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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Nov 22. 2018

정말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공방일지


181121 공방일지

정말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책공방 뒷마당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 뒷마당은 책공방이 자리한 지난 5년 동안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곳중 하나다. 처음엔 무궁화 나무와 탱자나무가 일부분 있고 나머지는 나무라 부르기 뭐한 잡풀 수준의 잡다한 나무들이 있었다. 어느 날 보니 이웃 어르신 두 분께서는 남는 땅에 꽃을 심고 계셨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한 자발적인 일이었고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울타리라 하기엔 많이 부족했지만 그때의 모습이 내가 이제까지 보았던 모습 중 가장 보기 좋았던 뒷마당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원래 있던 여러 가지 나무와 이웃 어르신이 심은 꽃이 조화를 이루는 울타리를 볼 수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울타리가 부실하다 보니 사람들은 길을 지나다가 불쑥불쑥- 안으로 들어와 관람을 하기도 하고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둘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어떤 분은 예술촌의 장점으로 문턱이 낮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그러니 어쩌면 긍정적인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일은 큰 문제가 되었다. 화장실의 경우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도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주기적으로 하시는 분이 계셨다. 이때 상황은 청소하시는 여사님께서는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하실 정도로 심각했다. 관람의 경우에는 그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싶지만 여러 곳을 통해 들어오시는 분이 많다보니 관람권을 구입하지 않은 채 들어오시는 분이 많았다. 이분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몰랐다, 못 봤다’ 였다. 공간 내부로 들어오는 문에 하나같이 관람권 관련 안내문이 있었는데 안내문이 눈에 띄지 않았던 탓인지 그분들이 안 본 탓인지 모르겠다. 이상한 점은 튼튼한 울타리가 생긴 이후 커다란 자동발권기 부스가 있는 입구를 통해 들어오시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은 여전하다. 어쨌든 그러한 문제들로 첫 번째 울타리 공사가 결정되었다.


출처_완주군 고산문화공원 홈페이지


나는 혼자 원래 무궁화 나무가 있기도 했고 완주에 무궁화테마 식물원있을 뿐 아니라 매년 완주에서 무궁화 축제를 열고 있기도 했으니 무궁화 나무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러한 나의 바람은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울타리 공사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울타리가 될 나무는 대나무였다. 어릴 적 부터 대나무 숲에서 놀아 본 경력이 있었던 나는 왜 대나무일까 의문을 품었다. 대나무는 번식력이 너무 좋아 자꾸 옆으로 퍼져 부지를 넓힐 뿐 아니라 키가 너무 크게 자라 주변의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대나무는 대나무 숲으로 있을 때 좋은 것이지 울타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조경에  ‘조’자도 모르는 사람으로 그냥 어릴 적에 보았던 대나무를 생각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관련한 분께 지나가는 말로 왜 하필 대나무인지 묻자 ‘빨리 자라서’라는 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니 할 말이 있어도 하나마나했겠지만.



그분의 말처럼,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대나무는 본디 타고난 성질대로 제 역할에 충실했다. 정말 빨리 자랐다. 무서울 정도로 무럭무럭 자랐고 열심히 옆으로 퍼진 덕분에 그 울타리는 튼실하다 못해 거대해졌다. 그러자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키가 너무 자란 나머지 햇빛을 가려 뒷마당에 햇빛이 들지 않았다. 안그래도 서늘한 공간에 햇빛이 안 들자 실제 온도는 둘째치고 더 추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책공방도 나도 이러한 사소한 것들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해도 들어 줄 사람이 귀담아 듣지 않았고 들어 줄 사람이 없었다. 그저 참고 견디며 나름의 방안을 강구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부작용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었다. 울타리에 꽃을 심어주셨던 이웃 어르신께서는 대나무때문에 바람이 안 통하고 답답하다고 계속하여 민원을 넣으셨단다. 나와 달리 현명하신 분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번째 울타리 공사가 결정됐다.



공주로 출장을 가려고 일찌감치 출근을 했던 며칠 전 출근길에 보니 벌목작업이 한창이었고 그 다음 날 출근을 해 보니 대나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흙 속에 파묻힌 대나무 뿌리를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그날 퇴근 길에 보니 사철나무가 가지런하고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왜 사철나무인지 묻지 않았다. 알게 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없었고 왜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울타리도 변하고 나도 변한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내가 한 생각은 잘못 심은 나무는 하루라도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물론 더 좋은 방법은 나무를 심을 때 신중하게 고려하여 나무를 잘못 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내용을 종종 접한다. 예를 들자면 높이가 높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그만큼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때의 환경에는 공간도 있지만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떠한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어떠한 사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라는 생각은 내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듯 사람 또한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통제가 쉬운 공간에 비해 통제가 어려운 사람의 특수성 때문인지 그러한 노력을 외면하거나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다.



건물을 짓는데는 몇 천억원이 들었다는 것은 자랑이 되어 그 건물의 가치를 더하는 반면 교육 및 인건비에는 투자 대비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 당연시된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아서는 절대 그 공간이 살아 숨 쉴 수 없다는 점이다. 건물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는데는 비용이 발생한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낸다면야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좋은 자재를 쓰면 그만큼의 가치를 하듯 건물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움직일 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비싼 자재라 하여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저렴한 자재라 해서 무조건 나쁜 자재는 아니겠지만 저렴하면서도 좋은 자재를 찾은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무조건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어떠한 상품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좋은 자재는 가격이 높고 대부분의 저렴한 자재는 그만큼의 단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비싸더라도 좋은 자재를 살 것인지 단점이 있더라고 저렴한 자재를 살 것인지 각자의 기준에 따라 판단을 하게 된다.

가장 좋은 답이야 저렴하면서도 좋은 자재일테지만 그러려면 발품을 팔던가 전문가 찬스를 쓰거나 하는 등 그만큼의 다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결정을 하든 장단점이 있어 좋고 나쁨을 판단함에 있어 의견이 갈리기에 이때의 판단은 온전히 각자의 몫이다. 다만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모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건물을 잘 지었는지 비용이 조금 많이 발생하긴 했으나 그만큼 좋은 건물이 지어졌는지 말이다. 또 이렇듯 건물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움직일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준 자체가 흔들려 버리면 애먼 비용이 낭비되고 여러 사람이 매우매우 피곤해지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그러한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일상적으로 여겨져 당연시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중간에 말한 것처럼 잘못된 나무를 심었을 때는 하루라도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루 빨리 조치를 취할 수록 그에 따른 피해를 줄여 애먼 비용 낭비를 막고 여러 사람이 하루 빨리 그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마치 아프고 무섭더라도(돈이 많이 들까봐) 하루 빨리 치과에 가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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