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글쓰기 강의 출판시장 분석 칼럼
�시장은 유기적으로 변화하기에 칼럼을 썼던 시점과 비교하여 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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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녀| 웹소설 편집자& 북튜버
자리 잡은 지 오래된 플랫폼에 불만이 있는 경우, 대체 플랫폼이 있다면 작가도 독자도 무조건 움직이게 되어 있다. 사실상 대안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머무는 것뿐이다. 2021년은 바로 그 이동이 일어난 해였으며,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절대다수가 아니어도 상당수가 돈을 쓰는 장르라면 메리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노벨피아가 그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사실 웹소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기간에 사회적 변화가 크게 있었다. 또한 주요 플랫폼들이 강력한 검수 기준을 둠에 따라 남성향 19금 판타지(더불어 실상 음란성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소재나 표지가 위험해 보이는 작품)는 웹소설 시장에 속하는 장르이면서도 갈 곳을 잃은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이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은 웹소설 사이트 조아라를 주축으로 움직였으나, 수년 사이에 판도가 달라졌다. 해당 사이트의 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조아라에서 여성향 장르인 로판(로맨스판타지)과 BL의 파워가 커지고 남성향이 완전히 문피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피아 역시 딱히 이 장르가 두드러지는 곳은 아니며, 네이버 쪽의 자유연재 코너인 챌린지리그는 기본적으로 19금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정산도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장르의 창작자와 독자는 불만이 있어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등장한 플랫폼이 노벨피아다. 비약하자면 남성향 19금 판타지의 작가 및 독자층을 그대로 떠내서 노벨피아로 옮겨간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타 사이트 상위권 작가들이 대거 노벨피아로 넘어왔고, 이를 따르는 독자들 다수가 이동했다. 19금이 아니어도 TS물, 얀데레물 등의 마니악한 세부장르들을 노벨피아가 흡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료든 무료든 웹 텍스트 기반 플랫폼에서 어떤 분야의 글이 인기를 끌고 어떤 장르의 소비자가 주축이 되느냐는 플랫폼 측에서 정할 수 없다. 리디북스도 판타지를 키우고 싶고, 북팔도 남성향을 키우고 싶고, 문피아도 여성향 장르를 보완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조아라와 카카오페이지도 로판이 이렇게 뜰 줄 몰랐다. BL의 급부상 역시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며 지금은 리디북스 없이 BL 유통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계기와 장점으로 인해 특정 장르 독자들이 정착하게 되면 그 판도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다른 성향의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정책과 예산으로 밀어붙여도 한번 자리 잡은 분위기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그 플랫폼의 독자들 대다수가 원하는 장르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벨피아가 19금 판타지만을 강력히 밀어주는 정책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인기작 중 19금 작품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은 상황이고 이 분위기가 갑자기 전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
*주) 공모전을 통해 이 흐름이 살짝 희석되고 있긴 하다. 목표로 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랭킹을 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하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플랫폼들은 다양한 이슈를 관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과거에는 작가에게 마이크가 없었다면 현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커뮤니티 게시판 등 다양한 경로로 의견 표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보통 플랫폼이나 출판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 작가가 폭로의 방식을 취하고, 이는 무차별적으로 확산된다. 작가는 기업에 비해 개인이자 약자의 정체성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팬덤이 크든 작든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웹 콘텐츠 독자들은 작가의 편에 서고 업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구멍가게 식으로 움직이거나 특정 직원에게 외부 소통 및 발표를 맡겼을 때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
얼마 전 문피아에서 작품 표지 일러스트를 수정하면서 이슈가 발생했다.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가슴 크기를 줄이고, 맨살이었던 허벅지를 검은 스타킹으로 채운 것이다. 필자는 맥락상 어떤 특징적인 비하나 왜곡이 아닌 이상 일러스트에서 창작 영역을 건드리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라이트노벨과 판타지 표지의 여성 캐릭터 거유(巨乳) 묘사, 여성향 작품들의 여성 캐릭터 과다 노출은 대형 웹소설/전자책 플랫폼에서 조심스러워하고 검수로 판매불가 조치를 취하거나 수정을 요구한다. 여성향 장르 중심 플랫폼들 역시 홈 화면 속 프로모션 자리에서 과다 노출 표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다면 이렇게 앞뒤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추가 오해와 소문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물론, 관계자로서는 소비자들이 이런 정보를 조금 더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노벨피아 역시 표지 검열 논란이 생기면서 오픈 초기 남성향 독자들 다수의 반발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사실 독자 성별이 엇비슷한 플랫폼들, 특히 대기업 플랫폼들은 이슈가 생겨도 일반적으로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상황을 마무리하거나 적당히 모호한 해명문으로 무마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성별이 한쪽에 치우쳐 있는 플랫폼이면서 아직 중견기업이라면, 부정적인 이슈 자체로 불매운동이 효과를 보고 사이트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 때문에 플랫폼들은 주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정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웹 텍스트 산업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여론’이 될 수 있으며 그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물론 다수의 소비자가 동시에 어떤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을 어떤 방향으로 계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이들 중 다수가 유료 독자이며 잠재적 구매자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이 산업에 속해 있는 관계자들 모두 소비자층을 관리하면서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솔로몬 같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덧붙여 창작의 영역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대치의 상업성을 유지하는 것은 콘텐츠 산업의 기본 전제다.
분명한 사실은 이 안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웹 텍스트 기반 산업은 지금도 끊임없이 혼탁한 양상과 자정작용을 반복하며 흘러가고 있다. 여기 속한 이들이 시장의 크고 작은 변화를 예의주시하되 저마다 긍정적인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각종 이슈들은 결국 잠깐의 파도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42호(2021.8.20 발행) 특집 '2021 콘텐츠 플랫폼' 기고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