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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감치는북마녀 Feb 17. 2022

‘부업’으로 포장되는 웹소설 글쓰기 산업

웹소설 글쓰기 강의 출판시장 분석 칼럼

�시장은 유기적으로 변화하기에 칼럼을 썼던 시점과 비교하여 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편집부에서 본 최종교정디자인본이 아니라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후 발견 시 수정하겠습니다.


‘부업’으로 포장되는 웹소설 글쓰기 산업

w. 북마녀 웹소설 유튜버 & <기획회의> 편집위원  



시장의 성장만큼 교육사업의 판도 커졌다


웹소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웹소설 작법을 배우고자 하는 수요 역시 증가했다. 일례로 5월 하순부터 진행 예정인 ‘2021 웹소설 창작 특강’(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최)은 비대면 라이브인데도 불구하고 수강 신청 정원이 조기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실무를 진행하는 업체 측에서 당초 50∼100명을 예상했으나 단기간 신청 폭주로 인해 결국 10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한 줌 프로 계정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웹소설 강의의 수요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웹소설이 돈이 되고 대중이 흥미를 갖는다’는 이유로 시나리오, 순문학, 동화 등 웹소설 강의가 아닌 강의에도 강좌명과 소개글에 무조건 ‘웹소설’을 넣어서 노출시키고 홍보하는 희한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웹소설을 ‘문학’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웹소설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키워드를 이용하는 모습은 웹소설 관계자로서 몹시 불쾌하기까지 한 대목이다.


웹소설 글쓰기 산업이 강의업계에서 급부상한 까닭은 무엇일까? 기존 ‘소설’ 작법 강의는 순문학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웹소설은 장르 특성이 뚜렷하며, 순문학적 스토리텔링으로 쓰게 되면 필패必敗하게 된다. 시장의 성장에 따라 꾸준히 창출되는 수요층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이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공급’이 필요해진 것이다. 


웹소설 글쓰기 교육의 전방위적 성장


수년 전까지만 해도 웹소설을 배울 수 있는 대학이 전무하다시피 했으나,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문학창작학과에서도 웹소설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 웹소설창작전공,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학과 등 실무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웹소설 전공을 개설하여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예술원 문예창작예술계열 웹소설/웹시나리오과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웹툰 학원, 게임아카데미 등의 학원가에서도 웹소설 강의를 만드는 등 수요를 끌어들이고자 전략적인 변화를 취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문피아 등 자유연재가 가능한 웹소설 플랫폼에서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작가를 양성하고 있다.

웹소설 글쓰기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특징은 온라인 강의가 타 업계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웹소설 시장 고유의 특성과 2020년∼2021년 현재 코로나 시국이라는 환경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대표적인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평균 2∼3종류의 웹소설 클래스가 운영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표> 현재 운영되고 있는 VOD 웹소설 강의

클래스101 : <잘 팔리는 여성향 웹소설 쓰기! 작가 실전 트레이닝>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작가 되어 내 글로 돈 벌어보기> <판타지 웹소설 작가 되어 내 글로 돈 벌어보기>

탈잉 : <현직 작가와 함께 하는 웹소설 클래스> <로맨스 웹소설 작가 되기>

클래스톡 : <누구나 쉽게 쓰는 웹소설!> <꾸준히 수익이 나는 웹소설 작가 되기!> <월급만큼 수익내는 네이버, 카카오 웹소설 작가 되기>

스터디파이 : <창작공모전으로 웹소설 작가 데뷔하기>

*커리큘럼 상 명확하게 ‘웹소설’을 가르치는 강의가 아닌 경우는 제외함 / 개인 오프라인 강의는 데이터 추출이 어려워서 제외함.

주) 2022년 현재는 웹소설 강의의 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나도 주말에 웹소설이나 써서 돈 벌까?’ 마케팅


웹소설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이것을 ‘부업’으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클래스를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되도록 이를 ‘부업’의 카테고리에 넣으려고 한다. 온라인 강의를 운영 중인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면, 웹소설 작가를 ‘부업’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장면이 강의 영상에 나오는 한편으로 ‘부업’ 카테고리 클래스들을 모아 쿠폰이벤트를 하는 프로모션에 필자의 클래스가 끼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한마디로, 웹소설 글쓰기 산업은 ‘웹소설 쓰기’가 아니라 ‘웹소설 써서 돈 벌기’로 마케팅된다.


대중은 가볍고 쉽고 간단한 작업을 통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마케팅에 흔들린다. 또 한 줄의 기막힌 광고 카피를 보고 홀린 듯이 구매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외로 많은 소비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강의 구매 버튼을 누른다. 운영 업체들은 이러한 대중의 속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웹소설 글쓰기 교육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애드센스 수익을 얻기 위한 블로그 운영과 소설 창작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옳다’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 실무자(편집자) 입장으로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웹소설 글쓰기를 수익창출의 단계라고 보는 것이 솔직히 나쁘지는 않다. 돈을 벌지 못하는, 즉 팔리지 않는 스토리를 쓰는 것은 웹소설로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웹소설 글쓰기 산업은 여타의 글쓰기 및 ‘책’ 쓰기 강의 산업과는 다른 관점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책’ 쓰기 쪽 강좌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기’(버킷리스트 달성)에 가깝고, 베스트셀러나 인세 벌기를 목표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웹소설 글쓰기 산업은 명확하게 상업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성공적인 데뷔’(높은 인세 받기) 및 지속적인 성공을 목표로 수업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대학가의 웹소설 전공도 마찬가지다.


강의 업체의 마케터들에게 웹소설 강의의 타깃은 ‘웹소설을 이미 열심히 쓰고 있는 작가지망생’이 아니다. 그래서 중급반(심화반)보다는 초급반 강의를 론칭하려 한다. 심화반은 타깃층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초급반 클래스들이 노리는 타깃에는 ‘웹소설에 흥미 있는데 나도 한번 써 볼까?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된다. 즉 실제로 원고를 쓰지 않더라도 웹소설에 흥미를 가지는 대중 전체를 목표로 삼는다. 최대한 넓은 타깃을 대상으로 해야 구매율이 높아지고 마케팅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웹소설 시장과 작가에 관한 대중의 착각


시장 바깥에 있는 이들이 웹소설에 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이 정보 공급은 언론이 주도하고 있으며, 언론은 ‘클릭 장사’를 위해 팩트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고 일부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최근에는 유튜버들도 여기에 합세했다). 상위 0.1% 웹소설 작가들의 십수억 수익을 이야기하며 인세로 외제차, 아파트를 샀다는 극단적인 예를 조명하고 기성문학보다 웹소설이 쓰기 쉽다며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리하여 웹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 대중과 직접 써 본 적이 없는 독자들의 머릿속에 순문학보다 쉽게 쓸 수 있고 기존 문학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으며 ‘잘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말았다.


현재 그림, 디자인, 글쓰기 등 창작 강좌 대부분이 비슷한 형태로 마케팅되고 있으나, 특히 웹소설과 닮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기 강좌다. ‘짧은’ 시간을 들여서 ‘쉽게’ 제작하여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지만, 이모티콘은 기획과 제작 과정이 상당히 힘들고 카카오 본사의 검수를 받고 통과해야 유통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웹소설 역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생각보다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고단하며 ‘판매’까지 가려면 넘어야 하는 벽이 매우 높다. 이모티콘보다는 플랫폼이 많기 때문에 당장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무료 연재는 그야말로 ‘무료’이며 10원의 이득도 얻지 못한다.


이는 ‘이면’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만큼 이미 공개된 정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힘듦은 ‘산업’적인 효용성이 없기 때문에 대중에게 의도적으로 숨겨진다. 


웹소설 교육산업의 고민과 현황


어찌 보면 우후죽순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웹소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강의 수요를 생각했을 때 웹소설 글쓰기 산업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예전보다는 배울 곳이 분명히 늘었지만 여전히 적다는 의미다.


이 현상에는 다양한 까닭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강사의 부족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앞의 표에서 언급하지 않은 플랫폼들에는 웹소설 강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 현상에는 업계 윤리와 계약 조항에 따라 같은 강사가 여러 강의 사이트에 비슷한 클래스를 론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영향을 준다.


클래스 자체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포장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포인트는 바로 강사다. 강사가 작가일 경우 ‘현직 작가’ 혹은 ‘프로 작가’라는 것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어필한다.


강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대중에게 가장 신뢰감을 주는 강사진은 바로 지금 가장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일 것이다. 그러나 일회성 특강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이들을 강단에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S급 웹소설 작가들은 신작 계약이 줄지어 있고 눈앞의 마감을 치느라 허덕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잘 쓰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소위 ‘말빨’을 포함한 강의 능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며, 성공 포인트를 명확하게 커리큘럼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잘 팔리는 작가 모두가 이것을 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대학 강의든 온라인 강의든 S급 웹소설 작가가 강사로 나서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필자의 경우는 어떨까? 필자는 편집자의 정체성으로 실무자 분석이 조금 더 가미된 강의를 하고 있다. 이는 다른 편집자들 역시 퀄리티 있는 강의를 할 수 있다면 강사로 나서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의 편집자들은 과로에 치이는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으며 웹소설 글쓰기 산업에 뛰어들려면 개인 여가 시간을 써야 한다(실제로 필자가 유튜브 채널 운영 및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몽땅 투자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강사로 나서게 되면 얼굴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고 그에 따른 실무/심리적인 불편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이 역시 업계 관계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결국 현재 웹소설 글쓰기 산업에서 정기적인 강사진으로 활동하는 이들 대부분은 위에서 열거한 장애물을 극복했거나, 강의가 적성에 맞고, 특히 원고 코칭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업계 관계자들(작가, 편집자, 평론가 및 이 경력을 기반으로 한 전문 강사)이라 할 수 있겠다.


웹소설 글쓰기 산업의 두 번째 문제는 장르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웹소설’은 특정 장르 하나만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현 웹소설 시장의 주류 장르는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BL, 판타지, 현대판타지, 무협이다. 이 중 로맨스/로판/BL은 여성 독자들이 많이 읽는 여성향, 판타지/현대판타지/무협은 남성향으로 통칭되며 여성향 장르와 남성향 장르는 스토리텔링 및 감성과 가치관이 상당히 다르게 흘러간다.


이렇다 보니 웹소설 글쓰기 강좌에서 여성향과 남성향 장르를 동시에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성향을 쓰려는 사람은 남성향 장르 커리큘럼에 무관심한 편이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강생의 니즈도 문제려니와 이쪽의 팁을 저쪽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결국 장르를 분리하여 강좌를 열 수밖에 없다. 이는 웹소설 강좌를 운영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고민이지만, 업체들은 이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웹소설’로 통칭하여 마케팅한다. 참고로, 현재 웹소설 글쓰기 강좌는 단순 수치로 계산했을 때 여성향(특히 로맨스) 쪽에 살짝 치우쳐 있는 편이다.


지금까지 웹소설 글쓰기 산업의 현황 및 문제에 관해 알아보았다. ‘부수입 창출’에 초점을 둔 마케팅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웹소설 글쓰기 산업이 극단적으로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웹소설 역시 창작이기에 아르바이트처럼 시간을 쓰면 그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수익 창출 시스템이 아니다. 웹소설 작가지망생이 증가한다 한들 그 인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공급 역시 위에서 언급한 웹소설 시장 고유의 특성 탓에 극단적으로 확장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흥하는 업계에는 교육사업이 함께 뜨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무작정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더라도 저급 강의가 판을 치기는 어렵다. 웹소설 독자를 겸하며 웹소설 시장을 어느 정도 아는 작가지망생들이 이 산업의 주요 소비자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퀄리티를 유지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 글쓰기 산업이 하향평준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38호(2021.6.20 발행) 특집 '글쓰기라는 산업'  기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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