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승의 날, 특수교사의 스승의 날

스승 :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by 북울림

교사는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이라는 큰 목표에 공헌했다는 공헌감을 갖는다. 그 공헌감에서 행복을 찾는 수밖에 없다.

『미움받을 용기2』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인플루엔셜.



5월 15일, 스승의 날


학교에서는 대체적으로 '교사', '선생님', '쌤'이라는 호칭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날은 모든 국민이 '교사'를 은연중에 '스승'이라고 칭하는 날이다.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인도'한다는 말이 참으로 숭고하고 거룩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난 '스승'이라는 말이 매번 어색하다.


어쩌면 내가 경험한 '스승'이란 존재가 지금의 나와 비교하면 너무 위대해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년 '스승의 날'이 임박하면 교사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진다.


훌륭한 교사를 뽑아 표창을 한다는 이야기부터 학생들에게 선행을 한 교사의 이야기 등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보통의 교사들이 공감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다.


그러면 정작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래는 올 스승의 날 뉴스 중 내가 가장 공감한 뉴스 제목이다.



아래는 작년 '스승의 날'에 올라온 뉴스 제목이다.



학교밖에서는 이러한 기사를 보면 교사들이 '오버'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게 진심임을 알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공직사회에서는 '김영란법'이 대히트를 쳤었다.


물론 이 법이 적용되기 전에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선물도 받지 않았다.

(최소한 나와 내 주변 선생님들은 그랬다.)


하지만 스스로 안 하던 사람인데 법으로 하지 말라고 하니깐 왠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느낌도 든다.


아마 그즈음부터 교사들에게 '스승의 날'은 '김영란 법의 날'로 느끼지 않았을까?


'스승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기에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에게 묘한 의무감이 발생한다.


일종의 '도리'...


다행히 최근에 많은 학교들이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선생님들에게 카네이션을 일괄적으로 배급(?)한다.


이러한 간단한 행사 덕분에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가진 묘한 의무감이 단박에 해소가 된다.


난 항상 이날이 되면 처음으로 이 아이디어를 낸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미션이 남아있다.


바로 졸업한 아이들의 학교 방문이다.


스승의 날에는 단축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다.


단축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오전 수업만 하고 하교를 하기에 교사들은 조금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쩌면 이게 교사들이 원하는 '찐복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교한 아이들이 이날만큼은 멋진 교복을 입고 졸업한 학교의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우르르 몰려온다.


선생님들은 그걸 알기에 당장 급하게 할 일이 없어도 조퇴를 하지 않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렇게 오후는 졸업한 아이들과 추억을 곱씹으며 서로의 변화와 노력에 칭찬을 하는 시간을 보낸다.


기사처럼 '차라리 휴일이라면 좋겠다'는 말은 이러한 의미 있는 시간일지라도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이러한 행사들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특수교사도 같은 마음일까?


이제부터는 특수교사가 경험하는 '스승의 날'이다.


특수교사에게 '스승의 날'은 무엇일까?


사실 나에게 '스승의 날'은 큰 의미가 없다.


어느 날은 오후에 업무포털에 접속하다가 배너를 보고 알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큰 의미가 없을 뿐, 선생님들과 우리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날이다.


특히 아이들은 돈 들이지 않고 통합학급 담임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5월이 되면 특수교사는 다양한 카네이션 만들기 방법에 대해 검색을 한다.


교육적 효과가 있으려면 일단 새로워야 집중을 하니깐 찾아내야만 한다.


카네이션 만들기를 하다 보면 결과물의 완성도 차이가 크다.


잘하는 아이가 잘 만들고 못하는 아이가 못 만들어야 마땅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항상 장애가 경미할수록 결과물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장애가 중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특수교사들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어쩌면 유치원 선생님도 그 이유를 알고 계실 것이다.


그건 바로! 장애가 중할수록 특수교사의 손맛(?)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보내주신 선생님 손맛 가득한 카네이션!! 고맙습니다!!)




어쨌든, 특수학급의 5월은 카네이션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어버이날'에는 아이들의 부모님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카네이션을 만들어서 보낸다.


'스승의 날'에는 통합학급 담임선생님에게 달아 드릴 카네이션을 만들어서 보낸다.


그렇지만 '스승의 날'에 아이들에게 나를 위한 카네이션을 만들게 하는 건 꺼리게 된다.


만약 특수교사가 2명 이상이면 우리끼리 옆반 선생님을 챙겨드리는 훈훈한 자축(?)도 한다.


하지만 혼자 근무하는 특수교사에게는 '스승의 날'은 남의 날처럼 느껴진다.


'특수교사에게는 가르치는 학생이 있을 뿐 제자는 없다'는 말이 유독 크게 다가오는 하루다.




꽃을 달아주거나 찾아오는 제자가 없는 날을 몇 해를 보낸 지금은 어떤가?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오히려 자유롭게 조퇴를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이 생겼다.


그래서~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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