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군종 콘텐츠 공모전 입상(수기)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
듣고 싶은 음악이 있었다. 부득이하게 음악을 못 듣게 되었을 때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마찬가지로 두 번의 군종사관후보생 시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을 땐 아쉬움을 넘어 세상이 무너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생 때부터 줄곧 군종장교를 꿈꿔왔기 때문에 상실감은 더더욱 컸다.
어릴 적부터 내가 존경하는 인물은 부모님이었다. 아버지는 군인이셨고, 어머니는 사역자셨다. 두 분의 직업을 모두 물려받고 싶었다. 군종장교라는 꿈이 마음속에 점차 자리 잡았다. 군종장교로서 내 군생활은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담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군종사관후보생 시험을 치를 자격이 주어지는 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생 2학년에 지원하였으나 떨어졌다. 첫 번째 기회를 날리고는 휴학을 하여 1년을 기다렸다. 그렇게 두 번째 시험에서조차 탈락했다. 긴장을 한 탓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건 핑계였다. 발표가 난 날,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하며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계획한 나만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는 잠시 끊겼다.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을 보고 내가 담아둔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고쳐나갔다. 더 이상 침잠해있지 않았다. 다시 새롭게 설정했다. 하나님은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직접 손을 보셨다. 군종장교가 아니더라도 내가 꿈꾸는 보람찬 군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색했고, 학사장교에 응시하였다.
몇 번의 탈락을 겪었지만, 마침내 육군과 해군 학사장교에 최종 합격하였다. 해군의 발표일이 늦어 육군에 먼저 입대를 했다. 가입교 기간에 해군 학사장교 합격 소식을 듣고는 자진 퇴교하여 해군에 재입대를 했다. 그리고는 나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가 마침내 돌아가기 시작되었다.
여러 번의 쓰디쓴 탈락이란 경험은 회복탄력성을 어마어마하게 키워 주었다. 기나긴 학사사관후보생 훈련을 무사히 버텨내었다. 임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악명 높은 해상생환훈련을 맞닥뜨렸으나, 역시도 이겨낼 수 있었다. 해상생환훈련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필수 난관이었다. 물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최악의 상황에 놓이더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기에 반드시 훈련을 받아야 했다. 해상생환훈련에서 인내와 끈기를 배우고 체력 또한 어마어마하게 길렀다. 전부 밑거름이 되어 험난한 비행교육을 수료하기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는 나만의 방향으로, 나만의 속도대로 돌아갔다. 군종장교를 희망했지만, 항공장교로 거듭나 바다 위 하늘에서 나라를 지키는 사명을 감당하는 중이다. 어쩌면 물리적으론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하늘을 날며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볼 때면 감사가 절로 나온다. 찬란한 빛들의 잔치가 펼쳐지는 야경을 바라볼 때면 황홀감에 젖는다.
나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는 평범하지는 않다는 걸 확신한다. 그토록 원했던 군종장교는 되지 않았다. 평신도로 군교회에 매주 참석하다 군교회에선 집사로 임직까지 받았다. 평신도로 군교회를 섬기는 일도 무척이나 의미있었다. 악기를 다룰 줄 알아서 기타와 드럼으로 찬양팀에 들어가 하나님을 찬양했다.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군교회에 출석한다. 어릴 때 뛰놀던 군교회에 이제는 집사가 되어 아이와 함께 오고 있다. 군교회에서 아이가 유아 세례를 받던 날,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아이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떤 것들이 담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군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군종사관후보생 시험을 포함한 장교시험에서 9번 탈락했으나, 마침내 육군과 해군 학사장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여러 고비를 넘기며 연단을 한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보람찬 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차곡차곡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추가하다보니 어느덧 8년차가 되었다. 다양한 경험과, 여러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는 플레이리스트를 돋보이게 한다. 듣는 귀를 즐겁게 하는 에코 사운드 효과를 내는 중이다.
트랙을 여러 개 설정하여 비행 생활, 독서, 운동, 자기계발 등 폭넓게 나를 가꾸고 있다.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 군인 작가 9명과 공저로 책을 내기도 했다. 나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의 끝은 어디일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결단코 평범하진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다채롭게 가꿔나갈 것이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군생활에 임하는 모두가 듣고 감동받을 수 있는 그러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싶은 포부가 있다. 그것을 위해 오늘도 나만의 사운드를 정립하여 플레이리스트를 가꾸는 중이다.
나만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모두의 군생활 플레이리스트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