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Sep 03. 2020

63. 당신에겐 에디터십이 있나요?

잡스에디터 / 매거진B 편집부 / 매거진B

잡스에디터 / 매거진B 편집부 / 매거진B


63. 당신에겐 에디터십이 있나요?

잡스에디터 / 매거진B 편집부 / 매거진B


20200308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에디터일까’ 혹은 ‘나에게 에디터십이 있을까’ 를 생각했다. 이 책은 ‘에디터’에 대해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아하는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나는 ‘에디터’가 맞고 나에게 ‘에디터십’이 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모두 에디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책공방 이승희’가 되는데 나의 자기소개서가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기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가족관계나 성장과정, 학창 시절 따위가 아니라 '내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일반적인 자기소개서와 달리 ‘꿈을 꾸는 사람, 이승희입니다’라는 메인 카피도 달았다.


책공방에 오기 2년 전, 나는 기간제 자리를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서류에서 자꾸 떨어졌다. 나중에는 그게 ‘경력+연줄’이 없어서 라는 걸 알았으나 사회초년생이었던 당시에는 그 이유가 서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고민하던 끝에 이런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었다. 그 후로도 나는 서류에서 계속 떨어졌고 방과 후 강사를 하다가 논술학원과 독서지도 학원을 거쳐 책공방에 오게 되었다. 원래의 목적이었던 기간제 교사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던 자기소개서는 ‘꿈을 이루는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지닌 선생님을 만나 진가를 발휘했다.



본문 | 어떤 사람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은 아마도 어떤 일을 하느냐 일 것입니다. _조수용



나의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여기에 더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떠한 일을 하는가’에 대한 항목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에 대해 알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잡지 중 하나인 ‘매거진 B’에서 처음으로 만든 단행본이다. 그동안 걸어온 걸음답게 이번에는 한 권의 책에 한 가지 주제를 담고 이를 시리즈로 엮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이 책으로 관심이 이어졌을 텐데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데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한참 전에 지인이 매거진 B의 팟캐스트인 ‘B캐스트’를 추천해주었다. 시간이 없어 들어 볼 새가 없다가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청소를 하던 와중에 그 생각이 나서 팟캐스트에 들어갔더니 이 책 이야기가 이제 막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여기서 조수용 대표는 ‘좋아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 문장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청소를 하던 나는 걸레 대신 펜과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이제까지 좋아하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신선을 넘어 강한 ‘충격’이었다. 다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나의 개인적인 성향 탓일까. 책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다. 물론 앞부분이 너무 좋았던 탓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에디터 혹은 그와 같은 일을 하는 일곱 명의 이야기를 두 개의 에세이와 다섯 개의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부분은 그 일곱 명의 이야기 대신 이 책의 머리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수용 대표의 이야기였다. 무언가가 우리 마음에 닿는 과정에 상호작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무언가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반응하는 내 마음도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라도 합이 맞지 않으면, 어느 것 하나가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본문│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제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이 더 세심하게 보려고 애써야 생기는 것이다./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행위/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것이 있다. 남들과 똑같은 걸 봤는데 다른 게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다. 자기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좋아하려고 애쓰는 일의 시작은 흉내 내는 것이다._조수용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딱히 좋아하는 것이 없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해보았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러한 노력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뜨끔하고 아픈 이야기일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좋아하기 위한 노력을 꽤 많이 하는 쪽에 속했다. 뜨끔한 대신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까지 나의 이러한 노력이 무언가를 좋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이렇게 끔찍이 좋아하게 된 까닭을 알게 되었다. 그의 말대로 정말 그랬다. 좋아하는 일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느냐에 따라 좋아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어떠한 재능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즉 애정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본문│ 무엇을 공부하고 전공했다는 것과 어떤 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르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내 삶에서 어떤 직업적 사고를 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가이드._조수용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등한시했던 사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생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다. 어떤 일,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느냐가 아니라 내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일과 함께 하며 ‘삶’을 보내고자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어떤 일,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 인생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삶을 살아갈 것인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질문이 된다고 생각한다.



본문│ 무언가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 즐거움/ 내버려 둬도 호기심 있게 알아가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쉬운 일이 될 것/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슈로 귀결/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만 명확하게 전달하면 모든 것이 풀린다./ 모든 일의 원점은 ‘나는 어떤 사람이냐’라는 것. 그것이 성패를 가르는 것 같아요. _조수용



이어서 그는 에디터가 갖춰야 할 자질로 이러한 것들을 언급했다. 나는 여기서 ‘본능적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참 좋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오랜 고민 없이 ‘그렇다’는 대답을 얻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을 자꾸 긍정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았다. 아무래도 선생님의 영향이었다. 선생님은 이 책에서 말하는 ‘에디터’의 특징을 대부분 갖췄다. 아니 어쩌면 완벽한 에디터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어떤 사람을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는 ‘어떤 일을 하느냐’인 모양이다.



본문 | ‘책의 내용이 알차고 좋아서 그 책을 산다’라는 개념도 물론 중요하지만 책 자체가 갖는 존재감이 물리적으로 내 시야에 있다는 것이 주는 의미가 저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특정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사서 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 건, 그 주제에 관심을 두겠다는 의지의 직접적 표현인 셈입니다. / 설사 책 한 권을 완독 하지 못했더라도, ‘나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_조수용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내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 책상 위에는 읽고 싶어 샀으나 아직 읽지 못한 읽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한 책이 한가득 쌓여 있다.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으나 사지 않은 것보다 산 것이 났구나 하는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 책들을 삼으로써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갖기로 선언을 했으니까 말이다.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고 어서 이 책을 마무리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겠다.



본문│ 재미가 있어야 읽힐 수 있고 읽혀야만 하고 싶은 말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다. _조퇴계, 이지현



로컬숍 연구잡지, 브로드컬리는 가게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가게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는 동시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모든 문제에 있어 해결의 시작은 그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이고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관심이 필요하고 그다음은 양질의 자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방안을 세워 실천하기에 이른다. 관심이 없고 알지 못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떤 당사자는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어 치를 떠는데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한다. 이를 모두 시스템과 구조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러할까? 나는 그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탓이다. 그리고 이는 더 궁극적으로 삶의 여유가 없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일 할 때와 쉴 때를 분리할 수 있었던 여유는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_황선우



나는 일 할 때와 쉴 때를 ‘일’과 ‘삶’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일과 삶의 경계를 뜻한다고 생각했다. 감히 단정 지어 이야기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워라벨이 중요시되는 시대이나 앞으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즐기면서 일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직업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창의적일 수 없고 창의적이지 않은 일은 사라질 것이다. 이를 나의 삶에 비추어 보면 지금 이 글은 나의 취미생활이면서 나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방편이다. 책 읽기도 그렇다. 나는 요즘 무엇이 일이고 무엇이 삶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크게 불만스럽지 않다. 오히려 좋을 때가 많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문│ 얼마나 고생스럽든 간에 마감은 끝이 나고 끝나고 나면 결과물이 손에 들어온다는 것은 사람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_정문정

나에게는 기록이 그랬다. 책공방에서의 일은 고되고 힘이 들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일을 마무리해야만 했고 그러한 상황에 맞춰 일을 했다. 그리고 일을 했다. 어쩌면 우울했을 법한 나의 일상을 뒤돌아 보며 아프지 않은 이유는 ‘기록’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본문│ 누구의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이 될지 알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랄까요./ 주어진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애쓸 수밖에요. _김뉘연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금으로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다.



본문│어떤 주제를 정하느냐 보다 그 주제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가 관건/ 에디터란 다양한 것을 모으고 또 모아서, 그 안에서 좋은 정보를 골라 정리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직업입니다.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주어진 기획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고 팀을 만드는 능력도 필요하고요. 0에서 1을 만드는 게 아니라, 1에서 10으로 만드는 것이 에디터죠._ 니시다 젠타


이 책에서 말하는 에디터십은 이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가져야 하는 특정한 능력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혹은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 조수용 대표의 말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은 좋아하는 것이 딱히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직업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야 어차피 알아서 볼 테니까. 잡지가 알록달록 무지개라면 단행본은 하나의 컬러가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무지개라고 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62. 글쓰기는 자기 공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