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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감치는북마녀 Mar 15. 2022

출판 유통 시스템도 교정과 편집이 필요하다

웹소설 글쓰기 출판 시장 분석 칼럼

�시장은 유기적으로 변화하기에 칼럼을 썼던 시점과 비교하여 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편집부에서 본 최종교정디자인본이 아니라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후 발견 시 수정하겠습니다.


출판 유통 시스템도 교정과 편집이 필요하다

북마녀 웹소설 유튜버&편집자


올해 초 유튜브 활동명으로 종이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종이책’이라고 굳이 지칭하는 까닭은 필자가 전자책에 해당하는 웹소설 업계 관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이책 중심의 출판 관계자들은 누구도 자신들의 상품을 ‘종이책’이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종이책 출판사 담당자와 신간 유통에 관해 의논하는 건 무척 들뜨는 경험이었다. 한편으로 놀랍도록 변함없는 물류와 총판 시스템에 부정적으로 혀를 내둘렀다. 


간밤에는 1인출판사 대표이자 친한 동생이 페이스북에 ‘오밤중에 도서 발주 팩스가 왔다’는 글을 올렸다. 메일이 아니라 팩스라고??? 생각해 보니 필자의 종이책 담당편집자도 아침마다 지방 총판 어디서 몇 부 도서 발주가 들어온 것을 ‘한 장 한 장’ 확인한다는 말을 했었다. 식당 출입까지 QR 체크인으로 찍어 버리는 디지털강국에서 유독 출판 산업만이 한 박자 느리게 굴러가는 느낌이다. 


디지털이 무조건 좋고 아날로그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현재 한국 출판 시장은 상당 부분 온라인화했으면서도 교묘하게 불합리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부도 소식을 접할 때면 곧이어 들리는 ‘어음’이란 낡은 단어도, 묶인 책이 인질이 되어버리고 마는 광경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한국은 8282의 민족성에 맞게 흘러가는 사회 아니던가? 이토록 오랜 기간에 걸쳐 큰 변화 없이 불투명한 속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참 대단하다. 


인지도 높은 서점의 부도와 도서 총판의 파산, 그에 따른 다수 출판사들의 금전적 손해를 그저 ‘책에서 멀어진 소비자’,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요즘 애들’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실제로 출판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이슈들은 더 깊은 바닥에 깔려 있다. 문제는 바로 시스템이다. 


사실 ‘생태계’라는 것은 이 시스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독서 문화, 책 구매 및 소비문화 역시 결국 이 시스템을 밑바탕으로 자리 잡고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이란 상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와 출판사, 유통을 책임지는 관계자들, 비용을 지불하고 상품을 소유하는 독자들까지 모두 이 시스템에 적응하고 또 흔들린다. 플랫폼도 출판사도 자유경쟁 속에 각자도생하며 흥망성쇠하고 있지만, 시스템만큼은 각자도생이어서는 안 된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려면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치를 취하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현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법제와 정책에서는 사대주의를 피해야 한다. 이미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시스템을 그대로 복사했다가 결국 현재에 이르렀다. 오히려 종이책 시장과 콘텐츠의 결을 같이 하는 산업, 혹은 출판 시장 외의 산업에 좋은 제도가 있다면 벤치마킹하는 것이 한국 출판 시장의 낙후된 시스템을 수월하게 개선하는 길일 것이다. 


이 시장에서 현 시스템에 불합리하고 불확실한 면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알지만 ‘관행’이니까 그냥 따랐던 것뿐. 지겹도록 이어지는 관행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시스템으로 인해 관계자 모두 불편하고 손해를 보고 권리를 침해당하는 구조라면 그 시스템을 수정하고, 교정하고, 편집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가 만드는 ‘책’처럼 말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44호(2021.9.20 발행) 특집 '출판시장의 도서 유통과 생태계, 이대로 괜찮은가' 인트로 기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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