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지도사님은 여자분이시죠?"
"아... 없으세요..."
"네?..."
"......"
인수인계의 마지막 대화는 그렇게 말도 안 되게 끝났다.
학교라는 곳도 대표적으로 여자가 많은 조직이다.
나와 함께 발령받은 동기들도 대부분 여자였다.
그래서 남자이고 특수교사인 내가 여자중학교에 배정되었다는 게 의아했다.
'이유가 있겠지~ 교육청에서 아무 생각 없이 했겠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 지적장애 1급이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혼자 등하교 불가'
'신변처리 불가'
'일상적인 한 단어 의사소통만 겨우 가능'
거기에 지원인력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고~이게 가능한 건가? 으~ 머리 아프네~'
3월 2일이 되었다.
이 날짜는 교사들에게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날짜다.
'아~ 학교 가기 싫어~'의 대표적인 날이기도 하다.
특수교사에게도 이날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도 새로운 학년의 새로운 반으로 배치된다.
우리도 낯선 환경에 가면 긴장을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딴 세상처럼 느껴질 것이다.
부적응이 가장 심한 시기다.
가끔 몇몇은 교실에 들어가기를 거부해서 복도에 앉아서 울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지적장애 1급을 가진 유진이는 그런 부적응은 없었다.
어쩌면 그걸 느낄 수 없는 인지 수준이라서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1교시가 끝난 후 유진이가 나에게 말했다.
"쉬~쉬~"
"아! 그래! 유진아 화장실 가자"
한 손에 화장지를 쥐어주고 여자화장실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문 앞에서 유진이에게 말했다.
"유진아. 화장실. 들어가. 치마. 내려. 쉬. 해."
유진이는 그 자리에서 '쉬'라고 말하며 치마를 내리려 했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냐! 아냐! 유진아 잠깐 기다려! 거기 있어!"
아이를 화장실에서 기다리게 한 후 가까운 보건실에 들어갔다.
"보건 선생님... 죄송한데... 저희 학생이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혼자 신변처리를 못해서요...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선생님! 유진이 맞죠? 교실에 있어요?"
"아뇨, 화장실에요."
"벌써요? 1층이죠? 선생님은 따라오시지 말고 보건실 좀 지켜주고 계세요."
그렇게 보건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는 화장실을 잘 갔다 왔다.
교실로 들어온 나는 생각에 잠겼다.
'하... 이거 너무 하네... 매일 이렇게 부탁을 해야 하네... 진짜 발령 내신 분 너무하네!'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교육청지원청에 전화를 했다.
"ㅇㅇ여중 특수교사 감탄이에요. 저 이번에 신규 발령받았는데 저희 학교 상황을 말씀드릴게요."
......
"결국 특수교육지도사 배정도 불가능하다는 거죠?"
"네..."
"그럼 교육지원청에서라도 여자분이 지원 나와주세요."
"선생님... 그것도 어려워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하셔야 될 것 같아요..."
"어떻게요?"
"그건 알아서......"
"선생님에게 화풀이해서 죄송한데요. 근데 교육청이 너무해요. 굳이 남자교사를 지적장애 1급이 있는 여자중학교에 특수교육지도사도 없이 보내시다니!! 정말 너무하십니다!"
그렇게 나는 첫날부터 교육청직원청의 블랙리스트, 혹은 악성 민원인이 되었다.
다음날, 특수학급에 유진이의 담임선생님과 보건선생님이 오셨다.
"감탄쌤~ 얘기 들었어~ 고생 많지?"
"아! 유진이 화장실 건이요? 당황했는데 보건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잘 해결됐어요."
"앞으로 방법이 있어?"
"교육청에 전화를 해봤는데 내년에는 꼭 특수교육지도사를 배치해 준다는 답변만 받았어요. 올해는 방법이... 없네요..."
"걱정 마. 교실에 있을 땐 내가 화장실 보내주고 특수학급에 있을 땐 언제든 보건선생님한테 부탁해."
옆에 있던 보건선생님도 이야기하셨다.
"맞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깐 다 이해해요. 부담 갖지 말고 부탁해요. 그리고 때마다 생리에 대한 교육도 직접 해주면 되니깐 그것도 걱정 말고."
담임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유진이는 선생님의 학생이기도 하지만 우리 반 학생이고 우리 중학교 학생이야. 혼자 짊어지지 말고 언제든 말해~"
이 말에 나는 울컥했다.
"아... 고맙습니다... 진짜 방법을 못 찾아서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진짜 고맙습니다."
몇 달 뒤, 술자리에서 우연히 나를 인사발령한 장학사님을 만났다.
술이 잔뜩 취한 나는 물어봤다.
"왜 저를 이곳에 배치하셨는지 정말 궁금해요."
나는 귀를 쫑긋하며 답변을 기다렸다.
잠시 후 장학사님이 답변을 하셨다.
"...... 미안해요......"
그 후로 나는 전투력을 상실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에휴~ 어쩌겠어. 해나가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