕구를 자극시키는 생생한 체험담. 근육질의 스포츠맨들이 하향식으로 찍어누르듯 운동하라고 설득했던 책들과는 다르다. 몸매를 자랑하는 사진도 없고, 자신의 체육관이나 다이어트 상품을 홍보하는 냄새도 없다. 이제는 친근한 이웃(언니, 누나, 이모, 어머니?)이 들려주는 소소한 운동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다.

단점: 소장욕구를 떨어트리는 본문 종이... 질도 나쁘고 페이지 수도 200쪽가량인데 가격은 15,000원이다. 그런데 또 인용은 참 많다. 무려 38권의 책(주로 베스트셀러들)을 인용했다. 저자의 이야기가 워낙 재밌어서 인용을 좀 줄이고 자기 이야기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평소에 건강 분야의 글(정확히는 에세이지만)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건강에 자신은 없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쪽 분야의 글이 워낙 천편일률적으로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육질의 남성이나 여성이 몸매를 드러내며 운동은 이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사는 건 틀렸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 지겹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영미 저자의 마녀체력은 콘셉트가 참 매력적이다.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카피와 함께 자신을 '고혈압과 스트레스, 저질 체력만 남은' 평범한 직장인 여성이었다고 소개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이웃이 옆에서 차분하게 '나는 운동을 이렇게 시작하게 됐고, 덕분에 이런 부분이 달라졌어요.'라고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다. 부담스럽지도 않고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도 운동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30대 후반의 애 엄마가 되어 책상에만 앉아 일한 지 10여 년. 지리산은커녕 동네 아차산도 올라가 본 게 언제인지 모를 만큼 저질 체력이 된 것이다. 겉으로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 어떤 산이라도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지금의 나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부류에 속했다. _36쪽



저자는 '대에디터'라 불리는 출판 편집자다. 무려 13년 차다. 나와 같은 직종이어서 더 몰입되었던 부분도 있지만, 직장을 다니는 중년부터 사회초년생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굳이 '여자'라고 특정 지어 체력을 기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 남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에세이지만 동시에 건강 분야의 책이고, 또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어쨌든 에세이답게 술술 잘 읽힌다. 카페에서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건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었다. 아들의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를 하다 두 차례나 넘어지는 치욕(?)을 당한 그녀의 남편은 그날 이후 달라졌다. 담배도 끊고(임신을 했을 때도 끊지 않았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때까지도 아내인 저자는 운동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가족끼리 함께 간 여행지에서 남편이 다른 가족과 산의 정상을 등반할 동안 밑에서 처량하게 기다리기만 했던 일이 계기가 되어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어렸을 땐 어떤 산이든 도전하고 체력적으로도 당당했었는데, 체력이 약해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함께 산을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이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수영부터 자전거, 마라톤까지 저자가 겪은 다양한 실패담, 성공담과 함께 소소한 팁들도 소개해준다. 복장은 어떻게 해야 하고, 어디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고, 겁이 날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친절하게 코칭해준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므로 시중에 나온 '전문적인 지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실 운동이란 게 선수 생활을 할 게 아니라면 얕은 지식이어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저자가 철인 3종 경기를 모두 해낸 트라이애슬릿이므로 일반인인 우리에 비해서는 전문가지만 말이다.



붕 뜬 기분으로 선수 대기석에 앉아 힘들게 밥숟갈을 떠 넘겼다. 그제야 부끄러움이 몰려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런데 몇몇 아는 얼굴들이 다가오더니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실은 동네 마라톤 클럽에서 나를 포함해 네 명의 초보자가 함께 출전한 거였다. 한 사람은 아예 물에 들어가지도 않고 기권, 두 명은 한 바퀴도 돌지 못하고 보트에 올라탔다는 것이다. 그랬구나, 결코 나만 무서웠던 게 아니구나. _93~94쪽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처음 참가했던 트라이애슬론 대회 에피소드였다. 죽은 쥐가 둥둥 떠다니는 흙탕물이 무섭고, 잔잔한 수영장이 아닌 호수에서 수영하는 게 너무 어려워 포기하려 했을 때, 어디선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아들과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끝까지 완주했다는 이야기다. 몇 번이나 관두려고 했는데 '여기까지만, 저기까지만' 조언해주는 남편 덕분에 용기를 내어 결국 꼴찌로 결승점에 들어오게 된다. 스스로가 겁쟁이 같고 미약하게 느껴져서 비참한 기분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남편의 말대로 처음은 다 어려운 것이었다. 처음 참여한 다른 세 명이 전부 도중에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자신만 힘들고 무서웠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고, 더 큰 용기를 얻게 된다.


운동을 통해 그녀는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건강해졌고(골골 앓았던 중년에게는 가장 큰 메리트다) 콤플렉스였던 작은 키도 더 이상 게의치 않게 됐다. 오히려 다부지고 생기가 넘친다는 평을 자주 듣게 된다. 무엇보다 매사에 더 정력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고 일에서도 큰 성과를 얻는다. 감기에 걸리면 6개월 동안 기침을 하고 콧물을 쏟을 정도로 약골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잔병치레도 잘 하지 않는 생기 넘치는 건강한 사람이 됐다. 건강이 중요한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공부를 많이 해서 잘하면 좋고, 책을 많이 읽으면 좋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좋고, 근육이 생기면 좋고, 기름기 없는 생식을 자주 먹으면 좋다 등등 누구나 무엇이 옳고 더 좋은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청개구리 심보 때문인지 '이렇게 저렇게 해라!'라는 강압적인 명령투의 말을 들으면 더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장 효과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주는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겠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1447280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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