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유기적으로 변화하기에 칼럼을 썼던 시점과 비교하여 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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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녀 | 웹소설 유튜버 & 편집자
창작 완료된 웹 텍스트 콘텐츠가 소비자의 손(사실은 디지털 기기)에 다다르기까지의 유통 구조는 일반적으로 생산자(창작자)-출판사–플랫폼–소비자(독자)의 흐름이다. 따지고 보면 전통적인 종이책 출판 시장의 유통 패턴과 다를 바가 없는 모양새다. 그러나 2020~2021년 웹 기반 콘텐츠 플랫폼들이 많이 변화하고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창작자들은 스스로 유통 경로를 개척하고 자신의 글을 읽어줄 독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종이책 출판 시장에서는 개인이 사비를 들여 책을 내는 출판 행위를 ‘독립 출판’ ‘자비 출판’ 등으로 명명한다. 이들은 서로 의미가 다르지만 제3자인 출판사의 객관적인 선택을 받지 않고 창작자가 책을 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반면, 웹 기반 텍스트 산업에서는 개인 창작자들이 반드시 실물 종이책을 내려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통 경로를 단순화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유통은 사실상 ‘무료 공급’을 포함하지 않는다. 글을 써서 독자를 만나고자 하는 이들 중 단돈 100원, 1000원이라도 수익을 얻고 싶은 이들은 적법한 절차 혹은 소비자와 합의된 시스템으로 유통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유통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각 단계를 거치면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수수료는 창작자들 입장에서 언제나 과하다. 때문에 개인 창작자들은 이 유통이 단순화되길 바란다. 웹소설 작가들이 플랫폼과 직계약을 간절히 원하는 까닭에는 수수료 문제도 분명히 포함된다. 웹소설 플랫폼들의 절대적인 매출 규모가 커진 이면에는 프로모션을 담보로 한 수수료 확보 정책이 존재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 문제를 돌파구로 세운 사례도 존재한다. 콘텐츠 플랫폼 포스타입의 경우 수수료 10%라는 놀라운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여타의 출판 플랫폼과 확연히 다른 시스템을 감안하더라도 창작자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창작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정책이라 타 플랫폼에서 자신의 텍스트가 홀대받는다고 느끼는 창작자들이 포스타입에 기반을 두고 글을 유료화하거나 후원 기능을 활용하여 독자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받는다. 대중의 눈으로는 상당히 마니악한 문화에 가까운 장르 및 전문 분야를 쓰는 작가들, 웹툰 플랫폼과의 여러 대립에 지친 작가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유통 구조의 포스타입에 둥지를 틀고 있다.
모든 콘텐츠 업계가 ‘콘텐츠는 무료’라는 대중의 심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심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그 시장이 오래 버티고 확장된다. 그렇다면 웹 텍스트 기반 사업은 어떨까? 대표적인 웹소설 시장은 지금도 불법 텍본(텍스트본)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소설은 ‘작품’이라는 인식이 있고 ‘저작권’ 개념도 자리 잡고 있지만, 웹상에서 선보이는 에세이나 뉴스 기사 등은 그 인식조차 없는 실정이다. 개인이 돈을 주고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고 포털 사이트들의 오랜 정책에 의해 웹상 텍스트는 공짜가 되고 말았다.
이런 부분들이 올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아웃스탠딩, 퍼블리, 북저널리즘, 폴인 등 콘텐츠 기업이 기획 기사 등의 콘텐츠를 유료화하되 멤버십 개념의 정액제를 정착시켰다면, 이제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등 대기업 중심의 플랫폼, 더불어 소수의 창작자들이 모여 에세이나 칼럼을 낱개로 판매하는 시도(ex: 노애드 편집샵) 역시 눈에 띈다.
과거에는 웹 기반 텍스트가 출판 및 출판사 계약을 위한 전(前) 단계 즉 출판사의 컨택을 기다리거나 원고를 쌓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면, 이제는 출판등록번호 ISBN을 따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텍스트가 유료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다는 흐름으로 변모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중이다. 특히 팬심으로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독자들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팬덤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와 매체의 열망도 더욱 강해졌다.
웹소설 시장이 최근 수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눈에 띈 것일 뿐, 웹 기반 텍스트 산업 자체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렇다 보니 플랫폼의 역사와 운영하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극과 극의 양상을 띤다. 플랫폼에서 쓰는 에디터나 뷰어가 복잡하고 불편하다면 어떨까? 사이트의 보안 상태가 취약하여 쉽게 해킹을 당하고, 불법 텍본 업자들이 연재 텍스트를 몽땅 긁어가고, 놀란 작가들은 작품을 내리고, 독자들은 보던 작품이 끊겨서 원성을 높이는 광경을 우리는 수없이 접했다.
소비자들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문제가 걸려 있다. 홈페이지 자체가 너무 오래되었을 경우 온전히 새로운 사이트로 탈바꿈하려면 사실상 셧다운이 필요하다. 개발 단은 집을 고치는 것처럼 뚝딱뚝딱 일부만을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해당 플랫폼의 개발팀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따져보면 모두 돈의 문제다.
플랫폼의 성공적인 운영에 큰 예산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근래 IP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OSMU가 가능한 플랫폼들이 더욱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포지셔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충분한 예산과 오리지널 IP가 필요한데, 오리지널 IP 역시 충분한 예산이 있어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돈이 승패를 가른 것은 어쩔 수 없는 팩트다.
이쯤에서 2021년에 오픈한 웹소설 사이트 노벨피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새로 오픈한 웹소설 플랫폼들의 런칭 패턴은 도토리 키재기였다. 공모전, 소수 A급 작가의 독점 작품 전면 배치, 선택적 지원금 지급 패턴에서 벗어난 곳이 거의 없다. 반면 노벨피아는 런칭 후 몹시 신박한 이벤트를 시작했는데, 바로 조회수 단위로 정산금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다. 최대 60억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띄워가면서 말이다.
소비자에게 포인트(캐시)나 이용권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정책으로 아무리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한들, 작가가 없으면 읽을 작품이 부족하고 볼 만한 작품이 없으면 독자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벨피아의 전략은 매우 현명했다고 볼 수 있다. 노벨피아는 사이트 오픈 5개월 만에 가입자 40만 명을 돌파했다.
(2탄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42호(2021.8.20 발행) 특집 '2021 콘텐츠 플랫폼' 기고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