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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감치는북마녀 Feb 26. 2022

웹소설 서사 글쓰기의 특징

웹소설 글쓰기 강의 출판시장 분석 칼럼

�시장은 유기적으로 변화하기에 칼럼을 썼던 시점과 비교하여 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편집부에서 본 최종교정디자인본이 아니라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후 발견 시 수정하겠습니다.


*'웹소설, ‘웹’에 가장 가까운 물리적 서사 글쓰기' 칼럼의 후반부입니다.


웹소설 서사 글쓰기의 특징

북마녀 | 웹소설 유튜버 & 편집자


장편 서사

한때 ‘스낵 컬쳐’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웹소설을 스낵 컬처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는 수박 겉핥기 식의 분석이다. 웹소설은 ‘서사’를 기본으로 하며 사건의 흐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장르 위주로 돌아간다. 말하자면 주로 종이책 위주로 유통되는 소설류에서 ‘경장편’이라고 할 수 있는 분량이 웹소설의 최소 분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금 로맨스와 19금 BL 카테고리에서는 초단편도 유통되고 있으나, 그조차도 최소 원고지 100매 이상은 써야 정상 유통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논외로 한다면 대부분의 장르, 특히 주요 플랫폼(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에서 유통되는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판타지, 현대판타지 등은 초장편 중심으로 집필이 이루어진다. 종이책 일반 소설이 영화화는 될 수 있어도 드라마 제작이 어려운 데 비해, 웹소설과 웹툰이 쉽게 드라마화될 수 있는 까닭에는 이 장편 서사에 있다.


특히 남성향 장르에서는 웬만히 팔린다면 단행본 분량으로 10권 이상이 당연한 것이다. 대박을 친다면 더 길어진다. 일례로 <닥터 최태수>는 외전 2부 완결화까지 포함하여 3851화 분량이며, <마존현세강림기>는 현재 2067화 연재중이다. 로맨스판타지 역시 200회 정도는 당연해졌다. 현대로맨스의 경우 세계관 특성상 로판만큼 길게 끌고 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예전보다 분량이 늘어 100화를 넘기는 작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장편을 쓰려면, 사건이 많아야 하고 해결할 일이 많아야 한다. 세계관도 넓어야 하고 그만큼 인물의 동선도 넓다. 등장인물 역시 그 수가 단편에 비해 훨씬 많다.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도록 스토리를 끌어가야 한다. 이 스토리라인을 세팅하는 것에서 웹소설 글쓰기가 시작된다. 


충분한 원고 분량

웹소설 시장에서 요구하는 물리적 분량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원고 분량을 채우지 못하는 작가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 이 최소치를 지키지 못한다면 데뷔를 할 수 없으니 시장 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아무리 짧은 글을 재미있게 쓰고 문장력이 뛰어나도 이 분량을 만들지 못한다면 웹소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도 글을 잘 쓰지만 서사가 부족한 패잔병들이 이곳을 떠나간다.


뿐만 아니라, 유료화를 위해 필요한 한 회차의 분량 문제도 있다. 웹소설 시장은 연재 회차당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평균보다 적은 분량에 같은 가격을 매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타 분야에서는 A4 쪽수 혹은 원고지 매수로 계산하고 있으나 웹소설에서는 글자수로 분량을 계산한다. 이렇게 글자수를 따지게 된 연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여백 문제와 이펍 특유의 뷰어 조절 기능 때문이다. 엔터를 많이 치거나 문단을 잘게 나누면 쪽수나 원고지 매수는 무한정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글자수로 계산하면 동일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시장의 자정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면의 빠른 흐름 

어떤 장면에서 등장인물의 생각을 너무 길게 적어 내려간다면, 그 장면은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인물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그린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그 인물의 머릿속을 A4 2장을 할애한다면 어떨까? 독자 입장에서는 떨어지는 장면에서 멈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낙하하는 데 A4 2장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속도감을 늦추고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장면이 빠르게 흘러가려면 심리묘사, 즉 머릿속 오만 가지 생각 묘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웹소설은 순문학에 비해 심리묘사가 적다’고 알려진 결정적인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이들이 ‘비교적 적다’를 ‘없다’로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웹소설이라고 해서 심리 묘사를 아예 없앤다면 등장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독자를 이해시킬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웹소설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세간의 편견에 비해 심리묘사가 꽤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넣자는 것이고 장면의 빠른 흐름을 위해 조절하는 것뿐이다.     


변화무쌍한 웹소설 쓰기의 향방

웹소설은 매체와 플랫폼의 물리적인 특성에서 상당히 큰 영향을 받아왔다. 이 말인즉슨, 앞으로 모바일 매체가 변화하고 플랫폼의 기술적인 발달을 통해 새로운 특성이 생기거나 기존 특징이 달라진다면 그에 맞춰 웹소설 글쓰기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웹소설 시장에 발가락이라도 담가 놓은 글쟁이라면 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가며 그에 따른 글쓰기 방식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전통적인 글쓰기에 비해 상업성을 대놓고 표방한다는 점은 웹소설 글쓰기의 강력한 무기이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점이다. 필자는 상업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오히려 높이 사고 있으나, 조회수와 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계책은 자칫 빤한 스토리텔링을 답습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는 웹소설 시장이 태동한 이래 내내 비판받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는 언제나 그렇듯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작가 개인의 몫이다. 그럼에도 그 개개인의 노력과 성과가 모여 웹소설 시장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시장의 변화와 발전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늘 놀랍고 신비로운 서사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40호(2021.7.20 발행) 특집 '새로운 쓰기의 탄생' 기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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