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Aug 22. 2023

230819

서른두 번째 일기장을 시작했다

230819

서른두 번째 일기장을 시작했다

새하얗던 일기장에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해졌다. 꼬질꼬질해진 일기장을 일기장 전용 보관함에 넣어 두고 초록초록 올리브 색의 새 일기장과 만나기 시작했다. 손 글씨 일기를 못 끊고 있다. 한동안 손이 아파 손 글씨 일기를 쓰지 않았다. 내 일상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놓던 SNS 기록도 자제 중이다. ‘무엇이 중한디’를 가늠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쓰지 않으니 생각하지 않게 되고, 생각하지 않으니 중요한 게 점점 없어지는 기분이다.


아팠던 손은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고 덜 쓰니 나아졌다. 아침마다 붓던 손이 안 붓는 날이 생겼다. ‘아 이제 괜찮아졌구나’ 생각하고 다시 손 글씨 일기를 재개했다. 업무일지에 써두었던 메모 같은 일기를 옮겨 적기도 했다. 그동안 밀린 일기를 차곡차곡 다 쓰고 요즘은 매일 매일 일기를 쓴다. 그러자 다시 손이 아프기 시작해서 손 마사지기를 샀다. 아침에 일어나서 15분, 자기 전에 15분. 아직은 테스트 기간 중이지만 손이 아파도 속수무책이던 시간에 무언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무엇이든 ‘적당히’ 그리고 ‘잘’이 중요하다. 이 두 단어는 참 좋은 말인데 너무 오염되어 본래의 뜻을 잃은 듯하다. 앞으로 100권의 일기장을 더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쯤되면 세이모어 할아버지처럼 쓰지 않아도 좋은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쓰지 않아도 좋은 삶을 향해 나아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23073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