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당신은 착각하고 있다.
A와 B가 서로 좋아했으나 상황상 혹은 성격상 이루어지지 않았고 C가 둘 사이를 이간질하여 결국 B가 A를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죽었다... 는 이야기는 순수문학에서 로맨스로 분류된다. 종이책 띠지에, 보도자료 카피에 '비극적인 사랑' 어쩌구가 흐를 것이다.
그러나 장르소설 판에 오면 그 원고는 로맨스가 아니다.
막장은 로맨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파국은 로맨스가 아니다.
당신은 착각하고 있다.
감정과 행동의 일치가 장르소설의 로맨스를 만든다. 손 한번 잡지 못한 첫사랑부터 말 한번 못 건 짝사랑까지 싹 다 로맨스 아니다. 감정만으로는 정의되지 못한다. 말을 섞고 입술을 섞고 몸을 섞어야 그게 로맨스다. 내내 썸만 타다가 혹은 내내 떨어져 있다가 이제 연애를 시작하려 한다면서 결말을 지어버리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나기>는 로맨스일까? <봄봄>도, <동백꽃>도 로맨스 아니다. 로맨스라 한다면, 도입부에 불과하다. 독자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