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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Jul 07. 2019

책 판권의 비밀, 판권만 봐도 판매량을 알 수 있다?

서점에 가면, 보통 책을 고를 때 먼저 표지를 보게 되고, 그다음 제목에 눈길이 간다. 채 1~2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이렇게 표지와 제목을 눈으로 스캔한 후 손에 집어들지 말지를 결정한다. 물론 집어들었다고 해서 구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렇게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책은 자리에 서서 내용을 짧게 읽어본 뒤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물론 이렇게 구경만 하고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다).





편집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책의 판형과 형태, 디자인, 카피 문구 등을 조율하고 조정한다. 그나마 매대에 눕혀 있을 때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러니까 책장에 책이 꽂혀 책등만 보이는 상태가 되면 그 뒤로는 암담해질 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다. 신중하게 책을 구매할지 말지 고려할 때 대체로 잘 보지 않는 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판권이다. 판권에는 참 다양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판권면이 앞에 있든 뒤에 있든 신경 쓰지 않는다. 출판 관계자, 그러니까 작가,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의 사람들만 판권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판권을 통해서 해당 책이 어느 정도 판매가 됐는지, 또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팔렸는지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판권을 살펴보았다.



그럼 판권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부터 잠깐 살펴보자. 보통 판권은 책 제목, 판 및 쇄, 저자 정보, 편집자나 디자이너 등 기타 정보, 발행처 정보, ISBN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우에 따라 제작처나 감수자 등이 들어가는 책도 있다. 참고로 판권은 출판사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구성도 조금씩 다르고, 책 앞부분에 있는 경우도 있고 뒷부분에 있는 경우도 있다. 오늘 샘플로 준비한 책은 뒷부분에 있었다. 아마 지금 주변에 있는 아무 책이나 꺼내서 살펴보면 대략적인 기재사항들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
판 및 쇄
저자 정보
기타 정보
발행처 정보
ISBN



이 정보들 중에서 판매량과 관계가 있는 부분이 바로 '판 및 쇄'다.   쇄란  책이 언제 처음 찍혔고, 언제  번째로 새롭게 찍혔는지 날짜가 적힌 부분이다. 쉽게 말해서 책의 생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첫 줄에는 ‘초판 1쇄’라는 이름과 함께 날짜가 적혀 있는데, 샘플로 준비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의 초판 1쇄 날짜는 2018년 4월 16일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게 바로 그다음 줄인데 '중쇄' 또는 '재쇄' 또는 '재판'이라고 표현한다.


초판 1쇄 이후부터, 즉 초판 2쇄, 3쇄, 4쇄가 바로 책을 몇 번 찍었는지 나타내는 숫자다. 초판 1쇄 날짜 다음에 아무런 정보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그 책은 맨 처음 한 번만 찍고 더 찍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초판 4쇄와 해당 날짜가 적혀 있다면 그 책은 1쇄, 2쇄, 3쇄가 다 팔려서(정확히는 다 출고가 되어서) 4번째 재쇄를 찍었다는 뜻이 된다.



드라마 <중쇄를 찍자!> 포스터. 이런 제목의 드라마가 나올 만큼 출판사에게 재쇄는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재쇄 여부로 판매부수를 유추할 수 있는 걸까? 보통 초판 1쇄는 정말 주력도서가 아니라면 2천 부 정도가 평균이다. 그러니까 초판을 2천 부라고 가정한다면, 초판 1쇄만 적혀 있는 책은 아직 2천 부가 다 팔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대형 출판사는 초판 부수가 더 많을 수도 있고, 소형 출판사는 초판 부수가 더 적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쇄, 즉 초판 2쇄는 4천 부가 시중에 풀렸다는 뜻일까? 여기서 또 골치가 아파진다. 재쇄 때는 보통 초판보다 적은 부수를 찍는다. 근래에는 보통 1천 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근데 또 이 부분은 책의 판매 속도를 보고 결정하게 돼서 유동적이다.


예를 들어서 초판 4쇄를 1쇄를 찍은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찍었다면 1천 부보다는 더 많이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1쇄가 2018년 4월이고, 2쇄가 2019년 3월이라면 초판이 팔리기까지 1년이 걸렸으니까 재쇄를 막 2천~3천 부씩 찍지는 않는다. 슬프지만 그대로 악성 재고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초판이 발행된 날짜와, 추가 인쇄된 날짜의 간격을 통해 이 책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지금 예시로 든 수치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대략적인 추산일 뿐이고, 출판사마다 1쇄 때 3천 부를 찍거나 1,500부를 찍는 등 다양하게 책을 내고 있어서 딱 정확하게 집계할 수는 없다.



초판 1쇄 2018년 4월 12일

초판 2쇄 2018년 5월 22일

vs.

초판 1쇄 2018년 4월 28일

초판 2쇄 2019년 3월 9일



단지 판매의 추이, 추세 정도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초판과 재판 사이의 간격을 통해 똑같이 2018년 4월에 1쇄를 찍은 책이어도, 어떤 책이 독자들로부터 더 좋은 반응을 얻었는지 알 수 있을 따름이다. 예시처럼 판권에 2쇄라고 적힌 두 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위의 경우에는 한 달 만에 2쇄를 찍었고, 아래는 1년 가까이 걸린 케이스다. 그래서 위의 판권을 가진 책이 조금 더 독자들에게 선호되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판권 이야기는 생각보다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정리를 한 것뿐이다. 책이라는 게 많이 팔려야 좋은 책이고, 적게 팔렸다고 나쁜 책이 아니다. 또 과거에는 주력도서가 아니더라도 초판을 4천 부, 5천 부씩 찍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책 시장이 현재보다는 좋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지금 언급한 판권 이야기는 최근에 나온 책에만 해당된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150632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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