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 쉬게 해준 공간

인구보건복지협회, '국민이 전하는 인구 캠페인' 당선

by 책읽는 조종사

나를 숨 쉬게 해준 공간

제주로 발령을 받았다. 만삭인 아내까지 데리고선 제주로 내려왔다. 한 달 뒤, 아이는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건강히 태어났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아이가 50일이 될 때까지는 아내는 어디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만 보살폈다. 출근을 해야 해서 아내를 두고 집을 나서기가 못내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힘들었던 50일을 버티고, 아내는 아이를 안고 집 근처 산책을 다녔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카페가 아내에겐 유일한 휴식처였다.


아내의 휴식처가 되어준 카페는 발달 장애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이탈리아어로 용기라는 뜻인, ‘꼬라지오’ 카페는 발달 장애가 있는 청년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공간이다. 어린아이를 안고 방문했을 때 문까지 열어주며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아이를 안고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커피 한잔을 하면 이런 게 바로 행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제주까지 와서 멀리 놀러 갈 수는 없었지만, 집 앞에서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직업 특성상 주말에도 출근을 자주 했다. 아내는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카페를 매일매일 갔다. 아이를 좋아하는 사장님께서 한 번씩 아이를 안아주기도 하고, 서비스로 달콤한 캐러멜 팝콘도 내어주시며 육아하느라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대화 친구까지도 되어주었다.


청년 바리스타 직원분들 또한 언제나 친절하게 우리 가족을 맞아주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아이가 추울까 염려되어 모든 문을 닫았고, 더워하면 모든 문을 다시 개방했다. 맞춤형으로 우리를 배려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배려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가 어리니 신경을 많이 써주는 게 느껴졌다. 꼬라지오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내려준 커피라서 그런지 커피의 온기처럼 따뜻함이 느껴진 공간이자, 나를 숨 쉬게 해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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