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특수교사는 학생들 식사지도를 하기 때문에 교직원들과 함께 식사하지 않는다.
그날은 식사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결석을 하여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옆에 앉으신 국어 선생님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던 중에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왜 특수교사가 된 거예요?"
말수가 적으신 부장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멈칫했다.
"아, 그게 질문이 오해가 있겠네! 나는 특수선생님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늘 궁금해요. 어떻게 특수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가 궁금했어요."
"하하 오해하지 않았어요 부장님~, 대단하지도 않고요. 그냥 대부분의 특수 선생님들은 가족 중에 장애가 있거나 독실한 종교가 있으신데요. 저는 좀 사연이 있어서 고민을 했어요."
2003년 3월 7일, 군 전역 후 급하게 복학을 했다.
전공은 호텔관광경영학과다.
복학을 하고 보니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
외식조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호텔리어를 상상해 보았지만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2학년 2학기를 앞두고 자퇴를 했다.
'난 뭘 하며 살아야 할까?'란 질문이 결국 자퇴를 하게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이 멈추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무작정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 후, 전단지, 마트 창고, 캠핑용품 판매, 고깃집, 주점, PC방, 레스토랑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채웠다.
'난 뭘 하며 살아야 할까?'
항상 그 질문을 달고 살던 중에 학창 시절에 큰아버지께서 가볍게 던지신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너는 교사를 하면 잘 어울리겠다.'
"아... 교사... 평생직장! 좋다! 그런데 내가? 에이~ 택도 없어~ 내 과거를 봐라 그게 어울리기나 하냐? 교사는 바른 사람이 하는 거야~ 난 절대!"
그렇다. 나는 학창 시절이 그다지 무난한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과거가 지금의 나를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교사랑은 절대절대! 절~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 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작은 균열이 나기 시작됐다.
그로부터 3개월 뒤, 26살의 나이에 재수종합반에 등록을 했다.
교사가 되기로 했다.
아직 군대를 안 간 재수생들에게 나는 엄청 크게 느껴지는 존재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성실하게 공부를 해야만 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감사함이 사라지고 공부가 일상이 되고 나니 하루가 너무 고되기만 했다.
'지친다... 이렇게는 못 버티겠어...'
그냥 별생각 없이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봉사활동'을 검색했다.
그중 이름이 예쁜 '예그리나'카페에 가입을 했다.
며칠 후 공지 쪽지가 왔다.
'이번 주 일요일 9시~, OO보육원 봉사활동 있습니다.'
'하하 내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학교 다닐 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놀리던 내가? 말이 되나?'
그렇게 처음으로 봉사활동이란 것을 해봤다.
부모가 없는 혹은 위탁된 3~5살짜리 심신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일일 엄마가 되어주는 일이었다.
이 작은 아이들에게 죽을 먹여주고, 씻겨주고, 함께 춤추고 놀아주고... 끊임없이 미소 지어주고...
이상했다.
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친구들이 보면 뭐 하고 있냐고 빈정댈 수도 있을 만큼 나와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고시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려~너답지 않아~', '그런데 왜 자꾸 생각나지?', '착한 척하지 마~', '이 아이들의 삶이 빛날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국어교사를 꿈꾸던 나는 결국 중등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세상에 정답이 있으랴!
내 앞에 봉우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내 삶의 어떤 곳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난 웅장하고도 사명감 가득한 마음으로 나이 많은 오빠 신입생이 되었다.
"부장님... 저는 우연히 봉사활동 갔다가 이 아이들 엄마가 되어주고 싶단 생각에 시작했어요."
"오~ 역시 특수선생님들은 다르네요."
"아...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시작이 그랬다는 거예요. 지금은 뭐 사춘기 아이들과 함께 사는 엄마처럼 살고 있어요. 결국 엄마가 되어준 건 맞네요. 하하하"
"뭐가 됐든 고마워요. 선생님은 정말 귀한 일을 하고 계세요. 솔직히 저보고 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거든요. 존경!!"
"아이고~ 다 귀한일이죠~.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가끔씩 선생님들이 이런 마음을 표현해 주실 때마다 눈물 나게 고맙다.
덕분에 나의 초심도 떠올려봤고, 특수교육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