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작가문학대상 공모전 우수상(수필)
동조
“치지직 치직.”
교신이 먹통이다. 통신장치 너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잡음이 신경을 긁는다. 주파수 대역이 같은데도 교신이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분명 조작을 잘했음에도 가끔 오작동을 일으킨다. 기계의 한계이거니 생각한다. 어찌 됐든 고쳐야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나름대로 해결 방법을 찾는다. 교신을 더욱 선명하게 듣기 위해 고도를 높인다. 높이 날면 그만큼 수신할 수 있는 신호의 세기가 커진다. 고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먹통이다. 동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나 보다. 주파수를 다시 맞춰보지만 요지부동이다.
문제 될 만한 건 찾지 못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통신장치를 껐다 켠다. 교신이 끊어지면 공항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없다. 여분의 통신장치를 사용해 주파수를 바꾸고 요지부동이던 통신장치의 전원을 끈다. 끄고 나선 곧바로 켜지 않는다. 기계도 잠시 쉼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전력으로 달린다면 결국 지칠 수밖에. 쉼이 있어야 나아갈 힘이 생긴다. 과부하를 막고 오류를 줄이기 위해 끄고 나서 30초에서 1분 정도 예열을 한다.
예열을 마치고 통신장치를 다시 켰다. 잡음이 사라지고 정상으로 교신이 들어온다. 동조가 늦어졌던 걸까. 겨울철엔 이따금 발생한다. 추운 날씨에 온도가 내려가 기계의 작동을 방해한다. 사람도 추운 날이면 행동이 굼뜨고 느려지는데 이와 비슷한 이치다.
어느 날은 같은 주파수 대역을 맞추지 않아 교신이 들리지 않았다. AM과 FM 대역을 착각해서 잘못 두었다. 동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교신을 주고받을 수 없었다. 항공기 간 또는 공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주파수 동조는 필수다.
사람 간에도 의사소통을 완만하게 하기 위해선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다른 대역을 맞추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으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 모든 게 나와 맞으면 좋겠으나 그럴 수 없음을 안다. 생각, 가치관, 성격 등의 차이로 대역이 달라진다. 동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완벽하게 똑같지 않아도 비슷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면 소통이 가능하다. 150.1MHz와 150.0MHz는 같진 않지만,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긴급 상황을 대비해 여러 개의 통신장치를 운용한다. 최소 두 개의 통신장치를 동시에 사용한다. 기계는 완벽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겪어보니 문제 하나 없는 기계는 없었다. 적어도 수천 개의 셀 수 없는 부품으로 이루어진 항공기는 매 비행 때마다 문제가 하나, 둘 튀어나왔다.
문제없는 사람도 있을까. 기계보다 더욱 세밀하고 정교하게 이루어진 게 사람이다. 수많은 기관이 서로 작용하지만, 어느 한 군데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픈 곳 하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계 부품도 사람이 만든다. 사람이 만들었기에 완벽함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계의 오류를 대비해 항상 여분의 부품을 챙긴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거운 철로 이루어진 몸뚱어리가 하늘을 나는 일 또한 함께여서 가능하다. 지상에서 정비사가 항공기 정비를 끝마치면 이륙하기 전 최종적으로 조종사인 우리가 한 번 더 세밀하게 점검한다. 혹여나 문제가 있다면 정비사에게 알려주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한다. 정비사와의 동조는 철의 비행을 가능케 한다.
기계를 조종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정조종사와 부조종사 간 동조가 잘 돼야 한다. 항공기는 두 명의 조종사가 조종한다.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다. 통신장치의 주파수 대역을 맞추며 우리도 서로 간의 대역을 맞춘다. 동조가 잘 된 비행과 잘되지 않은 비행의 차이는 극명하다. 기내에서의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소통이 원만하지 않으면 신경이 예민해진다.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긴장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장애물이다. 평소의 기량이 발휘되지 않는다. 위험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동조는 필요해서 하는 게 아니다. 필수이기에 한다.
함께한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고 있다는 뜻일 거다. 한쪽이 계속해서 맞춰주면 그 관계는 언젠가 끝난다. FM 주파수 대역으로 계속해서 불러도 AM 주파수 대역에 있는 대상은 들을 수가 없다. 동조를 한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는 일이다. 완벽히 맞추진 않아도 비슷하게라도 맞춘다면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꾼다. 동조가 잘 된 사회다. 세대, 남녀, 지역 간의 동조. 소통을 잘하기 위해 서로서로 맞춘다. 누구 하나 소외시키거나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이룰 수 없다. 모든 관계는 동조에서부터 시작된다.
“치지직 치직.”
고도를 높이고 주파수 대역을 맞췄다. 날씨가 풀렸고 기내의 분위기도 좋다.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비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