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지키는 내 새명

제11회 서초 전국 백일장 우수상(수필)

by 책읽는 조종사

내 손으로 지키는 내 생명

조종간을 꽉 움켜잡는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요동치는 항공기를 붙든다. 이착륙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한눈팔다가는 큰일이 벌어진다. 순간의 방심도 용납지 않는다. 매의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자세를 안정화한다. 모든 게 들어맞을 때, 비로소 안전하게 착지를 할 수 있다.

내가 조종하는 항공기는 오래된 기체다. 서서히 도태 시기가 다가온다. 자동항법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자동안정화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항공기의 자세, 속도, 고도 등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 이착륙만큼은 오로지 조종사의 감각과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언젠가는 조종사가 해야 할 모든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날이 곧 올 거라 한다. 이미 최신예 항공기에는 인공지능이 이착륙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자동항법장치가 조종사를 대신해 항법 비행을 하여 목적지까지 안전히 데려다준다. 그렇다고 한들, 과연 조종사 없이 모든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탑재된 최신예 항공기에도 조종사가 반드시 탑승한다. 무인항공기가 이미 만들어져 운용하고 있으나 인원 수송 목적이 아닌, 감시 등 특정한 목적으로만 운용한다.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존재하기에 아직 인공지능에 모든 걸 양도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해서일까.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장치로 이루어진 항공기는 어떤 결함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다. 그 모든 기계적 결함을 인공지능이 뚝딱 잡아낼 수야 있겠지만, 때로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아 명철하게 판단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유연한 상황 판단과 직관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 닥친다. 중력을 거스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비상시를 대비하고 항상 안전을 염두에 두고 하늘에 오른다.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익숙한 항공기와 그 이름들. 도저히 믿기 힘든 사고였다. 동고동락했던 전우가, 한순간에 산화했다. 공항에서 이륙한 지 불과 6분 만에 일어난 참극이었다. 이제는 남 일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 내 일이 될 수도 있어서 더욱 가슴이 아렸다.

항공기는 최신예가 아니라 노후화된 기체였지만, 개량을 거쳐서 도입되었다. 자동조종장치를 비롯해 인공지능은 여러 영역에서 조종사의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자동으로 유압을 조절하고, 엔진 계통 등을 비롯한 여러 장치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진단하고 이상이 있다면 조치를 한다. 가히 만능이라 불리는 인공지능마저도 추락을 막을 순 없었다.

추락 지점은 민가와 불과 270미터 떨어진 야산이었다. 조종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어떻게든 민가를 피하려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덕분에 민간인 피해는 전혀 없었다. 무엇이 최선일지 조종사는 끝까지 고민했으리라.

인공지능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사고에 대한 책임조차 지어지지 않는다. 일관되고 정형화된 일이 아니라면, 인공지능은 사람만큼 상황을 유연하고 직관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생사의 기로에서 조종사가 보여준 결단은, 기계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존엄이었다.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슬픔이 물밀듯 밀려오지만, 기억하기 위해 적는다. 인공지능이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조종사들을 기리기 위해서다. 누군가의 남편, 아들, 아버지인 그들. 젊디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하늘에 올랐고, 그렇게 영원한 별이 되었다.

인공지능에 마냥 모든 걸 의존하지 않는다. 내 생명은 내 손으로 지킨다는 생각으로, 무사히 착륙하기를 기원하며 하늘에 오른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동료들이 지켜주기를 바라면서. 어떠한 순간에도 조종간이란 생명줄을 놓지 않는다. 내 손으로 내 생명줄을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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