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누군가의 삶에 주인공이 된다는 것', 장애이해교육

by 북울림

우리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에만 자신의 가치를 실감한다.

『미움받을 용기』고가 후미타케. 인플루엔셜.






신규교사 연수중 모 지역교육청 장학사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합격을 축하드려요. 여러분들은 이제 어디로 가시는지 아시죠?"


뭐든 적극적인 신규교사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네~ 학교요~."


"저도 합격한 지 오래됐지만 신규교사 연수에 오면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참 행복하네요."


말을 잠깐 멈추시더니 잠시 후 이어서 말을 하셨다.


"특수교육을 졸업한 아이들 중에 직업을 가지는 친구도 있고, 집에서 지내는 친구들도 있어요. 때에 따라서는 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친구도 있고요. 언젠가 제가 복지관에서 그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어요."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예요?'


"저는 당연히 최근에 있었던 즐거운 프로그램을 할 때나 소풍을 갈 때와 같은 답을 예상하고 던진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학교 다닐 때라고 말하시더라고요. 우리 때는 장애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학교 다니시기 힘드셨을 텐데 학교 다닐 때라고 하시니깐 그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행복했어요?'


"한분이 이렇게 답해주시더라고요."

'친구들과 함께 지낸 거요. 친구들이 인사도 해주고, 웃어주고, 운동장에서 같이 체육도 했어요. ㅇㅇ이가 제 의자를 내려줬어요. 그리고 체육대회에서 줄다리기도 하고, 같이 소풍도 갔어요. 같이 사진도 찍었어요. 내 방에 우리 반 단체 사진이 있어요. 좋아요.'


"저는 많은 생각을 했어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왜 이분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학교일까? 그러면 학교의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이분들을 위해 특수교사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강의실은 고요했다.


"여러분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드리는 숙제예요."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장애학생이 속한 통합학급에 장애이해교육을 하러 들어갔다.


떨리지만 장애학생을 위해, 장애학생과 함께 살아가는 통합학급 학생을 위해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특수교사 감탄입니다.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어요."


순식간에 학생들이 의자를 고쳐 앉고 집중을 해주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장애를 가진 학생 말고 장애를 가진 성인분들을 본 적이 있어요?"


"... 아뇨"


"우리 반에도 있고 옆반에도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는데 왜 장애를 가진 성인들은 안보일까요?"


"그러네? 모르겠어요."


"여러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 되듯이 당연히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성인이 돼요. 이분들은 직장에 다니기도 하고, 집에서 지내기도 하지만 복지관 같은 시설에서 살아가시기도 해요. 예전에 성인이 된 장애인 분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질문이 뭐였냐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삶에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언제냐고요' 언제일 것 같아요?"


웅성웅성거리더니 한 학생이 답해주었다.


"초등학교 때요."


"오~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땐 노니깐요. 저는 놀 때 행복하더라고요."


"맞아요. 선생님도 놀 때 행복해요.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역시 놀 때 행복해요. 그런데 혼자 놀 때 보단 친구들과 놀 때 행복하죠?"


"네~"


"장애를 가진 성인분들은 학교 다닐 때를 가장 행복했다고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때의 친구들 이름도 다 이야기하고 친구들과 있었던 소소한 일들도 모두 간직하시고요. 인생 최고의 사진으로 벚꽃 아래에서 찍은 같은 반 단체사진을 보여주시고요. 달리 말하면 이분들의 삶에 주인공은 학교 다닐 때 함께한 친구와 선생님이란 거죠."


나는 말을 이어서 했다.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언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연극을 할 때요?"


"좋아요. 연극을 할 때 주인공이 될 수 있죠. 그리고 선생님이 경험해 보니깐 연애를 할 때도 주인공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고 기를 때도 주인공이 되는 것 같고요."


"선생님~ 경민이 요즘 주인공 됐어요~ ㅇㅇ중학교 2학년 3반 13번 문경철이요"


"미쳤어~왜저래~"


"아~ 연애하는군요? 축하해요~"


"아니에요~몰라요~"


"괜찮아요~ 훌륭한 거예요~ 멋져요! 왜냐하면 우리가 누군가의 삶에 주인공이 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것도 평생 주인공으로 기억된다는 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죠.

우리 반에 연경이라고 있죠? 어쩌면 연경이는 여러분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을 거예요. 여러분들의 인사 한 번, 친절한 말 한마디, 응원의 표현들은 연경이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줄 주인공의 모습일 거예요.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기억된다면 이 세상을 참 멋지고 가치 있게 살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여러분들의 말과 행동과 마음씀 덕분에 여러분들은 누군가의 삶에서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로 평생을 기억될 거예요."


숙연해졌다.


내가 신규교사 때 경험했던 침묵 같았다.


"여러분들이 그런 행운을 잡길 바랄게요. 사랑합니다! 끝!"




그렇게 나는 장학사님이 주신 숙제 중 한 가지를 마쳤다.


앞으로도 이 숙제를 마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나도 누군가의 삶에 영원히 주인공으로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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