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드디어~합격을 축하합니다.

by 북울림

일상의 시작과 끝이 자연적 시간의 흐름에 의해 규정된다면, 인생의 시작과 끝은 의미 있는 경험에 의해 규정된다.

- 『아주 보통의 행복』-최인철. 21세기북스 p. 55




'으~ 못 보겠어~~'


내 앞에는 경기도 중등교사 임용 발표 창이 떠있다.


".... 합격이네..."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합격을 하면 뛸 듯이 기쁠 줄 알았다.


3번의 불합격과 그 사이에 망가져버린 허리와 위장, 피폐해진 정신상태가 한계를 넘어섰나 보다.


어쩌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34:1, 24:1, 16:1, 10:1....'

늘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다 걸려버린 '임용중독...'


이런 말도 안 되는 임용경쟁률을 당연한 듯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었다니...


부모님에게 합격소식을 알렸다.


이제야 실감이 됐는지 눈물이 난다.


3년간 함께 고생했던 전 여자친구(현 와이프)와 누적해서 24명에 달하는 스터디원들이 생각났다.


합격소식을 전했다.


본인은 불합격하여 속이 쓰리지만 누구보다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 고마운 사람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뭐라고 위로도 못해주고 그저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 지긋지긋한 임용시험... 드디어 끝났다! 해방이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이번에 OO여중에 발령받은 신규교사 감탄입니다."


"반가워요 선생님, 내일 학교에 방문하실 수 있으세요?"


"네? 내일요? 네...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웠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했는데 급하게 가게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옷장에 옷이라곤 츄리닝에 후드티밖에 없다.


부랴부랴 정장과 코트를 샀다.


그렇게 경북에서 경기도로 먼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발령받은 곳이 시골이라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탔다.


시외버스터미널부터는 20분 정도 걸어갔다.


학교 교문이 나왔다.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어쩌면 너무 긴장해서 뛰는 심장을 설렘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으~ 아자!'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언덕을 힘차게 올라갔다.


구령대 앞에 남색 점퍼를 입으신 젊은 남자분이 계셨다.


아마 기사님이신가 보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성공적인 데뷔 인사에 스스로 만족하며 걸었다.

학교 현관 앞에는 발령받은 선생님들의 명단이 있었다.


<본교 발령을 축하합니다.>

.

.

.

특수 감탄 선생님


내 이름이 보인다.


가슴이 벅찼다.





'교. 무. 실'


거부감이 드는 저 팻말...


급 긴장되었다.


'학창 시절에 내가 그토록 꺼리던 교무실에 이제는 교사가 되어 들어가다니!'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에게 차례로 인사를 드리고 행정실에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했다.


전임 특수선생님에게 초스피드로 인수인계를 받았다.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었지만 머릿속은 멍했다.


그래도 뭔가 잘될 것만 같았다.


아이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추억을 생각하니 그동안의 고생이 다 보람으로 느껴진다.


'얘들아! 우리 함께 성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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